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초나무 잎을 먹으며 네 번의 허물을 벗고 5령이 되어 녹색으로 변한 호랑나비 애벌레

▲ 버거(위키백과사전에서 퍼옴)

산초나무에서 애벌레를 만났다. 호랑나비 애벌레다. 호랑나비 애벌레는 산초나무, 탱자나무, 귤나무 등 운향과 식물을 좋아한다. 호랑나비 외에 제비나비, 긴꼬리제비나비 애벌레 등도 이 나무를 좋아한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식이 다르듯 곤충에게도 특별히 좋아하는 먹이식물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호랑나비 암컷은 애벌레가 먹고 자랄 산초나무 어린잎에 알을 낳는다.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그 잎을 먹고 자라면서 여러 번 허물벗기를 한다. 얼마만큼 시간이 지나면 애벌레는 허물을 벗고 번데기가 된다. 다시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번데기에서 빠져나와 어른벌레가 된다. 그런 다음 날개가 펴지길 기다렸다가 굳어지면 날아간다.


  나비가 되어가는 이 모든 과정이 산초나무에서 이루어진다. 어른이 된 암컷은 짝짓기 후 알 낳을 때가 되면 어릴 때 먹고 자란 먹이식물의 맛이 그리워져서 다시 산초나무를 찾아가 거기에다 알을 낳는다고 한다.


  사람도 그럴 때가 있다. 아프거나 혹은 입덧할 때, 예전에 맛나게 먹었던 거나 어릴 때 좋아하던 음식을 먹으면 나아지는 경우 말이다. 나도 그렇다. 경북지방에서 자란 나는 콩잎 반찬을 무척 좋아했는데 어른이 되어서도 ‘콩잎물김치’ 생각이 참 많이 난다. 내가 직접 담근 건 어머니의 손맛 근처에도 가지 못하지만 얼핏 흉내만 낸 것이라도 얼마나 맛나는지!


  요즘 어린이들은 어떨까. 이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었을 때 그들은 어떤 음식이 그리워질까. 산초나무 이야기를 들려주기 전에 좋아하는 음식이 뭔지 물어보면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피자, 햄버거, 치킨 등을 꼽는다.


  언제부턴가 정크푸드(칼로리는 높으나 건강에는 좋지 않은 인스턴트식품) 천국, 비만천국이라 불리어지고 있는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간식에서 패스트푸드(즉석식)가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높다. 어린이건강을 해치는 주범이 바로 그 ‘패스트푸드’인데도 말이다.


  16일은 ‘안티맥도날드데이’다. 1985년 10월 16일 세계적인 환경운동단체 그린피스가, 건강에 해로운 음식을 생산하고, 환경을 파괴하여 일회용품을 마구 만들어 쓰고, 동물학대마저도 서슴지 않는 다국적 기업 맥도날드에 대해 그 책임을 경고한 날.


  이 운동이 시작된 지 20여 년이 지났음에도 패스트푸드는 여전히 세력이 확장되고 있다. 여전히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손꼽힌다. 패스트푸드에 대한 호감이 이제 곧 대를 물리게 되는 건 아닌지 두려울 지경이다.


  패스트푸드, 광우병쇠고기에 이어 요즘은 분유에서 시작된 멜라민 문제가 과자, 야채 등으로까지 확산되어 온 나라를 들끓게 하고 있다. 심각한 문제임을 인식시켜주는 언론의 집중조명 덕분에 멜라민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온통 촉각을 곤두세운 채 경계태세이다. 꼭 먹을 수밖에 없는 음식까지 낱낱이 살피고 가려가며 먹어야 한다니! 먹을거리에 대해 ‘고마움’보다는 ‘두려움’을 느끼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이 새삼 실감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스트푸드는 이미 생활 속으로 은근슬쩍 파고들어버렸다. 너무 익숙해져버린 탓에 사람들은 멜라민만큼 공포감을 느끼지도 않는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때로는 ‘수용’이 ‘공포’보다도 더 무서운 건 아닌지.


  산초나무 잎을 먹고 자란 애벌레도 나비가 되어 다시 그 나무를 찾아오는데 나중에 우리 아이들은 먹을거리에 대한 향수를 어디에다 어떻게 풀어놓게 될까, 향긋한 산초의 냄새를 맡고 돌아 나오는데도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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