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고(dingo) 이미용 봉사단





“너무 짧지 않게 뒤, 옆머리만 살짝 잘라줘.”
“할머니, 이제 1월 달에 오셔서 파마하시면 더 예뻐지시겠어요.”

지난 29일 오전 용인시노인복지관 1층 이·미용실은 미용사 6명이 머리를 손질하는 대형 미용실이 됐다. 어려운 경제여건을 반영하듯 많은 노인분들이 미용쿠폰을 받아 줄을 서서 기다리는 등 용인시노인복지관에서 운영되는 ‘딩고 이미용 봉사단의 미용실’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새심하고 능숙하게 머리를 만지는 전문 미용사의 손길을 받으며 이발을 하는 노인들은 머리 손질을 하고 뒤를 돌아보며 누군가에게 ‘괜찮냐’는 눈빛을 보내는 듯 이리저리 훑어본다.

용인시노인복지관, 영보자애원, 선한이웃노인복지센터, 세광정신요양원 등을 찾아 소외된 이웃의 머리를 손질하는 딩고 이·미용 봉사단(단장 김부현)은 4년째 각 시설단체를 찾아 치매나 지체장애로 거동이 불편한 주민과 저소득층 노인 등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무료 이·미용 봉사를 펼치고 있다. 머리카락을 자르는 봉사자나 이들에게 머리를 맡기는 노인 장애우들 모두 만족하기에 더 할 나위 없다.

봉사단이 용인시노인복지관을 찾은 후부터 매달 이곳에서 머리를 손질하는 이정순(81·구갈동)씨는 그야말로 ‘단골’이다.
그는“머리 스타일이 마음에 드냐”는 질문에 “스타일도 스타일이지만 정성스레 만져주는 진실된 마음이 얼마나 고맙냐”면서 “깔끔하게 해 주시고 정말 감사하다”고 거듭 인사했다.

머리 손질이 끝나 이씨가 외투를 입으려 하자 봉사자가 함께 나와 옷 까지 세심하게 챙겨드린다. “할머니, 1월 23일날 오시면 파마 예쁘게 해드릴게요.”

이날 처음 노인복지관 이·미용실을 방문한 정순례(64·동백동)씨는 “나이가 들다보니 예쁜 머리모양은 고사하고 미용실엔 갈 생각도 안했다”며 “사실은 오늘 공짜로 잘라준다고 해서 별로 기대도 안하고 왔는데 환하게 웃으며 이렇게 정성껏 잘라주니 정말 고맙고 기분까지 좋아졌다”고 말했다.

김부현 단장(66·사진)은 화성시 정남면 음양리에 소재한 양지 나눔의 집을 운영하며 노인들의 머리 손질을 했었다. 그는 서툰 이발 솜씨를 벗어나기 위해 2005년 용인시여성회관에서 실시하는 헤어디자이너 자격증반 수료를 마치고 열 번째의 실시시험을 통과하며 전문 미용기술사가 됐다.

“여성회관에서 함께 기술을 배운 몇몇의 사람들과 봉사활동을 하며 딩고 이미용 봉사단을 만들었어요. 남자 노인네는 저 하나였지만 기술을 갖추기 위해 열심히 배웠죠.”

딩고 이미용 봉사단이 봉사 하는 날 하루에 머리를 깎아주는 사람은 적게는 50명에서 많게는 100여명.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몸은 녹초가 되지만 오히려 머리는 맑아지고 에너지가 충전되는 기분이란다.

“나도 사람인데 몸이 아프거나 날씨가 궂으면 쉬어볼까 하고 꾀가 나기도 하지요. 그렇지만 우리 딩고 이미용 봉사단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라 이내 털고 일어나게 됩니다.”

이발 후 산뜻해진 자신의 모습을 보고 좋아하는 어르신들을 보며 뿌듯해 하는 마음을 가지는 봉사단원들은 봉사활동 이라고 해서 허투로 머리를 깎아드릴 수는 없다고 한다. 한 사람 한사람 정성을 다해 머리를 손질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진지하다.

딩고 이·미용 봉사단 회원들의 발걸음은 그들의 손길이 필요한 가정까지 이어졌다. 이미용 봉사단이 방문한다는 소식에 수지구 보건소 등 방문간호사들의 도움 요청을 받아 방문서비스도 펼치고 있었다.

“봉사할 곳은 많으나 모두 다 할 수 없는 게 안타까울 뿐이지요. 4년 동안 어르신들과 장애인들의 머리카락을 자르면서 정말로 많은 보람을 느꼈어요. 작은 재주지만 이웃과 정을 나눌 수 있어 행복합니다.”

김 단장은 “내 손을 거쳐 깔끔하게 정돈된 머리로 기뻐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바로 내가 봉사활동을 하는 이유”라며 “여건이 되고 힘이 닿는 한 앞으로도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봉사활동을 계속 할 것”이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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