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갑자기 우리 어디 갈까 하며 나선 한택식물원 가는 길, 용인시외버스터미널(13번홈)에서 3시 출발하는 10-4번 버스를 탔다.

오늘 함께한 길동무는 초등학교 3학년, 혼자 다니는 내가 드물게 함께 여행을 가장 많이 한 여행친구다. 부엉이 박물관도 함께 갔었고, 담양 대나무골 테마공원, 서산 마애불과 개심사, 내소사도 함께 여행했다.

마평동과 송담대, 운학리를 지나 와우정사를 향하는데 다음 내릴 곳이 ‘별미’라는 안내방송이 나오니까 아이가 쿡쿡 우습단다.

곱든 고개를 넘어 원삼면을 지나고 백암으로 들어선 버스는 동네를 굽이굽이 돌고 사람들이 내리고 탄다.

“율곡? 이모, 율곡이래.”

“혹시 밤 율자를 쓰는 그 율곡인지도 모르겠다. 율곡 이이 라는 분도 밤나무 아래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그런 별칭을 쓰거든. 이 동네에도 밤나무가 그만큼 많을 수 있고.”

“그래?”

조금 더 가니까 이번엔 ‘장기’라는 정류장 이름이 나온다. 아이는 또 웃는다.
버스는 1시간 여 만에 한택식물원에 닿았고 내린 사람은 우리 둘뿐이었는데 주차장엔 승용차들이 많다.
늦은 오후에 물들어가고 있는 나무들과 가을꽃들의 은근한 향기가 느껴진다. 전에 보성차밭을 이즈음에 갔다가 했던 생각인데 식물원 곳곳에서도 보라색의 꽃이 많이 보여서 가을꽃은 유난히 보라색이 많은 것 같다고 했더니 아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식물원에 들어올 때 가지고 온 ‘한택식물원 가을 페스티발(10. 3. ~ 11. 9.)’ 안내장에 있는 재미있는 스템프 놀이-식물원 곳곳에 설치된 가을 스템프 4개를 찾아서 모두 찍어오면 기념품(야생화 씨앗)을 주는 것을 하려고 아이들은 스템프를 찾아 왔던 길을 되짚어 가기도 한다. 전망대를 갈 때까지 한 개의 스템프도 찾지 못한 우리는 모르고 지나쳐 온 거 아닌가 싶어 아쉬워 하다가 드디어 국화 스템프를 찍으며 좋아했다.

빨간 열매와 노란 열매가 잔뜩 매달린 나무, 예쁘게 핀 색색의 꽃들, 머리털을 멋지게 흔들고 서있는 억새들, 아이는 사진도 찍고 나머지 3개의 스템프(단풍나무, 억새, 계수나무)도 찾아 찍느라 해가 기울어 쌀쌀해졌는데 추운 줄 모른다. 이상하게 읽히는 긴 이름의 꽃 이름을 보더니 공룡 이름 같다며 우리나라의 사람 이름 같은 미선나무, 명자나무 같은 이름이 읽기에도 기억하기에도 더 좋단다.

5시가 좀 넘었는데 벌써 어둑어둑해지는 식물원을 나와서 스템프 찍은 것을 보여주고 야생화 씨앗을 받았다. 배가 고프다는 아이와 함께 꽃산채비빔밥과 불고기 뚝배기를 먹었다.

배가 든든해져서 가본 정류장에는 밝게 비춰줄 등도 없고 버스시간표도 붙어 있지 않아서 아쉬웠다.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적은 것인지 다른 이유인지 아주 작은 배려조차 하지 않은 느낌이다. 정류장과 좀 떨어져서 가로등이 켜져 있기는 하지만 앉아서 기다리는 정류장은 막상 어두워 아이가 무서워했다. 결국 전화를 해서 알아보니 6시50분 버스가 있다고 해서 남은 시간동안 수생식물원을 걷기로 했다. 연꽃과 수련을 구분해 놓은 안내판 등을 읽으며 땅거미가 내려앉는 저녁 무렵을 천천히 걸었다.

불현듯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는 식물원, 자기가 사는 고장의 지명을 새삼스럽게 들으며 재미있어하며 오갈 수 있으니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과학>, <사회> 과목 수업이 될 수도 있다. 다만 버스 시간표는 적어 가도록, 한택식물원 홈페이지의 오시는 길을 찾아보면 버스시간표가 안내되어 있다.

(용인시에 거주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건강보험증, 주민등록등본 등을 가지고 가면 입장료를 할인받을 수 있다.)

아이의 웃음이 꽃만큼 예쁘다

 

한택식물원 나무

아이가 찍은 한택식물원 억새

억새원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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