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퍼주는 김선희 할머니의 따뜻한 정

“기자아가씨가 여기에 온다고? 딴 건 하러 오지마. 밥만 먹으러와.”

13일 낮 동백동 백현마을 주공7단지 아파트 1층에 들어선 경로당. 베란다 새시로 현관문을 새로 지은 깨끗한 경로당의 문을 열고 들어간 방에는 마주한 어르신들의 환한 반가움이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주방을 정리하느라 분주한 가운데 앞치마를 맨 김선희(78) 할머니께 인사를 건네자 “밥은 먹었어? 이리와 앉아 새로 지은 따뜻한 밥 차릴 테니”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였다.

매주 화·목·토요일 낮12시 백현마을 주공7단지 경로당에는 노인 40여명의 밥을 짓기 위해 노년에도 나이를 잊고 반찬거리를 다듬고, 음식 간을 보며 잠시도 쉴 틈이 없다.

김 할머니는 김량장동 노인정에서 밥 봉사 6년, 백현마을 주공7단지 경로당 3년, 강남마을8단지 경로당 3년, 노인복지관 2년,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해 7개월간 밥 봉사에 정성을 쏟고 있다.

밥 봉사에 대한 말을 꺼내자 “난 할 이야기가 없어”하며 손사래를 쳤다. 자신의 사비를 털어 쌀과 반찬을 마련해 식사를 대접하고, 반찬과 김장 등을 나눠 주며 이웃 노인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김 할머니는 별일 아니라고 말하지만 그의 손끝에서 퍼져나간 사랑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 일주일 3번 무료급식 활동
김 할머니가 1주일에 세 차례씩 7단지 경로당에서 정회원 60여 명을 위한 무료급식 활동을 펼친 지 3년째다. 봄이면 나물반찬, 여름엔 냉면, 요즘처럼 쌀쌀해진 날에는 소고기 미역국 등 계절별 입맛에 맞는 음식들을 마련한다. 또 겨울 김장김치를 손수 담가 1년 동안 먹을 80포기의 김치를 경로당 김치냉장고에 쌓아 두고 홀몸노인 6명에게 김치를 전달했다.

김 할머니는 “도움을 받는 것도 좋지만 주는 것이 더 큰 기쁨”이라며 “여러 사람이 잘 먹고 가신다고 말해주실 때가 기분이 제일 좋다”고 말했다.

그녀는 단순히 밥만 퍼 주는 할머니가 아니다. 저소득층아이들에서 홀몸노인들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자리라면, 구석구석 그의 손길을 베풀기 위해 끊임없이 찾아간다.

“비록 30년 전 남편을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신세지만 내가 모은 돈으로 외로운 이웃끼리 서로 어울려 밥도 먹고 이야기도 나누니 얼마나 좋아.”

그의 봉사활동엔 거창한 이유는 없다. 엄마같이 언니같이 따르는 이웃에게 돈이 많아 서가 아닌 자신을 좋아해주는 이들에게 밥 한 끼씩 대접하는 것이다.

“자식들이 내가 이렇게 밥 봉사하는 것을 알고 올 때마다 쌀이며 용돈으로 채워줘. 그럴 때면 자식들과 같이 봉사하는 마음이라니까.”

퇴행성관절염을 앓고 있으면서도 경로당 노인들이 먹을 밑반찬 등의 식재료를 직접 사서 재료가 떨어지기 무섭게 냉장고에 챙겨 놓는 김 할머니.

# 식단짜며 찬거리도 구입
경로당의 식단을 모두 혼자서 짠다는 김선희 할머니가 선택한 오늘의 메뉴는 한우 고기가 들어간 진한 미역국과 배추김치, 총각김치, 멸치볶음, 그리고 흰 쌀밥. 따뜻한 밥상 너머로 할머니의 밥 푸는 모습이 즐거워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녀를 기쁘게 하는 가장 큰 선물은 배고파서 찾아온 사람이 맛있게 먹고 떠나면서 하는 “잘 먹었습니다”라는 말 한마디다.

“다리가 안 좋아서 무거운 짐을 들 때 힘들고 걱정도 되지. 지금 이 일도 몸이 아플 때면 쉬고 싶기도 하지만, 그러면 할머니·할아버지들이 굶으니까 안 된다는 생각에 다시 나오는 거지.”

홀로 있어 외로워하는 노인들에게 “나라도 나서서 도와야하지 않겠느냐”는 김 할머니는 “체력이 다할 때까지 배고픈 이 없도록 더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로당에서 제일 필요한 것은 바로‘쌀’이다. 이금숙 14통장의 노력으로 기관단체에서 도움의 손길이 있지만 아직 겨울나기에는 부족한 현실이다. 김 할머니의 사비로 쌀과 반찬이 넉넉하게 채워지겠지만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사람들이 모두 서로 인정가지고, 나만 생각하지 말고, 남을 위해서 뭔가 해 보겠다 생각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어. 모두 어려울 때지만 따뜻한 쌀밥만으로도 평안을 얻는 이들도 많거든.”

모든 사람들이 식사를 다 마친 후에야 점심을 드시는 김선희 할머니는 식사 후 좋아하는 커피를 한 작 꼭 챙겨 드신다. 매일같이 이웃에게 따뜻한 밥을 퍼 주는 할머니의 사랑이 흠뻑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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