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고시텔 화재 희생자 7명 장례식 치러

지난달 25일 오전 1시 25분경에 일어난 처인구 용인타워에서 발생한 고시텔 화재로 7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 주거공간으로 변질되는 고시텔이 화재 사각지대임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러나 관련법의 부재로 화재의 사각지대에 놓인 고실텔이나 한단계 발전한 리빙텔을 찾는 사람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이미 우리 생활 속 깊숙이 들어와 있는 고시텔 현장을 직접 찾아가 보았다.

화재로 목숨을 앗아간 희생자 유가족들은 합동분향소가 있는 용인세브란스병원에서 유가족 대책위원회를 구성, 향후 대책을 강구하고 지난달 31일 유가족간 합의로 합동 장례를 치렀다. 이에 앞서 지난달 29일 고 정찬영(26)씨의 유가족들은 먼저 장례를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장례를 치른 희생자는 강정혜(51), 김병근(42) 이병철(38), 이영섭(36), 권순환(26)씨 등 5명으로 수원 승화원에서 화장했다. 또한 4일 조선족 고 이철수(45)씨 유가족이 한국에 도착해 서울병원을 찾아 마지막 장례를 치렀다. 유가족들은 고시텔 화재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과 화재에 무방비로 노출된 데 대한 분노하며 오열 속에 희생자들을 다른 세상으로 떠나보냈다.
 
# 말뿐인 소방안전관리

용인타워 고시텔(9-10층)이 소방안전 점검에 합격한 것으로 드러나 소방안전관리 기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용인소방서는 이에 대해“소방안전 관련 자격증을 가진 특정 자격을 갖춘 안전관리 사업자에게 허가를 내줘 실질적으로는 안전관리 사업자가 소방안전 점검을 하며 관리하고 있다”말했다.

이 관계자는 “소방서는 안전관리 사업자가 관리하는 점검표를 확인해 시정 조치 및 현황을 파악하기 때문에 안전관리 사업자의 점검표를 믿을 수밖에 없다”고 말해 소방 안전 점검이 서류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관계자는 “인력이 부족한 소방서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해명하며 “이같은 관리체계는 선진 소방 운영 시스템”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처인구 건축과 담당자는“고시텔을 숙박업소나 기숙사 등으로 분류해 법률로 정할 경우 관리 규제가 더 복잡해 질 뿐”이라며“고시원업 안전 관리에 대한 개정 법률안이 국회에 계류됐으나 회기 내 처리를 못해 자동 폐기돼 고시텔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관리 법률이 있어야 시에서도 적극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또 다른 이름 리빙텔

최근에는 고시텔에서 진화한 리빙텔이 대학가 등을 중심으로 성업중에 있다. 리빙텔은 몇 년 전부터 고시텔 화재가 해마다 끊임없이 발생하자‘웰빙형 고시원’으로 리모델링 해 기존 고시텔 시설에서 한 층 더 업그레이드 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집값이 비싼 서울을 중심으로 한 리빙텔은 임대료가 싼데다 고급 편의 시설까지 갖춰져 있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3일 단국대 인근 기흥구 보정동 일대에 있는 고급형 A리빙텔을 방문했다. 이곳에는 복도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어 일반 고시텔과는 달랐다. 지난달 25일 발생한 고시텔 화재에 대해 A리빙텔 사장은“옛날에 지은 구 건물에나 있는 일”이라며“요즘은 안전하지 않으면 이용자들이 안 들어온다”고 말했다.

인근에 있는 또 다른 B리빙텔은 리모델링한지 2년 됐음에도 깨끗하고 쾌적한 편의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일반 고시텔처럼 벌집구조에 6.6㎡ 남짓한 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지만 침대, 고급 샤워실 겸 화장실, 옷 행거, 책상, 냉장고, 케이블TV, 무료 고속인터넷 , 트럼세탁기, 무료 세제 등이 방마다 비치돼 있었다.

▲ 기흥구 신갈동의 한 고시텔.(이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공유시설로 주방공간에 전자렌지 가스렌지 토스트기 등 취사도구가 있었으며, 라면 밥 김치 계란 등의 음식이 무료로 제공되고 있을 정도로 사실상 오피스텔 기능을 하고 있었다. 전기세 수도세 일절 없이 월 이용료는 하루 1만원 꼴인 한달에 30만원 대였다.

친구와 함께 리빙텔에 지낸다는 김모(21)씨는“빌라 등 주택에 자취하는 것보다 훨씬 깨끗하고 밥·라면 등이 무료로 제공돼 식사도 편하고 한 학기 정도 지내기에 좋다”고 말했다. B리빙텔의 경우 내부 인테리어를 불에 타지 않는 대리석 등으로 꾸몄으며 스프링클러를 각 방과 복도에 설치해 놓고 있었다.
관련 법규와 별개로 영업주 스스로 이용자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 변화하고 있었다.

# 더 싼 곳으로 몰려

대학가 주변 리빙텔과 달리 기존 고시텔은 이번 사고가 발생한 용인타워 고시텔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기흥구 신갈동 일대에는 10년 넘은 낡은 건물에 고시텔을 밀집해 있었다. 건물이 낡고 화재에 취약해 이용자가 적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가격이 저렴해 일용직 노동자 등 고시텔을 찾는 이용자가 많아 빈 방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

신갈동의 C고시텔은 나무합판으로 덧붙인 내부에 벽 여기저기 못 박음질로 벽지가 찢겨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화재가 난다면 순식간에 불이 번질 거란 생각에 아찔했다. 주방 공간 벽에는 검게 곰팡이가 피어 위생 상태는 말할 것도 없고, 다닥다닥 붙어 있는 방 중간 복도 폭은 1m도 채 안 돼 양쪽에서 문을 열고 나오면 문끼리 부딪혀 일상생활에도 불편해 보였다.

여름은 에어컨과 같은 냉방기구가 아닌 선풍기에 의존하지만 난방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겨울에는 난방 열기구 등으로 화재위험에 노출되는 심각한 상태였다. 또한 기자가 찾은 낡은 고시텔은 대부분 관리자가 자리를 비워 그나마 전화로 연락해 나오면 다행인 정도였다. 관리자가 고시텔에 잘 있지 않아 화재와 같은 위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인명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얼마 전 직장을 그만둔 김모(27)씨는“좀 더럽고 낡았지만 싸니까 지낼 만하다. 이 근방에서 18만원에 지낼 수 있는 곳은 여기 뿐”이라며 나름대로 만족해하고 있었다. 고시텔 화재 우려에 대해 걱정되지 않냐고 묻자“당장은 달리 옮겨 갈만한 더 싼 곳도 없다”고 말해 화재에 대한 불안 속에서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안전에 무감각해진 고시텔 이용자들이 낡을수록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 때문에 낡은 고시텔로 몰리는 기현상을 낳으며 화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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