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이 자생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꿈’



# 부모 반대 불구하고 화훼학 전공

처인구 원삼면 좌항초등학교 앞을 지나는 농로를 따라가면 백기석(33)씨가 운영하는 야생화 화훼농원인 ‘양지농원’이 보인다. 그는 조경 가치가 뛰어나고 관상기간도 긴 야생화와 화단용 초화 등 50종을 재배하고 있다. 뛰어난 품질을 인정받아 경기도와 용인시에 입찰로 화단용 초화를 납품하고 있으며 에버랜드와 과천서울랜드, 국립공원 등에도 꽃을 납품하며 농업의 어려운 현실을 극복해 나가고 있다.

경북 문경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부모 아래서 컸다. 자식에게 힘든 농사일을 시키려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경상도에서 알아주는 인문계고등학교에 진학했다.

백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꽃을 좋아했다. 집 앞마당에 야생화를 심을 정도였지만 부모님은 농사가 아닌 공부로 출세하길 원했다. 부모의 뜻에 따라 안동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했지만 백 대표는 한달도 안돼 그만뒀다.

학업을 포기한 그는 입대한 후 우연히 국방일보를 읽게 되고 거기서 한국농업대학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1998년 한국농업대에 진학했다.

“그 당시 저는 군인이었고 원서를 낼 수가 없었죠. 당시 군인의 신분이었기 때문에 부대의 도움으로 원서를 낼 수 있었고 입학하기 위해서는 면접을 반드시 봐야 했는데 특별휴가를 얻어 면접도 볼 수 있었어요.”

부대의 도움으로 한국농업대학교 화훼학과 합격증을 받았지만 부모님의 반대는 예상보다 심했다. 백 대표의 부모님은 제대 후 공부할 것을 권했지만 자식의 꿈을 꺾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부모님은 그에게 가장 힘이 되는 버팀목이 돼 주고 있다.

 
# 입지 좋은 용인에서 농업 시작

백 대표는 한국농업대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잘 사는 농민, 농촌을 만들겠다’는 것이 꿈이었다. 농업은 그에게 사업이었다.

“생산한 제품을 팔아야죠. 그런데 사람들은 농사꾼은 작업복만 입고, 농촌생활은 여유로울 것이라는 생각을 하죠. 자급자족하고 밭 한 귀퉁이에 집 지어놓고 부부가 가내수공업 하듯 생활하는 그림 같은 농촌으로만 여기죠. 농업 역시 돈을 벌어먹고 사는 산업입니다.”

용인에서 하우스 30동과 발화실, 육묘실 등 1만6500㎡의 면적에서 꽃을 심으며 화훼농원을 운영하고 있는 백씨는 용인과 특별한 인연은 없다. 대학교 졸업 후 고향인 문경에서 4300㎡의 하우스에서 화훼를 했지만 판매에 어려움이 커 문경 농원을 정리하고 용인으로 농장을 옮겼다.

“어느 농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화훼는 판로가 다양해야 합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시장규모면에서 크고 교통도 편리해 상품을 출하하는데 수월해요.”

지리적 여건을 꼼꼼하게 따져본 백 대표가 하우스 1곳에서 연간 7번 출하하며 벌어들이는 연간 매출액은 7억원~8억원 수준이다. 그 가운데 순수익만 1억5000만원에서 2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많은 수익을 올리는 비결은 철저한 시스템에 의한 체계적인 관리다. 또한 계절에 맞는 작목을 선택하기 때문에 겨울에도 난방을 하지 않고 재배할 수 있어 경영비를 절감하고 있다. 원하는 품종과 출하 날짜까지 맞추는 주문생산이 가능하다는 것도 성공 비결이다. 10년간의 정보가 담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실험을 통해 좋은 품종을 선별해 작목하는 그의 노력과 지리적 여건이 주효했다.

박 대표는 “예전에는 주먹구구식으로 재배를 했지만 일정한 품질의 꽃을 만들기가 어려웠다”며 “같은 품종이라도 계절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알고 품종별, 시기별 데이타 베이스를 구축한 결과 일정한 품질의 꽃을 출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3년 전부터 독일 야생화 100여종을 구입해 지난해까지 실험을 통해 20여종을 선발했다. 독일 야생화는 발화율이 5% 미만으로 알려져 있으나 10~20%까지 발화율을 높여 상품화를 준비하고 있다.


#그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대량생산으로 단가는 낮지만 귀한 꽃과 천한 꽃이 따로 있을 수는 없다. 국내에 육묘회사가 하나도 없어 비싼 로열티를 주고 매년 외국 육묘회사의 종자를 구입하고 있는 현실에서 초화를 하찮게 여겨서는 안된다.
“저의 꿈은 초화를 실내에서 키울 수 있는 화분이나 집에서 키울 수 있는 작목과 함께 난처럼 실내로 들일 수 있게 하는 것이죠. 이를 상품화하기 위해 냉장고에서 키우는 초화나 버섯과 함께 키울 수 있는 초화를 연구하고 있는 중이예요."

하지만 그의 가장 큰 목표는 육종개발이다. 어떤 공산품도 마진율이 종묘만큼 높지는 않다는 것. 더욱이 우리나라가 중국에서 다른 작물은 수입해도 꽃만큼은 유일하게 수출하고 있다. 육종이 말처럼 쉽지않고 새로운 순종의 품종을 개발하려면 최소 20년 이상 교배를 통해 개량해야 하죠. 일반 화훼농가에서 하기란 어렵습니다.”

백 대표는 “한국 육종가들은 손재주가 뛰어나 유럽이나 중국이 따라올 수 없다”며 “농민들에게 농업자금 빌려주고 계약재배를 하도록 하는 것은 결국 농촌을 더욱 못살게 만드는 길”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래서 백씨는 농민들이 자생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꿈이다. 농촌을 사랑하고 농업에 희망을 건 젊은이의 도전과 열정이 활짝 핀 꽃처럼 아름다운 향기로 번지길 기대해 본다. (양지농원 대표 백기석/ 031-321-4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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