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교직생활 마감 죽전 대현초 김성근 교장

죽전 대현초 김성근 교장이 편견을 버리고 ‘능력과 성실함’을 기준으로 초등학교 영양교사를 채용한 결단은 아직도 가슴에 교훈으로 남는다.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돼 휠체어를 탄 영양사를 채용하면서 학교는 달라졌고 그 변화는 사람들에게 전이됐다.

교단에 서는 동안 ‘자기 자신의 발전’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 김 교장은 ‘장애’라는 편견을 먼저 생각하지 않았다. “그분과의 인연은 즐거웠어요. 자기소개서에 할 수 있는 일을 자세히 적었는데 그분의 진심을 읽을 수 있었죠. 장애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은 없어요. 그분이 학교에 온 뒤 학생들도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죠. 모르고 있던 것도 깨우치게 되고…”

편견 없는 선택으로 한 사람이 능력을 펼칠 수 있게 했던 김 교장 역시 지난 8월31일 39년간 몸담은 교직생활을 마감했다. 김 교장은 교직생활 중에 그 일을 잊지 못한다고 회고하면서 “공교육 현장에는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며 “공교육을 위해 애쓰는 교직원이 있고 희망이 있으니 믿음을 갖고 지켜봐 달라”는 당부를 덧붙였다.

# 교직생활은 내 인생의 황금기
1969년 강원도 영월의 탄광촌에서 교직생활을 시작한 김 교장은 39년을 ‘내 인생의 황금기’로 압축했다.
“짐을 싸다보니까 속이 상하네요. 예전에는 짐을 싸 다른 학교로 옮겼지만 이제 마지막 짐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냥 뻥 차버리고 안했죠. 하하.”

정년퇴임을 하루 남겨 놓은 김 교장은 짐 정리를 하느라 분주했다.  김 교장은 “돌이켜 생각을 해 봐도 잘못한 일이 많은 것 같다”며 “ 저 때문에 심적 고통을 받은 사람이 있었을 텐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고 했다.

운동장에서 뛰어놀며 재잘대는 아이들을 바라볼 때 가장 즐거웠다는 김 교장은 매일 아침 탄천을 걸으며 만났던 아이들과 인사를 나눌 수 없는 것에 아쉬워했다.  


“불편한 마음으로 출근한 날도 학교에 들어서기만 하면 세상을 사는 시름이 몽땅 잊혀지도록 학교와 아이들이 좋았어요. 저의 교직생활은 행복한 삶 그 자체였죠. 이렇게 죽전 대현초가 종착역이 된 것은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교장으로 퇴직한 것 또한 감사하는 김 교장은 공교육의 희망을 역설했다.

김 교장은 “사교육에서 선행학습을 하니까 학교 공부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교육계를 바라보는 눈이 곱지 못한 것도 알고 있다”며 “그러나 묵묵히 일하는 교직원이 대다수며 학교를 비난하기보다 지켜보는 마음도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장 역시 고등학교에 다니는 늦둥이를 학원에 보내지 않으려 하지만 현실은 좀 다르다며 씁쓸해 했다.
어린애 같다는 말이 자랑스럽다는 김 교장은 이제 ‘또 다른 시작’을 계획하고 있다. “자유인이죠. 책을 더 많이 읽고 산도 다니고, 여행도 떠나볼 생각입니다.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싶어요.”

비록 교직은 떠났지만 학교를 바라보는 애정이 더욱 깊어진 김 교장.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는 문제가 아닙니다.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는 인간관계가 중요하죠. 인간관계가 원만해야 무슨 일이든 술술 풀리니까요. 자기만 잘났다는 것은 없습니다.”

교직에서 보여줬던 김 교장의 교육철학이 다음 교육자에게, 그 다음 교육자에게로 이어진다면 공교육의 미래는 더욱 밝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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