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형문 시민기자(중앙대 음대 강사)
어느 날 우연히 ‘텔미’란 노래를 오랜만에 들을 수 있는 계기가 있었다. 한 때 텔미는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음악이었다. 과연 무엇이 저렇게 선풍적일 수 있었나? 단순한 리듬에, 단순한 가사에, 단순한 몸동작에 지속적인 반복으로 이루어지는 단순 순환적인 구조이지만, 많은 사람들을 빠져들게 만드는 흡입력을 가지고 있는 음악이다. 이러한 음악의 구조를 가리켜 ‘미니멀리즘’이라 한다.

미니멀리즘은 되도록 소수의 단순한 요소로 최대 효과를 이루려는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1960년대 말 주로 미국 뉴욕시에서 시작된 시각예술과 음악분야의 운동이다. 극도로 단순한 형태의 표현과 객관적인 접근을 특징으로 한다.

미니멀리즘은 조각가 도널드 저드, 로버트 모리스 등의 프라이머리 스트럭처(최소한의 조형수단으로 제작되는 조각)와 잭 영거먼, 알 헬드, 진 데이비스 등의 하드에지 회화(hard-edge painting:기하학적 도형과 선명한 윤곽의 추상회화)로 1950년대 전반을 통해 미국의 전위미술을 지배했던 직관적·자발적인 행위를 바탕으로 하는 미국의 추상표현주의의 부류인 액션페인팅에 대한 반발로 생겨났다.

액션 페인팅이 너무 개인적이고 비실체적이라고 믿는 미니멀리즘 작가들은 예술작품에는 그 자체 이외의 다른 어떤 것도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주장했다. 평면성을 강조하고 보는 사람의 직접적이고 순수한 시각적 반응을 위해서 회화적 접근보다는 기하학적이고 단순한 형태와 선을 사용했다. 그것은 서정적이거나 수학적인 구성도 화가의 개인적 표현이 되기 때문에 거부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기하학적 추상과 구별된다. 하드에지 회화는 간단한 물체의 익명적인 구조이다.

미니멀리즘은 에릭 사티의 음악과 존 케이지의 미학과 함께 미니멀 음악에도 뚜렷한 영향을 주었다. 현대 음악의 복잡하면서도 지적으로 지나치게 세련된 양식에 반발, 여러 작곡가들이 단순하고 즉자적 양식으로 작곡하여 극도로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음악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라 몬트 영은 약간의 음조를 발생시키면 그것을 전자로 며칠이나 몇 주일 동안 한결같이 유지시켜주는 수많은 전자(연속진동환경)을 작곡했다. 그는 이 음조에 거의 아무것도 덧붙이지 않고 세련된 변주를 없앴다.

그와 마찬가지로 모턴 펠드먼도 변주를 없애려고 했는데, 그의 작품은 천천히 이어지는 일련의 서로 무관한 부드러운 소리를 통해 혁신적인 악기의 음색을 탐색했다. 다른 일단의 작곡가인 코넬리우스 카듀, 프레더릭 레즈위스키 등은 인도와 발리, 서아프리카 음악에 영향을 받았다. 그들은 반복되는 자신들의 음악에 단순한 유형의 화성과 선율을 사용했다.

음악과 시각예술 두 분야에서 미니멀리즘은 예술형태의 가장 본질적인 요소를 탐구하려는 시도였다. 시각예술에 있어서 미니멀리즘은 회화와 조각의 순수한 객관적·시각적 요소만을 드러내기 위해 개인적이고 행위적인 요소를 제거했다. 음악에 있어서는 대체로 서구의 청중에게는 낯선 음악적 요소인 음색과 리듬을 탐구하기 위해 형식과 전개에 대한 전통적인 방법을 거부했다. 산업에서 생활용품 역시 자연스럽게-아동용 제품을 예로-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아동 가구에 미니멀리즘을 결합시켰다고 보면 된다. 블랙과 화이트의 간결한 컬러 배합은 아동용품 시장을 지배해온 파스텔 컬러와 대조적이다. 간결하기 그지없는 실루엣 역시 단순함에서 비롯되는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이들 제품은 불필요한 형태는 제거하고 미니멀한 디자인과 공간 사용에 초점을 맞추었다. 가령 의자나 유모차는 접이식으로 손쉽게 수납, 운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면서도 아동용 가구로서의 안전·기능성을 간직하고 있다.

현대의 복잡한 사회에서 많은 대중들은 더 이상 복잡하고 난해한 것을 점차로 멀리하고 싶은 경향에서 일어나는 현상인 듯 하다.
/ 시민기자(중앙대 음대 강사)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