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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들이 다 어디로 갔을까

 

   
▲ 도토리 등 먹이를 모으러 다니고 있는 다람쥐

"산의 도토리와 밤은 동물들의 겨울식량이니 채취를 자제해 주세요!"


요즘 산에 가보면 이렇게 쓰인 플래카드가 들머리마다 걸려 있다. 숲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상수리, 신갈, 떡갈, 졸참, 갈참, 굴참나무 등 참나무과(科) 나무에 열리는 도토리. ‘도토리 키 재기’란 말처럼 나무는 서로 달라도 생긴 모양과 크기는 다 고만고만한 열매들이다. 그런데 그 작은 도토리들이 다 어디로 갔기에, 밤이 어디로 갔기에…….


우리나라 텃새 중에 얼룩무늬 머리에 파란 날개깃을 한 ‘어치’라는 새가 있다. 다람쥐는 다 알 것이다. 이맘때쯤 어치와 다람쥐는 도토리를 열심히 모은다. 겨울식량으로 쓰기 위해서다. 부지런히 모아서 숨겨놓았다가 나중에 추워지면 땅을 파헤쳐 그것을 찾아먹는다. 알고 보면 재밌는 일도 있다. 이 친구들은, 자기들이 숨겨놓고도 못 찾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 어치와 다람쥐가 숨겨놓은 도토리를 눈 내린 추운 겨울에 청설모가 찾아가기도 한다.


그나마 그들이 찾지 못한 도토리 중 몇몇은 다음 해 봄에 어린 싹으로 돋아난다. 도토리가 열리는 나무들은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고, 동물들은 도토리를 땅에 묻어 보관해 줌으로써 다음 해의 싹을 틔워주는 것이 숲의 생리라고나 할까. 그런데 숲 속 동물들의 먹이가 부족하다고 한다. 사람들이 도토리와 밤을 나무째 털어서 주워가기 때문이라나!


얼마 전 인터넷에 동영상 하나가 떴다. 한 네티즌이 매미를 먹고 있는 다람쥐의 모습을 현장 촬영한 것이었다. 조회 수며, 댓글의 개수가 순식간에 세 자리 수를 넘어섰다. 멋져서가 아닌, 그저 신기해서 일어난 현상이었다. 초식동물인 다람쥐가 매미를 먹고 있다니, 누구라도 놀랄 수밖에. 사람들의 반응은 저마다 달랐다. 너무 놀랍다는 사람, 변한 환경을 탓하는 사람, 무섭다는 사람, 식성도 변할 수 있다며 담담해하는 사람.


한때 평화를 상징하던 비둘기가 골치 아픈 무리로 몰리는 경우, 아침에 울면 반가운 소식이 올 거라 여겨지던 까치가 요즘 들어 농작물에 해를 끼치는 새로 이름을 날리는 경우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먹이가 풍족하기 않은 도시에서 아슬아슬하게 삶을 이어가는 도시새들의 생존본능이 사람들로 하여금 저들을 경계하게 만들었듯, 어여쁘던 다람쥐도 그런 동물의 범주 속으로 들어가려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지난 주말에 어린이들과 함께 하는 자연학교가 있었다. ‘도토리팽이’를 만들어 놀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산에 올라갔다가 허탕을 쳤다. 열 명 남짓 올라갔는데 발견한 도토리는 겨우 한 알. 아이들의 아쉬워하는 모습도 딱했지만 다람쥐가 더 걱정이었다. 어치나 청설모도 물론. 도토리가 저렇게 씨가 말랐으니 숲속 동물들은 뭘 먹고 사나. 꼭 도토리만 먹고 사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무거나 더 먹으려 들 텐데. 사람들 스스로 그렇게 만들어놓고는 이제 곧 까치나 비둘기처럼 경계하려 들 것이다. 숲에 침범해 나무를 털고 열매를 싹쓸이해 주워가는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질수록 그들 또한 제2의 까치, 제3의 비둘기가 되지 말란 법은 없지 않겠나.


땡글땡글 여물어가는 열매, 이제 식물들은 저마다의 전략으로 씨앗을 퍼뜨릴 것이다. 바람에 날려서, 동물의 몸에 붙어서, 새의 먹이가 되어서, 아니면 제 힘으로 터뜨리는 꼬투리의 힘에 의해서……. 사람이 건드리지만 않는다면 숲은 그렇게, 일부는 다른 생명과 더불어 나누는 것으로, 일부는 스스로의 존재를 위해 다음해를 준비하는 것으로 그들의 쓰임에 최선을 다할 것이건만!


사람들이 숲으로 와서 뭔가를 버리고 간 흔적보다 깨끗이 거두어 가버린 흔적이 더 걱정스러워지는 계절, 가을이다.

   
▲ 밤송이를 한 자루 줏어와서 까는데 열중하고 있는 사람들. 가을들어 숲에서 흔히 볼 수 있다.


   
▲ 누군가 도토리를 줏어와 씻은 다음 햇볕에 널어놓았다.


이정현 시민기자  nanum8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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