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10시20분 남사면 진목리 남촌초등학교(교장 김수진). 15명의 해맑은 얼굴들이 급식소에 마련된 졸업식장 문을 열고 들어왔다. 다소 상기된 얼굴로 다소곳이 자리에 앉았다.
여타 도시학교 졸업식처럼 북적대지는 않았지만 엄숙하고 조용하게 치러졌다.

이날 15명 전원이 학교장상과 대외상을 수상했다. 인원이 적은 것도 탓도 있지만 수해라는 자연의 상처 속에서 모두 성실히 학교생화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수해에 대한 아픈 기억은 학교장 회고사와 졸업생 답사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학생들의 눈시울이 빨개졌다. 올해 학생들에게 졸업식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농촌 소규모 학교, 15명밖에 안되는 조촐한 졸업식이라 도시학교와는 감회가 다르겠지만 남촌초등학교 졸업생들에게 더욱 뜻깊은 졸업식이 된 것은 지난해 여름에 있었던 수해 때문이었다.

폭우는 둑을 무너뜨렸고 아이들이 공부하는 교실을 덮쳤다. 수해는 6년동안 사용하던 손떼 묻은 책걸상이며 컴퓨터, 수업시간 그린 그림을 모두 앗아갔다. 정상운영까지는 12명밖에 안되는 교직원과 학부모,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이 힘을 모아 꼬박 한달이 걸렸다. 개학도 1주일이 연기돼 9월이 돼서야 가능했다.

“수해가 아픔 만큼 아이들에게 정신적인 성숙을 가져다 주었다”는 김태석(32) 담임교사는 “많은 아이들이 몇 달새 훌쩍 자란 것 같다”고까지 했다.

이날 졸업식은 원경이에게는 그 누구보다 더욱 소중한 졸업식이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무사히 졸업을 마쳤기 때문이다. 엄마와 할머니 등과 함께 차속에서 가슴까지 차오르는 물 속에서 수시간을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차에 물이 차기전에 구조됐지만 집은 완전히 물에 잠기고 말았다. 가장 아끼던 컴퓨터도 물에 젖어 있었다.

아직도 방 한칸짜리에서 네식구가 몸을 비비고 생활하고 있는 원경이에게 수해는 더없는 아픈 기억이다. 무사히 졸업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이다. 교정을 떠나는 원경이, 경란이, 두철이 등 15명의 아이들에게 이날 졸업식은 소중한 추억 하나 그 이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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