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사는 용인을 위한 이동권이야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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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1. 장애인 이동권의 현실을 말해 본다 - 허울뿐인 저상버스 운용실태

2. 교통약자를 위한 계획 없는 도시, 용인의 자화상 -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은 의뢰중?

3. 대안은 없는가? - 교통약자 위한 시조례 제정의 당위와 그 방안

지난호 기사에서 지적된 저상버스의 ‘배차간격’에 관한 문제는 이미 4월11일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 중간보고회 당시 시에서 연구용역결과를 바탕으로 제출한 문건에 있었다. 하지만 인터뷰 결과 시 담당자는 그러한 사실 조차 모르고 있었다. 용역업체에 의뢰해 완성된 보고서를 시당국은 제대로 읽어보기나 하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 저상버스 운영실태에 대한 문제점을 연구용역보고서에서 지적하고 있지만 정작 시 담당자는 중간 보고서가 제출돼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그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 교통약자 생명의 위험 무릎쓰고 차도로 다녀

#1 전동스쿠터를 타고 다니는 김건석(42·동백동)씨는 인도를 이용하지 않고 거의 차도를 이용한다. 이유는 인도가 너무 협소하고 울퉁불퉁하기 때문.

“바퀴가 망가지는건 부지기수고 아예 다니지 못하는 곳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차도를 이용하게 되지요. 머, 위험한 건 항상 감수하지만 다치지나 않았음 하죠..”

지난 12월 차와 충돌하는 사고를 당해 크게 고생했다는 김씨, 김씨의 사고는 결코 우연이 아닌 필연의 결과였다.

#2 뇌병변으로 몸이 불편한 이진무(29·신원2리)씨는 얼마전 용인시민신문이 개최한 UCC공모전에 참여했다. 매일 들리는 장애인복지관으로 향하는 길이 너무 위험해 그 사실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서였다. 우수작으로 선정된 이진무씨의 작품엔 보도가 없어 위험하게 길을 걷는 이씨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공모전 참가 이유를 묻자 이씨는 상기된 어조로 말한다.

“그곳을 다니며 겪는 어려움이야 일상이 되었죠. 하지만 경전철과 같은 큰 공사를 하면서도 이런 작은 도로 하나 정비를 못하는 것에 화가 나더군요. 주민들이 민원을 넣었어도 3년 후에나 고쳐준다 했다던데, 경전철 같은 큰 공사는 잘하면서 인도하나 정비하는게 그렇게 힘든 일인가요?”

휠체어 등의 이용자가 많은 장애인 복지관 앞 도로가 이렇게 방치되고 있는 모습은 용인의 당연한 모습 중 하나일까?

교통약자들의 이동권 문제은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생명과 직결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우리 지역사회의 문제의식은 서툴기 그지없다.

▲ 전동휠체어를 탄 한 시민이 협소한 이도를 피해 차도로 달리고 있다.

≫용인시 대화시도 조차없어

지난 2001년 서울의 오이도 역에선 전동휠체어 이용자가 휠체어 리프트에서 떨어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이동권에 대한 문제를 생존과 직결된 것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시민사회는 그 사건을 계기로 치열한 이동권운동을 벌여 나갔다. 4년여의 걸친 시민사회 의 노력은 결국 2005년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의 제정을 이끌어 내었고 이를 계기로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 확보를 위한 기본 토대가 마련될 수 있었다.

이 법에 의하면 교통시설 및 수단에 있어 중앙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는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계획을 5개년 단위로 수립하게끔 되어있다. 교통약자의 권리에 대해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접근했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너무 지방자치단체의 자율권을 보장함으로써 법의 강제성이 약하다는 비판도 받고 있는 부분도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의지에 따라 이동권의 보장이 고무줄처럼 늘고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 법률과 시행규칙 등에 의하면 용인시 역시 지방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계획을 수립, 2008년까지 경기도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주변 도시에 비해 열악한 이동환경을 가진 용인시는 과연 현실에 걸맞는 계획을 모색하고 있는 것일까? 본래 금년 5월까지 5개년 계획을 완성하겠다던 시는 7월을 넘기고 있는 지금까지도 연구용역회사의 연구지연만을 핑계 댈 뿐 교통약자들과의 어떠한 대화도 시도하고 있지 않은 채 여유를 부리고 있다.

▲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계획에 당사자가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우려하고 있는 용인IL센터 노승돈 소장(사진왼쪽)과 시각장애인협회 한남두 회장(사진 오른쪽)
≫ 말뿐인법 ‘요식행위’ 아닌지

“요식행위라고 봅니다.”
지난 4월 용인시에서 주최한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계획 중간보고회를 다녀온 한 장애인 협회장의 말이다.

용인시는 4월 11일 연구용역회사(진화기술공사)에서 제출한 중간보고서를 바탕으로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계획 중간보고회를 가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들의 참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체·시각 두 협회장만이 초대되어 소위 전문가들의 말을 듣고 온 것이 전부. 이웃한 성남시와 수원시가 보고회 전 각 학교, 공공단체, 시민단체 등에 공문을 보내며 다양한 시민단체의 참여를 유도한 것에 비하면 너무도 비교되는 부분이다.

당사자로서 참여한 이들 역시 “우리는 보고를 듣고 온 것뿐이었다. 보고회 전이나 후나 어떤 추가적인 진행사항도 들은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시는 중간보고회 이후 당사자단체 대표들에게 연구과정에 대한 어떠한 보고나 협의를 따로 하지 않았다.

이웃한 서울시가 지난 4월부터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위원회를 만들어 관계 당사자들을 참여시킴은 물론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회의를 벌써 일곱 번이나 가진 것에 비하면 너무도 비교되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당시 보고회에 참여했던 용인시 시각장애인협회 한남두회장은 “전문가들이라고 온 사람들이 있었지만 장애를 가진 당사자 만큼 알 수는 없는 것이다. 내가 8년 동안 단체활동을 하면서 시가 당사자를 초청해 의견을 들은 적이 단 한 번이 없었다. 이번 역시 내가 보기엔 요식행위로 밖에는 볼 수 없는 것이었다.”고 말하며 “계획이 어떻게 세워질지는 모르겠지만 당사자의 참여 없는 계획은 보나마나 한 것”이라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지난 3월부터 교통약자를 위한 시 조례 제정을 위해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용인IL센터 노승돈 소장은 더욱 어이가 없다. 시에서 이동편의증진계획을 진행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 노 소장은 “교통약자를 위한 장기계획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그런데 그런 중대한 사안을 준비하면서 장애당사자들의 참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또한 “연구용역회사에서 실태 조사 등을 했다지만 편의시설의 설계는 최약자를 염두에 두고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며 전체 교통약자를 위한 현실적인 방안이 모색되고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 연구용역을 담당하고 있는 진화기술공사에 확인한 결과 장애 당사자에 대한 의견수렴은 설문이나 극히 일부 장애유형에 대한 동행조사에 한정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회장과 노소장의 고민이 기우이기만을 바래야 하는 것일까?


≫ 시민사회 소통의 문제로

시는 오는 10월 중으로 관련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계획을 마무리 짓고 경기도 승인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연구용역사에 의하면 보고서가 9월중으로 완성될 예정이라 하니 약 한달여에 걸쳐 주민의견절차를 마무리 짓겠다는 것이다. 해당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과연 그 안에 조율할 수 있을까? 당사자들의 적극적인 의견개진과 협의의 과정이 없다면 이번에 세워질 계획 역시 ‘탁상공론’적인 계획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인데 말이다.

“이동권은 사회구성원간 소통을 위한 기본조건입니다. 교육, 직업 등 모든 사회활동이 보장되어도 이동할 수 없으면 허사죠. 그래서 이동권이 중요합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 제정 운동에 함께 했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최강민 국장은 이동권은 사회구성원간 소통을 위한 기본토양이라고 강조하며 교통약자 당사자와 시민사회의 보다 능동적인 실천을 주문한다. “법이 제정되기 까지는 수많은 시민사회의 노력의 과정이 있었습니다. 지역사회의 당사자와 시민단체들이 하나가 되어 조례 제정 등 실질적 행동에 참여해야만 합니다. 그런 노력 없이 행정당국만 믿는 다는 것은 너무도 어리석은 것입니다.”

이제 ‘이동권’ 문제는 행정당국의 불성실만을 탓할 때가 아니라 용인 시민사회 ‘소통’에 책임있는 모든 이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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