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계대탐사 하반기 생태정리

하반기는 매미들의 우렁찬 노랫소리, 아니 자신의 분신을 남기기 위한 처절한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시작됐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흡혈귀 같은 모기떼들의 습격에 힘들기도 했지만 여전히 기쁜 마음으로 숲을 누볐다. 들풀 한 송이 한 송이, 나무 한 그루 한 그루, 곤충 한 마리 한 마리, 새 한 마리 한 마리. 정겨운 용인의 자연 친구들을 만나는 설렘과 기쁨은 더위나 모기떼들의 공격도 웃으면서 넘길 수 있었다.

그 동안 다닌 산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숲길과 바위, 냇물과 계곡, 마을길, 생생하게 머릿속에 남아있다.
이름만큼이나 기억 속에 맑게 남아있는 청명산, 골프장을 가로질러 산행을 했던 무봉산,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겼던 함봉산, 새들의 재잘거림이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진위천, 자주쓴풀로 기억되는 사기막과 아름다운 어비저수지가 내려다 보였던 신성산, 용인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네로 손꼽히는 고초골의 쌍용저수지와 쌍령산, 굽이굽이 전설이 가득한 구봉산, 바위산의 진가를 마음껏 보여줬던 조비산, 한택식물원을 통해 들어갔던 비봉산, 하얀 동화 속 세상을 마음껏 누렸던 눈 내리던 수정산, 의자바위가 멋졌던 건지산, 그리고 멋진 소나무 길과 아름다운 새들의 천국이었던 금박산….

마을과 산을 지키던 오래된 수호신 나무들과의 멋진 만남도 빼놓을 수 없다. 남사면 완장리를 지키던 거대한 느티나무, 쌍령산의 굴피나무 군락, 조비산 정상에서 만난 분재 같은 물푸레나무, 구봉산과 금박산의 아름드리 소나무들, 청명산을 지키고 있던 커다란 물박달나무, 무봉산 산길에서 눈 맞춤했던 순백의 꽃이 가득했던 두릅, 신성산의 거대한 일본잎갈나무 등등. 지금도 머릿속에 멋진 모습으로 남아있다. 아, 위대한 용인의 나무님들.

사기막의 자주쓴풀을 보고 환호했던 일, 용인의 가을 산을 아름답게 수놓았던 산국과, 이고들빼기, 배초향과 뚝갈 등을 보며 그 아름다움에 말조차 잊었던 일. 정겨운 들풀들과의 만남은 우리 마음속에 짙은 향기로 남아있다.

진위천의 살모사와 붉은머리오목눈이, 그리고 탐사 내내 우리를 즐겁게 해 주었던 박새와 곤줄박이, 딱새, 어치.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나고 봄이면 고향으로 떠나는 멋진 겨울철새들. 나무발발이, 멋쟁이새, 양진이, 상모솔새, 새들이 없는 숲은 얼마나 삭막할까? 용인의 숲을 아름다운 음악으로 가득 채웠던 멋진 새 친구들에게도 감사를….

팥중이와 콩중이, 방아깨비와 베짱이, 그리고 숭고한 사랑을 꿈꾸는 매미들과 하루살이들, 작은멋쟁이나비와 호랑나비, 수많은 노린재들, 딱정벌레들. 용인 산에서 만난 많은 곤충들과 거미들, 그리고 파충류와 물뭍동물(양서류)들에게도 고개 숙여 감사를….

생태탐사를 통해 만났던 용인의 자연 친구들에게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감사들 드린다. 이제 한 바퀴를 정리하는 시점, 그 동안 땀과 인내의 산물인 생태 자료를 목록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이름 하나하나 부를 때마다 마음속에 아름다움과 향기가 가득하기를. 목록은 각 구간별로 크게 3부분으로 정리한다. 1. 나무, 2. 야생화, 3. 곤충, 새, 기타동물. 하반기 목록은 9구간부터 20구간으로 한정한다.

이제 용인시계대탐사가 끝났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됐으면 한다. 경계 안에 있는 산들과 물길을 따라가며 더 많은 자연 친구들을 만났으면 하는 새로운 소망을 품어 본다.

지난 1년간 했던 용인시계대탐사의 생태조사는 나를, 우리를, 위대한 자연 앞에 무릎 꿇게 했다. 겉모습만이 아니라 찬찬히 속을 드려다 보게 만들어 줬으며, 아름다움 뒤에 있던 치열한 삶을 깨닫게 해 주었다. 무엇보다 나를, 우리를, 진정한 용인사람으로 거듭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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