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고에는 제2외국어 수업이 일주일에 6단위이다. 나는 일본어를 배우고 있다.

일본어라는 언어 자체를 배우는 것도 재미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파트는 일본문화에 관한 내용을 배울 때이다. 그 중 가장 관심을 갖고 배웠던 것은 일본의 축제, 마츠리였다.

일본에는 수백개의 크고 작은 마츠리가 있다. 일본의 마츠리는 지방색이 뚜렷하고 크든 작든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중심이 되어 열리는 것이 특색이다. 축제에 손님이 빠질 수 없고 실제로 일본인들 뿐만 아니라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마츠리를 찾고 있지만 마츠리의 중심은 해당 지역사회와 주민들이다. 그리하여 마츠리는 축제의 가장 본질적인 기능, 공동체를 단단하게 하는 접착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지방마다 다양한 종류의 수많은 축제들이 있다. 올해 전국에서 각종 명목으로 열리는 축제는 1176개. 10월 한 달 동안에만 31개 지방자치단체에서 329개의 축제가 열린다. 문제는 대부분의 축제들이 지역주민들이 아닌 지방자치단체들이 주체가 되어 열린다는 점이다.

주민들의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는 축제는 한바탕 즐기고 끝나는 이벤트에 그치기 쉽다. 또한 아무리 기획과 운영이 잘 된다고 해도 주민들이 아닌 행정기관이 중심이 된 축제에서 공동체를 묶는 끈으로서의 역할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관청에서 벌려놓은 잔치에 와서 놀고 먹다가 돌아가버리는 주민과 타 지역에서 온 관광객이 다를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용인시민축제가 끝났다. 10월 4일에 수능격의 시험이 있어서 직접 가보지는 못했지만, 사이버 페스티벌, 평생학습축제, 음식문화축제, 웰빙건강체험한마당, 도.농 어울림 한마당의 다섯 분야에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채워진 큰 행사였다고 들었다. 규모와 종류에서는 우리나라의 어떤 축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뿐이다. 특별한 축제 콘셉트나 아이디어 없이 연예인 공연으로 손님을 불러 모으고 먹고 마시고 하는 대한민국의 1176개의 축제들과 다른 점이 없는 것이다.

용인시민축제에 대한 평가를 보니 행사의 진행의 미숙함이나 위치 등에 대한 불만 등 행정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좀 더 근본적인, 축제의 성격에 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공공기관이 주체가 되는 대규모의 축제가 아닌, 주최와 운영, 홍보의 중심을 지역주민들이 맡아야 한다.

손님이 아닌 주최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주민들이 함께 기획, 진행, 운영을 맡아서 공동체를 단단하게 한다는 애초의 목적에 부합하는 축제를 하루 빨리 볼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유경희 시민기자 (외대부속외고 영어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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