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붉은머리오목눈이알
경안천에서 본 붉은머리오목눈이의 알은 모두 두 개입니다. 보통 3-5개 정도 낳는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지금 산란중일 겁니다. 조금 더 지켜보면 재미있는(?) 장면을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바로 지금이 뻐꾸기가 탁란(托卵-조류가 다른 조류의 둥지에 알을 맡기는 일)을 할 시기거든요.

뻐꾸기는 우리나라에선 낮은 지대의 산림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름철새입니다. 보통 5-8월경에 산란을 하는데 스스로 둥지를 만들지 않고 자신보다 작은 붉은머리오목눈이나 때까치, 멧새, 종달새 등의 둥지에 알을 낳습니다. 뻐꾸기가 낳은 알은 가짜 어미(대리모)에게 보호를 받다가 10-12일 정도 지나면 부화를 합니다. 그리고 대리모로부터 먹이를 받아먹다가 한 달 정도 되면 둥지를 떠난다고 합니다.

뻐꾸기 새끼는 대리모들의 알보다 먼저 부화를 합니다. 부화한 뻐꾸기 새끼는 아직 부화하지 않은 대리모의 알을 둥지 밖으로 밀어내고 둥지를 차지하게 됩니다. 잔인하기도 하고 비참하기도 하고, 자연의 또 다른 신비입니다.

뻐꾸기가 둥지를 만들지 않고 탁란을 하는 이유는 뭘까요? 게을러서일까요? 아니면 원래 염치가 없어서일까요? 정확한 이유야 알 수 없지만 생존을 위한 최선의 선택임은 분명합니다. 이 선택에는 정확한 판단과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자신이 탁란할 둥지를 지속적으로 관찰하지 않으면 후손의 목숨은 보장할 수 없습니다.
뻐꾸기는 탁란할 붉은머리오목눈이의 둥지를 눈여겨봅니다. 그리고 때가 되기를 기다립니다. 붉은머리오목눈이가 알을 두 개 정도 낳은 때가 바로 적기입니다. 만약 붉은머리오목눈이가 알을 낳지 않은 빈 둥지에 자신의 알을 낳거나 혹은 이미 알을 다 낳은 둥지에 알을 낳는다면 뻐꾸기 알은 부화하기 힘듭니다. 생존을 위해선 정확한 타이밍이 필수입니다.

한편 붉은머리오목눈이는 왜 뻐꾸기의 알을 부화시키고 먹이까지 물어다 줄까요? 자신이 낳은 알을 둥지에서 밀어내는 원수(?)같은 녀석을 왜 먹여 살리는 것일까요? 붉은머리오목눈이는 멍청이일까요? 아니면 원수도 사랑하는 박애주의자일까요? 어떤 이는 이런 현상을 두고 붉은머리오목눈이가 뻐꾸기에게 속는 것이라고 합니다. 보통 알을 두 개 정도 낳았을 때 뻐꾸기가 둥지에 알을 낳으면 그것을 자신의 알이라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런 탁란을 방지하기 위해 붉은머리오목눈이도 나름대로 방법을 찾는데 알 색을 달리해서 낳는다는 겁니다.

붉은머리오묵눈이가 가끔 하얀색 알을 낳기도 하는데 그런 이유 때문이라는 겁니다. 이유야 어쨌든 뻐꾸기는 붉은머리오목눈이의 둥지에 알을 낳고 붉은머리오목눈이는 자신보다 열 배나 큰 뻐꾸기의 새끼를 키웁니다. 두 새를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을 보면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더 오래 지속될 것입니다.
뻐꾸기가 탁란을 하는 것이나 붉은머리오목눈이가 대리모의 역할을 감당하는 것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개체 수 조절을 위한 자연의 선택이든, 서로 속고 속이는 것이든, 엄연한 사실은 바로 지금도 뻐꾸기는 탁란할 둥지를 엿보고 있고 붉은머리오목눈이는 밉살스런 뻐꾸기 새끼를 키운다는 겁니다. 그저 자연의 신비라고 할 밖에요.

오늘 경안천 상류에서 붉은머리오목눈이의 비취색 알을 봤습니다. 고려청자 빛을 고스란히 간직한 신비로운 빛깔의 알을 봤습니다. 고려청자의 신비로운 빛의 비밀이 아직 풀리는 않은 것처럼 붉은머리오목눈이와 뻐꾸기의 관계도 자연의 비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손윤한(생태활동가·http://kr.blog.yohoo.com/seoya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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