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을 최고의 천하장사 도시로이끈 숨은 명장
씨름이여~ 일어나라 으랏차차!

용인이 전국 최고의 ‘천하장사’도시로 우뚝 섰다.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경기도 김포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45회 대통령기 전국장사씨름대회 초·중·고 단체전에서 용인시의 출전 학교 모두 우승을 거머쥐었다.

초등부 단체결승에서 양지초등학교가, 중등부에서는 백암중학교, 고등부에서는 용인고가 정상에 올랐다.
초·중·고등학교의 한 대회 동시 석권은 전국 씨름대회 사상 처음이다. 이제 씨름대회에서 용인을 만만히 볼 도시는 없다.

특히 백암중, 용인고는 지난해에 이어 대회 2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대회 2연패, 쉽지 않은 성적이다. 용인시씨름협회가 수년간 엘리트 체육을 육성 지원한 성과라 볼 수 있다. 양지초, 왕산초, 백암초, 용인초 등 4개의 초등학교에 60여 명의 씨름 꿈나무가 자라고 백암중학교와 용인고가 씨름 선수들을 양성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씨름부가 있는 학교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도 용인의 씨름판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씨름이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 속에서도 용인의 씨름계는 전통을 지켜나고 있기 때문에 최고의 씨름도시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2연패를 이룬 백암중, 용인고 씨름부를 이끄는 홍세종, 장덕제 감독은 용인이 전국 최고의 씨름 도시로 명성을 떨치는데 소중한 땀방울을 흘렸다. 이번 대회에서도 이들의 숨은 노력은 빛을 발했다.


# 선수시절 빛을 보지 못한 ‘홍딩크’

용인고 홍세종 감독(38)은  ‘홍딩크’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씨름계에서 명장으로 통한다.

그러나 선수시절에는 눈에 띄지 않았다. 백암중 3학년 시절 처음 샅바를 잡은 홍 감독은 대학1학년 때까지 선수 생활을 했지만 딱히 이름을 알리지는 못했다. 군대를 다녀온 그는 진로를 모색하다. 생체협 윤문노 회장의 추천으로 지도자의 길을 선택했다. 그는 96년 처인구 모현면 왕산초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해 8년 전부터 용인고 씨름부를 이끌고 있다.

“저는 씨름으로 빛을 보지 못한 선수였어요. 하지만 후배들, 우리 선수들은 더 좋은 환경에서 뛰어난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밑거름이 돼 주고 싶었어요.”

씨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감독이 된 그는 늘 남보다 한 발 먼저 앞서 나갔다. 그 결과 홍 감독은 증평인삼배 전국장사씨름대회 우수 지도자상과 44회·45회 대통령기 전국장사씨름대회 우수 지도자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씨름을 가르칠 때는 엄해져요. 혹독하게 훈련을 시키면 무서워하는 제자들도 있지만 졸업 후 찾아오는 후배 선수들을 보면 가슴이 벅차오르죠.”

지도자로서 부족함을 느끼는 홍 감독의 꿈은 ‘존경받는 씨름인’으로 남는 것이다. 홍 감독은 훌륭한 지도자로 탄생하는 것이 씨름을 살릴 수 있는 길이라 굳게 믿기 때문이다. 

▲ 선후배 사이인 용인고 홍세종 감독(왼쪽)과 백암중 장덕제 감독(오른쪽)이 종합운동장 씨름장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 허리부상으로  좌절된 선수의 꿈

감독생활을 백암중에서 시작한 백암중 장덕제 감독(37)은 18년 동안 씨름판에서 우승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승부욕이 강하다.  용인에서 태어나 백암초, 백암중, 용인고, 용인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해 감독 생활을 시작한 장 감독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씨름 선수로 활약했다.

이 때, 장 감독은 1년 선배 홍 감독과 씨름 선수로써 함께 시작했다. 이만기, 이봉걸, 이준희… 당시 내로라하는 씨름 선수들처럼 되고 싶었던 젊은 선수에게 시련이 닥쳤다. 유망한 선수로 꼽히던 장 감독은 대학 2학년 때 허리부상으로 선수생활을 접어야만 했다.

“좌절된 꿈을 다시 키우고 싶었어요. 나의 꿈을 대신 이룰 선수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결혼 후에도 숙소에서 지낼 정도로 씨름에 전념한 장 감독은 백암중 씨름부를 해마다 1위 자리에 올려놓았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늘 미안하지만 묵묵히 믿고 따라준 가족에게 고맙죠.”  21살에 시작한 장 감독의 성적은 최고였다. 지도자로서 틀을 잡아나간 장 감독은 “씨름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저의 사명”이라며 “힘보다는 기술로 승부할 수 있는 씨름 선수를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 백암중 장덕제 감독이 씨름부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사진 오른쪽) 용인고 홍세종 감독이 씨름부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 씨름이 사랑을 받을 때 까지…

학교 선후배 사이로 씨름을 같은 해 시작한 두 감독의 인연은 특별하다. 선수시절 빛을 보지 못한 두 감독은 샅바를 풀었지만 모래판에서의 한판 승부는 계속 이어가고 있다. 지도자로 모래판에 다시 선 이들은 선후배로서 용인의 씨름을 이끌며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번 대통령기 씨름대회 2연패를 이뤄낸 두 감독은 “작년보다 올해 팀 전력이 더 막강해질 수 있도록 선수들이 강한 훈련을 소화해낸 것이 우승의 견인차 역할을 해 냈다”며 “힘든 훈련을 참아내며 기대 이상으로 선전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로 우승 소감을 대신했다. 성인 경기의 밑거름이 되는 초·중·고교 전국장사 씨름대회 우승은 어느 대회 때 보다  그 의미가 남다르다.

장 감독은 “뿌리가 무성해야 나무가 크게 자라듯, 초중고교 씨름이 많이 활성화 돼야 대학 및 프로 경기의 수준도 향상되고 뛰어난 선수도 발굴이 된다”면서 “용인의 초·중·고교는 전국 씨름 교육훈련 체계가 가장 탄탄하게 구축돼 있다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하지만 씨름 인기가 예전같이 않은 것 또한 현실이다.

홍 감독은 “요즘 젊은 친구들은 흙 만지고, 먼지 나는 것을 싫어하고 선수의 부모들도 씨름선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우승을 해도 턱없이 부족한 부분들이 많아 중간에 그만두는 뛰어난 인재들이 많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민속 경기는 1년에 한번 밖에 없어서 우리 민족의 전통 스포츠인 씨름 환경이 점점 더 열악해 지고 있어요. 비교하고 싶지 않지만 일본의 스모는 국민들의 사랑과 아낌을 받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씨름도 국민들에게 많은 사랑 받는 그날이 빨리 오기를 바라죠.”

용인의 씨름이 용인시민의 자부심이 되고 모래판의 인기를 되찾는 그 날까지, 씨름판에서 땀 흘리겠다고 각오한 두 감독은 선수 개개인의 앞길을 열어주고 훌륭한 지도자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씨름판의 양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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