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오셨어요.”
“그거 안돼요.”
“옆 창구 가보세요.”

민원인의 얼굴은 보지도 않은 채 퉁명스레 내뱉는 말들. 금방이라도 짜증낼 것 같은 아슬아슬한 말투. ‘동사무소’ 하면 의례 떠오르는 이미지다. 일선 공무원들이 민원인을 ‘봉사의 대상’이 아닌 ‘귀찮은 업무’ 쯤으로 여긴다는 생각은 나만 갖는 것일까.

3년 전 용인에 이사와 느꼈던 이 불쾌감을 나는 지금도 똑같이 느끼고 있다. 오늘은 사회복지서비스에 대해 문의하기 위해 동사무소를 찾았다. 담당자에게 최근 실업으로 인한 어려움으로 장애수당 등에 대하여 묻지만 대답은 성의가 없다.

“퇴직은 왜 하신 건데요.”
“글쎄요 한 3개월 후쯤에 다시 와보세요.”

 개인의 사생활을 공개된 장소에서 취조하듯 묻는 것도 기분 상하지만 기준을 제시하지도 않은 채 ‘3개월쯤’이라고 시일을 정해 다시 찾아오라는 말에 어이가 없다. “3개월의 근거가 뭔가요?”라고 묻자 머뭇거리더니, 이런 저런 내용을 확인하고서야 “두 달 후쯤 오세요.”라고 고쳐 말한다. 친절은 고사하고 너무도 무성의한 태도에 화가 난다.  사실 우리 동네에 처음 이사와 비슷한 경험으로 민원을 넣었던 기억이 있다. 며칠 후 동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 시정을 약속하고 사과까지 했었다. 하지만 아직도 동사무소에서 환한 미소나 살가운 말투의 공무원을 찾기 힘든 것을 보면 3년이 지난 지금도 그 약속은 지켜지지 못한 것 같다. 

책임자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동사무소가 민원이 워낙 많다보니…” 과연 그래서일까? 어느 은행을 가도 5~10명을 기다려 업무를 보는 것이 보통. 하지만 우리 동네 동사무소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 업무의 강도가 은행보다 더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동사무소 직원들은 은행직원들 보다 불친절한걸까?  

친절은 상대에 대한 존중과 긍정적 마음가짐에서 나온다. 친절은 부정을 긍정으로 바꾸는 힘이 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도 있지 아니한가. 러시아의 대작가 톨스토이도 “친절은 아무리 지나쳐도 좋다.”고 말했다. 풍요로운 삶을 만들어 가는데 있어 친절은 지나침이 없다는 뜻이다.

오늘날 경영에 있어서도 친절은 성공의 필수 가치로 여겨진다. 일반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공공부문에서도 친절은 경영성과를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는 것. 마치 유행처럼 친절은 우리 삶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세계최고 선진용인’의 구호를 내거는 용인시의 일선행정에선 이러한 유행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아직 용인은 다른 세계에 있는 것일까?

 다행히 용인시는 3개월 전부터 대민 서비스질의 향상을 위해 ‘불친절 공무원 삼진제’를 시행하고 있다 한다. 불친절로 민원이 접수될 시 해당 직원에게 경고를 주고 이를 인사고가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대민친절의 정착을 위해 나름 노력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왜 영어마을을 만들고 구청을 신축하는데 쏟는 정성 보다 뒤쳐져 있는 것일까? 오늘 동사무소를 방문했다 어김없이 불친절을 경험한 나는 친절한 공무원을 칭찬하는 글을 쓰게 될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이도건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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