프로젝트밴드 7일 첫 무대 자선콘서트로



‘동네 꼬마 녀석들 추운 줄도 모르고 언덕 위에 모여서∼’ -‘라이너스’의 연 중
‘∼힘껏 소리치며 우리 소원 빌어봐’ -‘옥슨80’의 불놀이야 중
‘어떤 이는 꿈을 간직하고 살고, 어떤 이는 꿈을 나눠주고 살며∼’
-‘봄여름가을겨울’의 어떤 이의 꿈 중

암울했던 70-80년대, 무언가 돌파구를 찾던 청년들에게 음악과 노래는 작은 피난처이자 위안이었다. 일렉트릭기타의 강렬한 비트와 기타리스트의 몸짓, 드러머의 역동적인 연주는 타는 목마름을 적셔주는 오아시스-그것이 현실 도피의 수단이라 할지라도-와 같았다.
현재를 살아가는 30-40대에게 그룹사운드의 연주와 노래가 여전히 애창되고 있는 것도 어쩌면 20대의 젊음, 그 이상의 의미이기 때문일 것이다.
기축년 새해, 주위에 사는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고, 용인지역에서 30-40대들에게 당시 청년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던 그룹사운드의 연주와 노래를 즐길 수 있는 뜻 깊은 무대가 마련된다. 7일 오후 7시 행정타운 내 문화예술원에서 열리는 프로젝트밴드의 ‘이웃돕기 자선 콘서트’.
그동안 복지시설 등을 찾아 음악봉사를 해 온 ‘프로젝트’의 첫 세상 나들이기도 한 이번 자선콘서트는 본격적으로 프로젝트의 존재를 알리는 무대이기도 하다.

◆“음악으로 봉사하자” 8명이 한마음

프로젝트는 음악을 좋아하는 10년 이상 연주 경력자들로 구성된 아마추어 동호인 밴드다. 그렇다고 음악을 하고 싶다고, 또 연주를 잘 한다고 회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음악으로 봉사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봉사에 대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우선 봉사정신이 있어야 하지만 가족, 직장이 우선이고 다음이 음악이어야 한다는 것이 조건이고 원칙이지요. 가족과 직장을 등한시 하면서 음악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어요.”

리더를 맡고 있는 김완섭(44·리타리스트)씨의 프로젝트 멤버가 되기 위한 원칙과 조건이다.
밴드동호회 활동을 해 온 김씨가 6년여 간 해체와 결성을 반복하며 프로젝트를 이끌기까지 몸소 겪은 경험에서 얻은 결론이다. 지난해 초 프로젝트를 결성, 지금까지 요양원이나 양로원 등 복지시설을 찾아 음악봉사를 1년 가까이 계속 할 수 있었던 것도 이같은 취지에 모두 뜻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회원들은 대부분 각기 다른 동호회나 그룹사운드 활동을 한 10년 이상 경력자들. 그래서인지 직장이나 자영업을 하면서 바쁜 일상 속에서도 생활의 한 부분인 음악이나 일 어느 한쪽도 소홀히 하지 않을 정도로 열정적이다.

프로젝트 전에 3년여 간 미스터블루스 등에서 동호인 활동을 한 리더 김완섭씨는 양지 대대리에서 식당을 경영하고 있고, 전문 연주인 못지 않은 실력을 갖고 있는 베이스기타 정환영(42)씨도 작은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프로젝트의 막내 김병성(30·기타리스트)씨는 포곡 둔전에서 음식점을 하고 있고, 드럼을 맡고 있는 길거용(33)씨는 자판기 관련 일을 하고 있다. 보컬을 맡고 있는 이대근(34)씨와 한준희(36)씨는 회사를 다니면서 노래활동을 하고 있다. 프로젝트밴드 멤버는 아니지만 연예협회 연주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정하(45)씨는 이번 공연에서 키보드를 맡아 이들의 열정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프로젝트가 마련하는 자선콘서트는 이들이 그간 해온 음악과 봉사활동의 연장선상에 있다. 5천원짜리 공연 티켓으로 부담없이 즐기면서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좋은 계기이기 때문이다.

▲ 앞줄 왼쪽부터 반시계방향으로 리드보컬 한준희, 게스트로 출연하는 이해석, 싱어 이대근, 베이스기타 정환영, 드럼 길거용, 키보드 서정하, 기드기타 김병성씨. 가운데가 세컨드기타를 맡고 있는 프로젝트밴드 리더 김완섭씨.


◆청·중년층 위한 공간 없어 무대 위로

물론 또 다른 이유가 있다. 10대들의 공연문화가 주류를 이루면서 30-40대들이 즐길 수 있는 대중 공연문화가 거의 없다는 안타까움도 한 몫 했다.

“용인지역에서 30-40대를 위한 문화공간도,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대중공연도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특히 퍼플레인 등과 같은 아마추어 밴드동호인들이 대중과 만날 수 있는 자리가 거의 없어 선배들이 공간을 만들어주는 취지에서 이같은 무대를 마련하게 됐다”는 게 김완섭씨의 설명. 지역에서 대중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그동안 복지시설을 방문해 연주활동을 벌여왔지만 거리공연이나 실내에서 시민들과 만나고 싶어도 그럴만한 공간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무대라곤 연예협회에서 해 온 찾아가는 음악회 등 연예협회 등이 주관하는 행사에 찬조출연하거나 동백호수공원에서 있었던 한여름 밤의 콘서트 등에서 게스트로 출연하는 게 고작이었다.

이번에 마련한 세상 밖 첫 무대도 우여곡절 끝에 이뤄졌다. 마땅한 장소가 있어도 제도권이나 전문단체 외에는 대관하기 어려운 높은 문턱 때문이다. 당초 12월 공연 계획을 세웠지만 장소가 없어 1월, 그것도 평일 오후로 잡은 것도 장소 때문이었다.

“어려운 시기에 함께 노래하며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게 음악만큼 좋은 게 없지만 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여유가 없더군요. 시민을 위한 열린 공간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안타까워요. 지역에 거주하는 아마추어 음악인을 비롯한 문화예술인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마련한 자선콘서트에서는 30-40대들이 젊은 시절 즐겨 불렀던 낯익은 노래(10대나 20대에겐 생소할지 모르지만 젊은 뮤지션들에겐 잘 알려져 있다.)가 무대에 올려질 예정이다.

◆시민과의 만남 ‘이웃돕기 자선 콘서트’

대중공연은 클래식이나 뮤지컬, 국악과 달리 관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주자와 관객이 함께 어울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프로젝트는 누구나 한 번 쯤 들어봤음직한 가장 대중적인 노래 16곡을 선곡, 관객과 함께 하루 저녁 신나게 즐길 예정이다.

관객과 서로 소통하고 상호작용 할 수 있는 게 대중가요이기 때문이다. 라이너스의 ‘연’이나 활주로의 ‘세상모르고 살았노라’, 샌드페블스의 ‘나 어떡해’, 옥슨80의 ‘불놀이야’봄여름가을겨울의 ‘어떤 이의 꿈’ 등. 16곡은 대부분 70-80년대뿐 아니라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노래들로, 지친 어깨를 다독일 수 있는 경쾌하고 희망을 얘기하는 노래들로 구성돼 있다.

이날 콘서트에서는 통기타와 색소폰 연주도 들을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된다. 이해석(26)씨가 ‘너에게 난 나에게 넌’과 자작곡 ‘너에게 줄래요’ 등을 통기타로, 연예협회 소속 악단에서 지휘를 맡고 있는 조세원씨가 색소폰 연주 연주를 선보일 예정이다.

프로젝트는 이번 공연으로 통해 작지만 소중한 꿈을 꾸고 있다. 생활에 얽매여 앞만 바라보고 가다보면 여유를 찾기 어려운데 많은 이들에게 옆을 볼 수 있는 여유를 찾아주고, 나눔에 함께 동참할 수 있다는. 이들 관객들이 구매한 300매의 티켓 판매 대금 150만원은 전액 소년소녀가장 돕기 성금으로 전달됐다.

비좁은 컨테이너 부스를 연습실로 삼아 희망을 노래하는 프로젝트밴드. 그들에게 음악은 “생활이라고나 할까요? 힘들거나 어려울 때 늘 위안이 되고 즐길 수 있는 것”인 동시에 “일을 마치고 연습실에 오기 전까지는 하루 일과로 힘이 들지만(연습실에 와 노래를 부르면) 즐거운” 생활의 일부이기에 돌아오는 길, 어느 곳이든 관객과 함께 있을 것이라는 같은 꿈을 꾸고 있는 진정한 음악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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