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세부터 시신 염…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잖아요. 그것이 곧 바르게 믿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그 믿음으로 살아왔죠.”

▲ 가난했던 어린시절을 신앙심으로 극복해온 소문영씨는 고향을 지키며 숨은 봉사활동을 펼쳐 이웃들의 칭찬이 자자하다
처인구 원덕성리마을(덕성1리)에 이웃들의 칭찬이 자자한 ‘전직 이장님’이 있다. 훌륭한 이장님하면 누구나 그를 지목한다. 소문영(61·덕성1리)씨가 그 주인공이다.

‘소씨’집성촌인 이 마을에서 400여 년 간 뿌리내린 소씨는 가난한 어린시절을 극복하고 이웃들에게 나눔을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그를 가슴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 고향에서 지낸 단국대 최영철 교수는 “자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지 달려간다”며 “티 내지 않고 숨은 봉사활동을 아주 많이 한다”고 평했다.

실제 그는 60평생의 하루하루를 부지런히 살아왔다. 소씨가 어릴 때만해도 원덕성리마을은 80여 가구 가운데 절반이 머슴을 두고 농사를 짓는 부촌이었다. 그러나 소씨는 집이 워낙 가난해 흙을 먹으며 생계를 유지할 정도였다.

“그 때는 초콜릿보다 흙이 더 맛있었죠. 어렵게 태어나서 못 먹으니까 가슴 앞에 혹처럼 뼈가 튀어나와 앞 곱사로 살았으니까요.”

소씨는 어린시절 기억을 떠올리며 회상에 잠겼다. “학교 다니면 100명 중에 제가 제일 못났어요. 어느날 마을에 한 의원이 와서 저를 곱사라고 진단했거든요. 나는 왜 이렇게 가난할까? 가난에 치를 떨었으니까요. 나중에 알고 보니 영양 부족으로 인한 증세였어요. 지금도 남들보다 척추뼈 한 마디가 없지만 건강합니다.”

소씨는 자신의 외모나 가정형편 때문에 굴하지 않았다. 매일 새벽기도를 하러 예배당을 찾는 할머니를 지켜보면서 그 역시 11살 때부터 기도를 했다. “논 한마지기 사게 해주세요. 우마차 살 수 있게 해주세요. 대문달린 집에 살게 해주세요.”

어린 마음에 늘 기도를 했던 그는 그렇다고 요행을 바라지 않았다. 정말 열심히 일하고 또 일했다. 그리고 기도가 이뤄졌다. 그가 한 기도처럼 그는 27살이 되던 해 우마차를 사고 4200여 평을 땅을 갖게 됐다. 그리고 대문달린 집에서 살게 됐다.

그 해 그는 처음으로 교회에 쌀 한가마를 기부했다. 농사일을 하면서 신앙생활을 열심히 했던 그에겐 가슴 벅찬 순간이었다.

18살에 주일학교 교사가 되서 25살에 집사로, 29살에 장로가 됐어도 초등학교만 졸업해 목회자가 될 수 없었던 그는 25살이 되던 해 간절히 기도한 것이 또 하나 있었다. “남이 안하는 일을 몸으로 봉사할 수 있게 해주세요.”

그것이 곧 죽은 사람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주는 ‘염’이었다. 망자의 마지막을 40여 년간 함께 해 온 그는 그 일이 신앙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라 여겼다.

“젊은 시절 성도들 위주로 시작을 했어요. 요즈음은 장례식장 가서 많이 하기 때문에 거의 없지만 4~5년 전만해도 염을 하는 집이 꽤 있었죠. 염하는 식이 다르긴 하지만 종교와 관계없이 했어요. 이 일이 저의 달란트라는 생각에 술 한 잔 입에 대지 않고 숭고한 마음으로 하죠. 아버지는 상놈이 하는 짓이라며 동네사람만 해 주라고 했지만 4개 마을을 다 했어요. 이 일을 한 수 낮게 보는 사람도 있지만 웃으면서 해요.”

소씨는 “이 일은 후손들에게 평생 남는 것”이라며 ‘축복’이라고 압축했다.

가방 끈이 짧아 이루지 못했던 목회자의 꿈을 아들이 대신 이뤄 가슴이 뿌듯하다는 소씨는 남몰래 염을 해주면서 늘 자신의 삶에 대해 돌아보고 더 열심히 살았다.

“자서전을 쓰고 싶어요. 지금도 자동차 없이 버스를 3번 갈아타고 안성으로 일도 나가고 경운기로 7000평 농사를 짓고 있는데 저는 그 모든 것이 감사해요.”

동네 이장이 아니어도 그는 설날이 되면 어르신들에게 떡국을 대접하고 보름이면 나물밥을 이웃들과 함께 나눠 먹는다.

“요즈음은 아쉬워요. 병원으로 가는 망자가 많아서 제 손이 부끄럽네요.”

어떻게 살 것인가를 늘 기도하며 삶의 소중함을 느끼고 또 삶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는 소씨의 몸에는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이 배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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