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심우인 양지면주민자치위원장

▲ 심우인 양지면주민자치위원장
정말 오랜만에 만났다. 원삼면주민자치위원장 이취임식장에서 얼핏 인사를 나누고 6월의 마지막 날, 그를 만났다. 용인시의회 시의원 출신이자 30여 년을 양지신협 이사장으로 몸담아왔던 그는 ‘양지면주민자치위원장’직을 맡고 있었다.

30대에 양지신협 초대 이사장으로 활동해온데 이어 지난 2002년 4대 의회 초선의원으로 당선돼 한때 정치권력(?)의 맛을 봤던 심우인 위원장(60). 그랬던 그는 2006년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하고 양지신협 이사장 자리를 떠났다. 이후 2년간 그는 어떻게 지냈을까, 여전할까? 모든 직함을 내던진 그가 주민자치위원장을 맡았다면 정치를 하려고 하는 것인가? 굳이 지역 일을 할 필요가 있는 것인가? 양지주민이면 쉬웠을 일이었지만 신문에 등장하는 것을 워낙 꺼려해 어렵게 그를 만났다.

“나를 왜 만나, 허허. 참. 뭘 물어보려고.” 야구모자에 털털한 셔츠, 그리고 면바지 차림은 여전했다. “시의원만 지역주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아니야. 이렇게 일하는 것이 더 좋고 행복하지. 주민들하고 같이 있잖아. 매일 이렇게.”

왜 찾아왔는지 마음을 꿰뚫은 모양이다. 너무 간결해 재차 묻자 “의원 더 할 생각이었으면 그만두지 않았지. 의원 생활 2년 정도 하니까 시의원 더하지 말아야겠다 얘기하고 다녔는데 그 약속을 지킨 것 뿐”이라며 “어떤 사람은 깨끗하게 그만뒀다 하고 어떤 사람은 한번 더하지 그랬냐고 말하지만 둘 다 나를 위한 것이 아니냐”고 단호하게 말했다. “동네 사람들하고 돈도 안 걷고 산에 다니니까 국회의원 출마하느냐고 묻더군. 하하. 난, 지금 이 일이 편하고 좋다는데 말이지. ”

그는 과거에 달았던 시의원, 신협 이사장 빼지를 뗀지 오래돼 보였다. 양지주민자치위원장으로 그저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시와 시의회를 향한 쓴 소리는 솔직했다. 그는 “대우를 받는 것은 남이 인정해 줄 때 가능한 것”이라며 “정치꾼처럼 지역주민을 우습게보면 안 된다”고 철저하게 주민의 입장으로 표현했다.

-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마라톤은 계속 하시죠?
“마라톤이야 하지. 주민자치위원장 맡은 지 벌써 1년 됐어. 아파트 헐린 자리에 복지센터가 들어서는데 쉽지 않네. 계획은 섰는데 별도로 뭘 새로 짓는다는 것이 어려워. 이왕이면 어린이들을 위해 수영장을 해준다고 시가 약속은 했지만 실무자선에서 운영 적자니 지역주민 수가 적다는 둥 핑계만 대 추진이 안되고 있지. 양지·원삼·백암 사람은 수지, 용인으로 가서 하고 싶어도 신청조차 못하는 상황인데. 시장은 해준다고 하고 실무자는 안 된다고 하니 결론이 안나. 동부지역 발전시킨다고 해놓고 해준 게 뭐가 있는지, 내가 ‘세계최고’라는 말 떼버리라고 말할 정도였으니까.

안되고 되고를 떠나 시에서 재정적으로 따져보고 주민들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하는 얘기는 시기상조다, 운영되겠느냐 이런 말 뿐이야. 또 할만하면 담당자가 바뀌니까. 아이들이 기초는 배우고 갈수 있게 하고 운영비는 태양열시스템을 도입하고 전기료 줄이고 물 값 줄이는 방안을 찾아보는 노력은 안하면서 말이지.”

(그는 양지복지센터에 들어설 수영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었지만 좀처럼 진행이 되지 않는 것에 대해 답답해했다. “박태환이 그냥 나오나. 기회를 줘야지.”)

-시의원이었으면 금새 추진하셨을 텐데요? 하하. 후회하지 않습니까?
“지역 일을 한다는 것이 꼭 시의원만 하는 건가. 지금 이 일도 좋아. 자기 것 버리고 지역주민 위해 일하는 거니까. 지역에 도움이 되면 다 좋은 것이지. 그런데 주민들이 붙인 플랜카드는 금방 떼도 힘 있는 단체장이 붙인 현수막은 안 떼더라.”
(심 위원장이 의원시절 시정질문 했던 장면이 머리를 스쳤다. 그는 시가 불법현수막을 걸어도 공무원이 과태료를 부과하지도 않는 반면 주민들이 내건 불법현수막은 바로 떼 행정 조치한다는 내용이었다. 수년이 흐른 지금 용인시는 달라졌을까?)

- 그 당시 과감하게 지방선거를 출마하지 않았는데요. 밖에서 바라보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선거 때마다 누구는 안 찾아오겠어? (다 찾아와 도와달라는 뜻으로 이해했다.) 의원들이 양심을 갖고 일을 해야 하는데 욕심에 양심이 가려지면 화를 불러요. 의원 시절에 의원들 중에서도 쇼맨십이 강한 사람이 있었지. 인터뷰 많이 해서 보여주려는 것 말이야.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소신을 갖고 제대로 가야 한다는 것이지. 지금은 많이 개선됐지만 시의회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돼야 해. 기존 관행을 버리는 것이 쉽지는 않지. 쩝. 사심을 버리는 것이 어렵잖아?”
 
- 하반기 의장 선거가 있어요.
“얘기 들었지. 의장선거 정말 양심적으로 해야 돼. 나도 운영위원장도 해보고 부의장 선거에 나갔다 떨어졌지만 욕심 버리고 할 사람이 나와야 돼. 그런데 전부 자기가 최고인지 알지. 상석에 앉혀 인사를 받아도 뒤돌아서면 욕하거든. 시의회 의원들이 정치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좋지 않다고 봐. 정치꾼이 되면 안돼. 지역주민 우습게 보면 안 되거든.”
(그는 지역주민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쏟아냈다. 지역주민을 외면한 시의원에 대한 비판이었다. 그리고 그는 최근 시의회 추경예산안 편성 과정에서서 상임위 결정이 예결위에서 뒤 바뀐 것을 두고 고개를 저었다.)
 
- 주민으로서 시 행정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직도 문화복지행정타운 간판은 고쳐지질 않았어. 우리야 알지만 시청 찾아가는 사람은 모르거든. 내가 (의원)그만뒀는데도 안 고쳐져. 이렇게 해서 ‘세계최고 선진용인’이 되겠느냐. 공무원의 마음자세가 변해야 돼. 이번 양지면주민자치위원회에 주던 예산을 본예산에 누락시켜서 추경에서 한꺼번에 주는 것을 보면 자리 차지하고 앉아서 (공무원들)뭐하는 건가 싶지.”

그는 자기 몸에 맞춰 천천히 뛰는 마라톤이‘최고’라고 말했다. 심 위원장은 주민자치위원장으로서 그 자리에 충실하고 있었다. 정치도, 사심도 버린 상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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