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와 닿는 바람이 아직은 그다지 차갑지 않다. 보조를 맞춰주는 것일까, 내리쬐는 햇볕마저도 자전거를 타고 나가기에 기분 좋게 따습다.

요즘 들어 자전거 타는 일이 잦아졌다. 벼르던 일 하나를 마침내 해결한 덕분이랄까. 벼르던 일이란, 타지 않은 채 오래 내버려둔 바람에 녹슬고 고장나버린 자전거를 고치는 것이었다. 자전거를 들고 수리점까지 가기도 뭐하고 일부러 출장을 나오라하기도 망설여져서 봄부터 근질근질 몇 달을 그냥 기다렸다. 그런데 두어 달 전, 동네를 순회하며 자전거를 고쳐주시는 분이 우리 동네에도 왔다. 오, 반가워라! 전문가의 꼼꼼한 손길을 거친 자전거는 멀쩡함을 넘어서 마치 새것처럼 변신했다.

고치고 나서 첫 날, 걸어서 20분 거리에 볼 일이 있어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 이전에도 여러 번 타본 적이 있음에도 불구,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고 나가니 동네길이 왜 그렇게 낯선지. 이미 아는 길인데도 자전거로 가는 길은 때때로 전혀 다른 길처럼 느껴졌다.


걸어 다닐 때는 오르막으로 느끼지 못했던 길이 자전거로 가기에는 오르막이었고, 걸을 때는 살짝 옆으로 붙어 갈 수 있어 불편하다 생각지 못했던 길이 자전거로는 갈 수가 없어 내려서 걸어야 하는 길이 되었으며, 어떤 곳에서는 울퉁불퉁 턱이 많아 저절로 휘청거리기도 했다.


어떤 길은 인도로밖에 갈 수가 없는데 인도가 너무 좁고 휘어서 걸을 수밖에 없기도 했다. 좁은 인도에서 사람을 만나면 당연히 자전거가 멈춰야겠지만 가다보면 정류장, 가로등 때문에도 내려야하고, 겨우 자전거를 탈만한 거리가 나오면 찻길에 맞닥뜨려 다시 멈춰서길 여러 번. 목적지까지 가는데 반은 자전거를 타고, 반은 자전거를 모시고 가는 듯했다. 타는 솜씨가 능숙했다면 길가는 게 좀 더 쉬웠을까?


타는 횟수가 늘어나다 보니 이제 ‘자전거 타는 일’이 훨씬 수월해지긴 했다. 심하지 않은 오르막은 내쳐 달릴 수 있게 되었고, 찻길을 건너는 데도 신호등을 살피며 휘리릭 지나가는 것이 가능해질 만큼. 그래도 인도 깊숙이 침범해 있는 가로등과 좁은 길은 여전히 험한 장애물이다. 아주 잘 탈 만큼이 되면 그것들이 장애가 안 될 수도 있을지, 지금은 그것이 숙제다.


가끔 자전거를 타고 하천 둔치를 달려본다. 걸을 때와는 또 다르게 와 닿는 바람의 느낌, 늘 보던 풍경도 눈높이가 달라지면 새롭다. 자전거길이 따로 있으니 장애물을 만날 일이 없어 마음도 편하다.


그렇지만 나는 운동 삼아 달리는 하천 길보다는 볼일 있어 다니는 동네에 자전거길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안 되면 평탄한 길이라도 이어졌으면, 평탄한 길은 둘째치더라도 인도라도 끊어지지 않았으면, 아니 인도라고 만들어놓은 곳에 가로등이나 정류장, 설치물 등의 침범이라도 없었으면.

그러면 자전거로 가는 길이 ‘모험’이라기보다는 ‘즐거움’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그러면 더 많은 사람들이 용기 내어 교통수단을 자전거로 바꾸게 되지 않을까, 그러면 타지 않고 내버려둔 자전거들이 좀 더 많이 바깥세상으로 나오게 되지 않을까. 자전거를 타다 보면 이 많은 생각들이 늘 한꺼번에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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