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손명옥(75), 2대 이경수(55)·양남숙(47), 3대 이두환(27)·최윤선(27), 4대 이우주(2)…

보통 가정이 핵가족을 이루며 살고 있는데 반해 처인구 이동면 묵리 엄티마을에 사는 양남숙 씨 가족은 한 지붕 아래 4대가 함께 옹기종기 모여 산다. 양씨는 시어머니와 남편, 그리고 아들 내외와 손자와 함께 집안을 이끌어 가고 있다. 온 가족이 한식 전문점을 운영하면서 끈끈한 정을 나누며 사는 이들 가족 이야기를 들었다.

“식구가 많아서 웃을 일도 많아요”

처인구 이동면 천리에 4대가 함께 살고 있는 양남숙씨의 집은 언제나 시끌벅적하다.

이제 막 발걸음을 떼려는 2살짜리 애기부터 희수(喜壽, 나이 77세)를 바라보는 할머니까지, 온 가족이 모이면 ‘하하, 호호’웃느라 여념이 없다.

“한데 모여서 살다보니까 편하고 어울려 사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가족 모두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 2살된 우주가 증조할머니에게 세배를 하자 가족들이 쳐다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이들 가족은 30여년의 서울 생활을 접고 2년 전, 양씨의 친정이자 고향인 이동면 묵리 염티마을로 이사와 한식전문점 두메산골을 운영하며 살게 됐다. 양씨의 아들 내외는 결혼과 동시에 시부모, 증조할머니와 함께 살기 시작했고 온 가족이 함께 일하고 있다.

그리고 두 달 전, 아담한 집을 지어 이사를 했다. 산으로 둘러싸인 하얀 집은 4대 가족이 알콩달콩 모여 사는 보금자리가 됐다. 특히 아버지 이경수씨는 집을 설계할 때부터 아들 내외가 드나들 수 있는 출입문을 달리하는 등 세심한 배려로 젊은 며느리를 감동시켰다.

아버지 이씨는 “며느리가 들어와 살겠다고 흔쾌히 말해서 기분이 좋았다”며 “며느리가 착하니까 딸처럼 좋고 손주도 있어서 살 맛 난다”며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는 말처럼 시아버지는 며느리 사랑을 과시했다.

증손자를 본 양씨의 시어머니 역시 손자와 시간을 보내느라 하루해가 짧다. 요즈음은 우주 재롱에 푹 빠져 지낸다.

“얘들이 다 식당 나가있으니까 이 놈을 내가 보는 거지. 얘하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몰라. 공기 좋은데 와서 아들 며느리한테 공경 받고 증손주도 보니까 건강하지.” 일흔을 훌쩍 넘긴 할머니는 연신 큰 웃음을 지었다.
손자가 결혼하면서 할머니 호칭도 바뀌었다. 모든 것이 증손자인‘우주’중심으로 변했다. ‘우주 할머니야, 할아버지야, 우주 아범아, 아가야…’ 이렇게 우주를 먼저 생각하는 할머니는 “하나는 외로우니까 더 낳아야지”라며 은근히 손자며느리를 쳐다본다.

“아버님은 둘을 낳으라고 했지만 둘이 될지, 셋이 될지…몰라요.” 애교 섞인 며느리 목소리가 조만간 4대 집안에 식구가 또 늘 분위기다.

선뜻 시집에 들어와 살겠다고 한 우주 엄마는 “저도 할머니랑 같이 살아서 시집을 왔는데 다들 딸처럼 잘해주시니까 불편한 것을 모른다”며 “제가 철이 없어서 그럴지도 모른다”고 둘러댔다.

우주 아빠도 이런 아내가 사랑스럽기만 하다. “결혼 전부터 집에 왔다 갔다 하면서 어렵지 않았던 것 같아요. 불편한 점이 없으면 거짓말이겠지만 오히려 좋은 점이 많아요. 사람이 많아서 웃을 일이 많죠. 아내도 어른들을 잘 따르고요.”

그래서인지 고부가 함께 살아도 갈등이 전혀 없다. 무엇보다 27년 간 한결같이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온 양씨가 ‘행복의 열쇠’를 쥐고 있었다.

시어머니는 음식점부터 집안 살림까지 똑 소리 나게 확실히 챙기는 양씨에게 늘 고마움을 느낀다. 손자 며느리 역시 양씨에게 하나하나 배운다.

81년 8남매의 장남한테 시집온 양씨는 “스무 살에 갓 시집왔을 때는 그냥 살아야 하는가 보다 했지만 이런저런 큰 소리 없이 지내고 며느리도 잘 따라서 해주니까 좋다”고 말한다.

“같은 여자라서 그런지 어머님이랑 저랑 더 잘 맞아요.”며느리 말에 한바탕 웃음이 터진다. “그래서 아들내외가 싸우면 저는 며느리 편들죠.” 세 여자 대화에 낄 틈이 없을 정도였다.

다른 친구들 보다 며느리를 일찍 본 탓에 일찌감치 ‘할머니’가 된 양씨는 “가끔 손자를 안 데리고 다닐 때도 있다”고 농담을 건네며 “그래도 자식들 다 키워서 걱정이 없다”고 했다.

4대가 모여 살아 웃으며 잠들 수 있다는 양씨 가족. 고향에 와서 더욱 살기 좋다는 양씨는 올 설에도 “손자가 아프지 않고 식구들이 그저 화목하게 지내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한다.

늘 모여 사는 대가족이라 특별한 것은 없지만 설 명절에 서울서 직장생활을 하는 딸이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4대 가족의 품은 더욱 넉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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