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육아와 방과 후 모임을 하던 엄마들이 드디어 큰 결실을 맺게 됐다.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주기 위해 대안학교를 세우기로 한 것. 1년여의 여정 끝에 드디어 내년 3월 학교 문을 열게 됐다.

모임을 이끌어온 전주리씨는 “수지지역에서 공동육아 활동을 하고 방과후 활동을 하면서 행복해 하는 아이들이 초등학교에서도 같은 교육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엄마들이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수지에서 공동육아 활동을 하면서 처음 만났다. 학원보내기 바쁜 요즈음 아이들을  들로 산으로 뛰어 놀게 하는 교육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공동육아를 하면서 아이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생활하는지 변화와 성장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고 여러 어른들과 아이들 또한 달라졌다. 그리고 공동육아의 또 다른 형태인 방과 후 모임을 통해 대안교육을 차근차근 준비해 나갔다. 그렇게 대안학교를 차곡차곡 준비한지 5년. 내년 2월 예비학교를 열고 3월 수지구 동천동(고기동)에‘수지어린이학교’(가칭) 문을 연다.

#‘다름이 함께하는’ 대안학교
수지어린이학교가 미인가 대안초등학교라고 해서 단순히 공부도 안하고 뛰어 놀게 하는 곳은 아니다. 수지어린이학교 교육은 아이들, 학부모, 교사 모두가 함께 행복한 삶을 지향하고 함께 나누는 삶을 살아가는 철학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김은영씨는 “아이들이 처해있는 교육환경이 전부 다르지만 분명히 지식교육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내기까지 가족 간에 설득하는 시간이 걸리긴 해도 수지어린이학교가 추구하는 지향점이 우리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에 아이를 보내게 됐다”고 말했다.

곽은경씨를 비롯한 엄마들은 ‘아이가 행복하게 생활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대안학교를 준비했고 학교에 보내기로 결심했다. 방과 후 모임을 함께 해 온 이은희씨는 “공동체 안에서 아이를 키우고 그 인연을 소중히 여겨 학교를 만드는데 동참했다”고 덧붙였다.

이화나씨 역시 “결정하기 전에 고민을 많이 했는데 오히려 결심을 하고 나니까 고맙다는 생각이 들고 아빠가 저보다 더 적극적이어서 좋다”고 설명했다.

이영신씨 역시 마찬가지다. “지극히 평범한 엄마지만 학교교육을 보면서 이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냥 생각없이 끌려가기 싫어서 대안을 찾다 대안학교를 찾은 것이죠. (웃음)”

“나의 행복과 너의 행복이 다름은 인정하고, 다양함을 인정하면서도 다름이 함께하는 의미를 갖는 공동체이죠.”수지어린이학교를 압축한 표현이다. 그래서 수지어린이학교 교육 핵심은 바로‘행복한 공동체’다.

윤영아 교사는 “처음의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식구가 늘더라도 이 마음은 지켜져야 하고 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기를 사랑하고 다른 사람도 사랑해야
류은주씨는 “대안학교를 보낸 학부모로서 재미있고 신난다”면서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즐겁게 이 학교를 찾을 생각을 하면 행복해진다”며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수지어린이학교는 아이들에게 아이 자신의 삶을 되돌려 준다는 생각을 교육목표로 삼고 있다. 자신의 가치와 욕구를 펼치고, 그 과정을 즐기며 책임지고 성취감을 느끼는 자율적 학습을 말한다. 그러면서 자연, 지역과 하나 되는 삶을 가꾸어 나간다.

“시험점수에 잣대를 맞춰 놓고 아이들을 바라보면 우리 아이가 뒤처지는 것은 확연히 드러나죠. 공교육 현장에서 지식을 쌓고 평가해서 그 기준으로 보면 불안해 할 수밖에 없어요. 아이가 다른 각도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이런저런 잣대로 아이를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학교 밖으로 나온 아이들과 엄마는 이제 수지어린이학교에서 자기를 사랑하고 다른 사람도 사랑하며 살아가는 첫 걸음을 뗀다.

“아이들이 자기 씨앗 그 자체로 꽃 피우길 바라죠. 아이한테 자존감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요?”한 엄마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상담중…20여 명 정원으로 출발
이들이 가장 안타까워한 것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획일적인 교육을 받고 성적순으로 평가받는 것이었다. 그래서 공동육아와 방과 후 모임을한 엄마들이 뭉쳤다. 산 자락 아래 위치한 고기동 고기교회 옆 빨간 벽돌집을 얻어 2월까지 학교 여는 준비를 하고 3월부터 생활·공부의 틀을 짤 생각이다. 지금 학부모 상담을 받고 있다.

수지어린이학교는 첫 해에 1,2학년과 3,4학년 통합교육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주민생협에 가입해 건강한 먹거리와 생활을 나누는 것이 의무사항이다. 올해 정원은 20명 내외로 정했다.

우리 말과 글, 수학, 몸놀이, 농사, 숲 나들이를 배우는 기초교과를 기본으로 3학년부터 영어수업이 진행되며 특별수업으로 풍물, 목공, 뜨개, 민요를 배운다.(상담문의 010-76650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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