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도전 나선 일흔여덟 한수남씨

▲ 한수남 시민기자
“역사 없는 민족은 불행한 민족이라고 생각해요. 근대사를 몸소 겪은 사람으로서 다음 세대의 주인공인 어린이들에게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알려주고 싶어요.”

요즘 젊은이들에게 역사가 너무 쉽게 잊혀져가는 것이 안타까워 자신의 산 경험을 들려주고 싶어서 용인시민신문 제1기 시민기자로 나서게 되었다는 한수남(78.처인구 원삼면 맹리)씨. 이미 시민기자 활동을 시작한 한 씨는 “광복이며 한국전쟁이며 내가 그 시대를 살아왔기에 말할 수 있는 일”이라며 “험한 사람으로부터 직접 듣는 이야기는 책으로 읽는 것과는 또 다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 씨가 시민기자단에 함께 하게 된 것은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용인시민신문과의 인연 덕분이다. 수년 전 함승태(용인시민신문 편집국장) 씨가 소일 삼아 써두었던 그의 자서전을 우연히 본 뒤 그 글을 신문에 연재하면서 시작됐다. 한 씨의 자서전 ‘한수남의 남새밭에서’는 일본에서 갓 나와 한국말도, 한국풍속도 낯설기만 했던 젊은 시절 상황을 생생하게 기록한 자전적 이야기이다. 비록 필자 사정으로 연재가 중도에 중단되긴 했지만 온라인신문에 실리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렇지만 당시의 상황을 너무 사실적으로 그린 것이 시댁에 알려지면서 마음이 불편해진 한 씨가 신문사로 연락, 게재 중단을 요청하기에 이르렀고, 자서전 연재는 거기서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맺은 인연으로 한 씨는 이후에도 수필, 여행기 등을 종종 남기는 기고가로 남게 되었다.

정년퇴임 후 용인으로 내려오면서 지금 살고 있는 원삼 맹리에 자리 잡은 지 15년. 이제 시민기자로서 더 많은 용인시민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는 한 씨의 바람은 소박하다.

“나이가 있어서 능동적으로 행동할 수는 없으니 이젠 글로써 세상을 만나야지요. 하고 싶은 말, 쓰고 싶은 글이 지역 신문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질 수 있다면 그것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한 씨는 일본 요리책을 번역해 기사로 만들어 싣는 등 한국전쟁 당시 1년여 동안 부산일보 문화부 기자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자라면서 문학에 관심이 많았지만 아버지의 영향으로 상대를 졸업, 평생 동안 직장에서 세무담당 일을 맡아보았다”고 지난 세월을 더듬었다. 그는 “일본에 있을 때부터 시(詩) 동호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시 쓰는 작업을 계속해온 영향이었는지 시를 사랑하는 마음, 글을 쓰고 싶은 갈망을 버릴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한 씨는 주로 삶 속에서 글감을 찾고 그것을 바탕으로 글을 쓰고 있다. 그래서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마음이 내키면 주저 없이 여행을 떠난다. 지난 5월 용인시민신문에 실렸던 ‘황혼의 단봇짐’도 그가 남해 통영으로 홀로 배낭여행을 다녀와서 쓴 여행기이다.

혼자 떠나는 여행에 대해 한 씨는 “무엇보다도 자유롭고 세상을 보는 관점이 넓어지며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 좋다”며 여행 예찬론을 폈다. “민박을 하거나 나그네에게 머물 자리를 내주기도 하는 종교시설을 이용하면 저렴하면서도 알찬 여행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글감이 될 만한 일도 더 많이 경험할 수 있다”고 자랑하는 모습은 흡사 20대 청년을 연상시킨다.

한 씨는 지금도 시간이 날 때마다 텃밭을 가꾸고 글을 쓰고 여행을 떠난다. 아니 시간이 날 때 하는 일이 아니라 일상이 된 지 오래됐다. 한 씨는 어느 하나에도 특별히 더 무게를 두지 않는다. 물처럼 조용히 흘러가는 날들, 그에게 삶은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글로써 사람과 세상을 만나고 싶다는 한 씨, 지금 그의 텃밭에는 얼마 전에 심은 고구마가 잘 자라고 있다. 시민기자로 새 출발한 한 씨는 요즘 “고구마가 여물 때쯤 시민기자 모두를 텃밭으로 초대하고 싶다”는 행복한 꿈 하나를 더 꾸고 있다.

-------------------------------------------------------------------------------


용인시민신문 '민들레' 시민기자단 이정현씨는 현재 동천동에 살고 있으며, 용인환경정의에서 활동하고 있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