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동천동우체국 집배원 최규화씨


#오토바이는 가장 소중한 친구
“우편배달을 하면서 우리가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건 ‘고객에 대한 친절’인데, 말로만이 아니라 마음에 새기고 행동으로 실천하기 위해 아침마다 이것부터 외치고 일을 시작합니다.”

‘고객감동이 최우선’이라는 집배원 최규화(44)씨의 하루는 오늘도 이렇게 구호 외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일 년 가운데 집배원이 가장 바빠지는 달인 12월.

최씨는 매일 아침 8시, 보통은 더 이른 시각인 7시 반부터 일을 시작한다. 배달에 앞서 그날의 우편물을 등기, 택배, 일반우편 등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일일특급 등 아침에 바로 배달해야 하는 우편물도 있는데다 물량도 많기 때문에 이른 시간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수지 동천동우체국 소속인 최씨는 동천동 일부와 고기동 지역을 맡고 있다. 동천동은 아파트이지만 고기동은 시골인데다 요즘 들어 공사 구간이 많아져서 하루가 더 바쁘다.

“지금 나한테 가장 소중한 친구가 바로 이 이륜차에요. 아침에 나와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이 친구한테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는 거죠. 이 친구 없으면 내가 일을 못하잖아요.”

그가 ‘소중한 친구’라 소개하며 보듬는 오토바이 바퀴에 흙이 잔뜩 묻어있다. 포장되지 않은 시골길을 오가는 집배원의 하루를 오토바이가 여실히 보여준다.



#집배원 생활 9년째… 일이 보람이자 행복
최씨가 집배원 일을 시작한 지는 올해로 9년째다. 처음과 비교하면 달라진 점도 많다.
아파트 수가 부쩍부쩍 늘어나던 10년 전엔 집배원이 부족해서 업무량이 많았다면 지금은 업무범위가 넓어져서 바쁜 셈이다. 요즘은 우편물뿐 아니라 택배물건 수거와 배달도 집배원의 일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바빠진 요즘엔 우편물과 택배의 직접 전달도 쉽지 않다. 수령자가 집에 없으면 도착 안내문을 붙인 다음 일일이 전화확인을 하고서야 물건을 맡기거나 전달한다. 아파트는 경비실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어 수월한 편이지만 일반주택의 경우 어려움이 많다.

“그래도 고객편의가 최우선"이라는 최씨는 "직장 때문에 집에서 못 받는 경우 근무지로 다시 배송해준 적도 있다”고 밝힌다.

요즘에는 개인용단말기(PDA)의 덕을 많이 본다고 최씨는 말한다. 단말기의 보급으로 시간단축뿐 아니라 일의 능률도 많이 올랐다. 전에는 비가 오거나 하면 종이가 젖고 서명이 번지는 등 난감한 일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우려가 없어졌다.

수령자의 전화번호도 봉투가 아닌 단말기에 입력돼 있어 고객의 신분노출을 막을 수 있고 확인서명도 정확히 보관할 수가 있게 됐다.

우편함에 우편물을 다 꽂은 최씨가 반송함에 꽂힌 우편물을 꺼낸 뒤 그 위의 보이지 않는 곳까지 손으로 쓸어내린다.  그는  “반송우편물 확인 및 수거도 매우 중요한 일인데 주민들이 간혹 이런데 올려놓기도 한다”며 “혹 잘못 배달된 우편물이 있으면 반드시 반송함에 꽂아주면 좋겠다”고 부탁한다. 우편물을 꽂고 있을 때 지나가던 주민이 인사를 건네주는 것이 가장 고맙다는 최씨.

“초보 때는 고마운 마음에 서둘러 인사하느라 우편함에 대고 고개를 숙인 적도 있었는데 요즘은 꼭 몸을 돌려 인사하려 애써요.” 그런 그에게 고기동 어르신들의 “밥 먹었어요?”라는 인사는 언제 들어도 듣기 좋고 고마운 말이다.

이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때는 언제인지 물어보았다. “보람이요? 집배원 일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제가 한결 같이 해온 일입니다. 특별하게 보람이라고 표현하긴 좀 뭐하지만 이 일을 하고 있는 것 자체가 제겐 보람이고 기쁨이죠.”

젊을 때부터 이일저일 안 해본 것이 없다는 그는 “그랬기에 지금 이 일이 더 소중하고, 이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즐겁고 행복하다”고 말한다.

최씨는 ‘나이 들어 할 수 없을 때까지 집배원 일을 계속 하고 싶은 것이 가장 큰 바람’이다. 그의 소박한 바람은, 지금 타고 다니는 이륜차의 바퀴자국과 집집마다 소식을 전하는 그의 바쁜 손길을 타고 2009년 새해에도 이 동네 저 동네 퍼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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