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 작은 도서관, 걸어서 10분
책으로 하나 되는 사람들

용인시작은도서관협의회
용인시작은도서관협의회(아래 용도협)는 용인지역에서 작은도서관 활동을 하는 협의체다. 2005년 12월 5개 아파트에서 마을도서관 활동을 하는 주부들이 모여 ‘용인지역 마을도서관 네트워크 모임’으로 이름을 정하고 활동을 시작한지 어느 덧 3년. 2007년 1월 용도협으로 명칭을 바꾸고 정기 총회를 거쳐 현재는 10여 개의 작은도서관이 모여 있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작은 도서관에서 좋은 친구를 만나고 즐겁게 책을 보자는 것이 모토.
작은도서관은 모세혈관처럼 연결돼 다양한 공동체 활동을 펼치며 용인에서 새로운 책문화를 일구어 나가고 있다. (blogcafe.ggcf.or.kr/small library)


“도서관에 남자 아이가 혼자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무엇을 할까 잠시 생각하더니 혼자서 이리저리 뛰어 다닙니다.
뛰는 것도 흥이 안나나 봅니다.
과학책장에서 커다란 책을 하나 고르더니
바닥에 철퍼덕 앉아 책을 읽기 시작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의 고개가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가만히 다가가보니 아니는 공룡책을 보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다가서는 것도 모르고 책 속으로 책 속으로 들어갑니다.
한참을 책을 읽고 난 아이는 한숨을 휴~우하고 쉽니다.
책을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고는 상기된 맑은 얼굴로 밖으로 나갑니다.
가끔씩 이 아이는 그 자리에서 앉아 그 책을 보곤 합니다.
도서관이 가까이 있다면 책과 노는 사람들을 흔하게 발견할 것입니다.”

- 장미도서관에서 용도협회장 박영순



# 12곳 힘모아 이룬 인형극축제
‘우리가 인형극을 잘 할 수 있을까…’ 두 번째 마을도서관 축제를 여는 용도협 사람들이 걱정에 찬 말을 하지만 표정은 5월의 햇살처럼 밝다. 수 천 만원의 시 예산을 지원받아 축제를 개최하는 것도 아닌데 공연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바람은 한결같다. ‘잘 해야 하는데, 잘 끝나야 하는데.’

아마추어 솜씨라고 보기에는 전혀 손색없는 인형극이 무대에 올려졌다. 도서관의 어린이, 아줌마 너나 할 것 없이 주인공이 돼 무대에 등장했다. 양지햇살작은도서관의 재미있는 율동으로 시작된 인형극 축제는 극단 웃음꽃의 어처구니 이야기, 극단 만현의 똥벼락, 극단 올챙이의 아씨방 일곱동무, 극단 두루봉사람들의 팥죽할멈과 호랑이…대본에서 녹음, 무대 세팅까지 작은 도서관 활동가들이 손수 만들고 꾸몄다. 이를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은 객석 또한 발 디딜 틈 없이 꽉 찼다. 족히 500여 명은 돼 보였다.

수 백 억원의 돈을 쏟아 부어 잘 지은 도서관은 아니지만 용인지역의 12개 작은 도서관은 주민들에게 ‘인기 짱’이었다. 3년 전 아줌마 서 너 명이 모여 시작한 작은 도서관은 어느새 하나가 돼 축제를 주최하고 주민들의 새 문화공간으로 예쁘게 커 나가는 모습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줬다.

용도협 박영순 회장은 “인형극을 하자는 제안을 밤토실어린이도서관으로부터 받았을 때, 우리가 잘 할 수 있을까라며 속으로 반문했지만 회의안건으로 논의하고, 모두들 하자는 의견으로 모아지는 것을 보며 가슴이 설레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 축제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는 힘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압축했다.  

그리고 이날 용도협은 새로운 희망을 발견했다. 작은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문화활동을 하나로 모으니 그럴싸한 축제가 됐고 작은 도서관 자원활동가들은 더 끈끈해졌다. 더욱 성숙해지고 다양해지길 기대하면서.

# 새 문화를 여는 자원활동가로
12개 작은도서관의 주역들이 한자리에 모이기란 쉽지 않았다. 이날도 몇 사람이 빠져 아쉬움을 남겼지만 그래도 사진 속 주인공들은 큰 소리로 지으며 서로를 격려했다. 뚝심 있는 아줌마와 조용히 기도하는 목사님까지.

또 그들과 함께 작은 도서관을 지키는 자원활동가들은 용인지역에 새 문화를 창조하는 위력을 발휘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화려하게 티내지 않는다. 자랑도 하지 않는다. 어린이, 어른 모두 책과 놀면서 친해지면서 힘이 모아진다.

작은 도서관은 딱딱하지 않다. 이웃과 함께 웃으며 책 가 그저 가까이 지내는 모습이 작은 도서관에서는 아주 자연스럽다. 이들은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냈을까? 한 줄 한 줄에 열정, 꿈, 희망이 녹아 있었다. 책이 그런 것처럼.


-자이 행복한 도서관(상현2동 만현마을) 
“인형극을 준비하면서 조금은 지치기도 했다. 우리 만현극단 모두가 끝까지 힘을 합쳐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낸 것에 진심으로 감사하다. 아이들에게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

-상현 작은 도서관(상현1동)
“작은도서관 봉사자들의 열정과 노력이 이 축제에 참여한 모든 어린이들에게 즐거운 문화 체험이 됐으리라 확신한다. 너무 애썼다. 우리 모두 힘내자.”

-장미도서관(기흥구 언남동 삼성래미안2차)
“어처구니 이야기를 준비하며 행복한 시간으 보냈다. 작은 힘들이 모여 큰 힘을 내는 용도협 파이팅.”

-해오름도서관(풍덕천1동 주민자치센터)
“소박한 마음들이 모여 꽃을 피우는 모습을 봤다. ”

-꿈샘 도서관(동백동 백현마을)
“인형극에는 참여하지 못해 안타까웠지만 페이스페인팅을 맡아 즐겁고 기쁜 하루를 보냈다.”

-책사랑 도서관(상현2동 만현마을 3단지)
“우리아이들에게 이런 재주가 있었다니…. 엄마가 이런 동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엄마들의 봉사와 아이들의 참여로 훌륭한 극단을 창조한 행복한 하루였다.”
“자녀들과 함께 인형극에 참여해 보람 있었다. 여럿이 함께 모였을 때, 지혜를 모아 행사를 더 알차게 준비할 수 있음을 새삼 느꼈다. 함께 준비한 분들께 감사하다.”

-밤토실 도서관(수지구 고기동)
“아이들의 즐거운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행복해졌다. 특히 밤토실의 올챙이 인형극단 어린이들 파이팅.”

-반딧불이 도서관(신봉동 현대 효성)
“가족적인 분위기에 수준높은 공연까지, 책갈피를 만드는 진지한 아이들의 눈빛에 가슴이 따뜻해 졌다. 이런 행사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성지도서관(풍덕천2동 신정마을)
“작은 힘이 모여 큰 일을 무사히 치를 수 있어서 감사하다.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니까 동심으로 돌아가고프다.”

이외에도 참솔(중동 참솔마을), 양지햇살어린이(양지면 양지리), 푸른꿈 작은도서관(풍덕천2동) 등이 이날 축제를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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