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아는 선생님께서 가끔 안주거리로 음악이야기를 들려주실 때가 있다. 그때마다 나는 즐겁게 웃음보를 터트리게 된다.

예전에 어디선가 읽으며 수집하고 정리해 두었던 자료를 소개한다. 본문을 다루기 전에 패러디와 표절에 관한 정의를 간단하게 살피고자 한다. 패러디는 ‘다른 노래에 병행하는 노래’라는 뜻의 그리스어 ‘parodeia’에서 유래했다. 문학에서 특정 작가의 약점이나 문학유파의 과도한 상투성을 강조하기 위해 그들의 문체나 수법을 흉내 내는 일종의 풍자적 비평이나 익살스러운 조롱조의 글을 말한다. ‘표절’은 ‘도둑질’로 표현할 수 있는데, 남의 것을 무단으로 제 것으로 만들고 그로 인해 부당한 경제적 이득을 취한다는 의미에서 ‘중첩된 도둑질’이라 할 수 있다.

초기 서양음악에서 극히 자연스럽게 패러디를 자신의 작품에 사용했던 시대가 있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많은 작곡가들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많은 에피소드가 있다. 많은 작곡가들이 패러디하며 그로 인해 빚어진 해프닝으로 지나치게 진지한 접근보다는 약간은 평온하게 읽어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별로 신통치 않은 두 명의 오페레타 작곡가가 서로 상대방이 자기 곡을 표절했다고 욕을 하고 있었다. 싸움의 잘잘못을 가리기 위해 프란츠 레하르가 전문가로 초빙됐다. 문제의 두 작품을 검토한 그가 판결을 내렸다.

“피해를 본 사람은 두 사람 다 아니요, 쟈크 오펜바흐요.”

바로크시대 메시아를 작곡한 헨델의 이야기로 다른 위대한 작곡가들처럼 남의 음악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데 패러디를 주저 없이 사용한 작곡가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작곡가의 멜로디를 표절한 것이 증명돼 이에 대응하기를 “그 작곡가는 이렇게 좋은 멜로디를 가지고도 뭘 해야 하는지를 도무지 모른다.”고 응수했다 한다.

고전주의시대 모차르트 이야기이다. 모차르트에게 하이든의 작품을 표절한 것을 지적해 주었더니, 모차르트가 웃으며 대답하길 “하이든의 멜로디가 너무 좋아서 그걸 더 이상 변형할 수가 없더라고” 식으로 웃어 넘기며 한 현악 4중주단이 헬메스 베르거의 곡을 연주했다. 공연 후 작곡가의 친한 친구가 말하길 “모차르트 곡을 기가 막히게 훔쳐 냈구나?”

이에 그는 “그럼 그 보다 더 위대한 사람이 있나!”

헬메스 베르거가 어느 날 별 볼일 없는 작곡가의 집에 초대 받았다. 식사 후 이 작곡가는 온갖 변명을 둘러대며 일 해야 한다며 사라졌다. 헬메스 베르거가 농을 하며 던진 말

“얘들아! 기도해라 아버님께서 도둑질하러 가신다.”

다음으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장인과 사위 이야기이다. 바그너와 그의 장인 리스트 프란츠 리스트의 표제음악이 젊은 리하르트 바그너에게 강한 영향을 주었다. 수십 년 후 리스트가 바이로이트에 있는 바그너의 저택에서 자신의 심포니 ‘파우스트’를 연주했다. 제 1악장의 중심 테마가 울려 퍼지자, 바그너가 움찔하더니 피아노 앞의 장인한테 가서 말했다.

“아버님, 그건 제가 훔쳤는데요!”

리스트가 시기함 없이 말했다.

“잘됐어. 그러니까 남들이 듣잖아.”

이고르 스트라빈스키가 그의 관현악곡 하나를 빈 필하모니 관현악단 단원들과 연습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한 부분이 영 제대로 되지 않았다. 스트라빈스키가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그때마다 지휘대를 두드려 중단시키자, 악장이 급기야 항의했다. “아무리 해봐도 소용없어요. 이 부분은 우리가 구스타프 말러의 제8번 교향곡에서도 한번도 제대로 연주하지 못했으니까요.”

드뷔시의 작곡 속도는? 프랑스의 작곡가 클로드 드뷔시는 매우 천천히 작곡을 했기 때문에 작품마다 남달리 많은 시간을 요했다. 한번은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가극장이 그에게 오페라를 부탁했다. 그는 얼마나 시간을 줄 수 있는가 물었다. “그 오페라를 새 시즌 개막에 쓸려고 하니까, 3개월이죠.” 이에 드뷔시는 “3개월? 두 화음 중 하나를 택하는 데도 그만큼 걸리는데!” 라며 거절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먹고살기 힘들다는 표현을 많이 한다. 이럴수록 조금의 여유를 가지며 슬기로운 우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음악인들의 웃음거리를 소개했다.

/시민기자(중앙대 음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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