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계대탐사 삶터따라 사백리 (17)

한택식물원 → 비봉산→ 옥산리 아송 → 고안리

새해 첫 탐사다. 출발지는 백암면 옥산리에 있는 한택식물원이다. 안성 삼죽면 내장리와 경계 지점인 한택식물원은 설명이 필요없을 만큼 용인의 대표 명소로 발전해 왔다.

자생식물이 잡초처럼 홀대받던 70년대에 이택주 원장은 세계적인 식물원을 우리나라에 만들어보겠다는 일념으로 가꾸어온 최대의 사립식물원이다. 겨울철이라 관광객은 그리 눈에 띄질 않는다. 그럼에도 단정한 복장을 한 직원이 나와 우리대원들을 상냥하게 안내한다. 경계지점에 식물원이 있는지라, 대원들의 통과가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약 1시간 가량은 등산로가 전혀 없는 산을 올라야 합니다. 또 하나 조심할 것이 있어요. 지뢰를 밟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 황선인 탐사팀장과 황영용 등반대장의 주의사항을 들은 대원들은 대개 눈치를 챘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산 허리까지 오르는 동안, 우리가 자주 발견한 것은 바로 멧돼지 배설물이었다. 그만큼 멧돼지가 자주 출몰하는 활동공간이다.

▲ 멧돼지 배설물

지금까지 10개월 여에 걸쳐 시계탐사를 하며 우리가 확인하게 된 것 중 하나는 자연과 생태계의 복원이다. 어린시절 눈에 익었던 식물과 동물이 사라졌던 절정기는 아마 70년대부터 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산업화 바람이 거세지면서 하천은 심각하게 오염되고 벌거숭이로 변한 산에는 산짐승들이 사라져갔다. 더욱이 농촌에서 도시로 삶의 공간이 대거 이동되면서 어린시절 보았던 경관과 환경은 거의 잊고 지냈다.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났다. 요즘은 부엉이도 밤이면 울고, 고라니와 노루가 흔치않게 눈에 띄고, 멧돼지 흔적까지 볼 수 있다니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자연생태계의 보고 청미천 철새

한 시간쯤 올랐을까. 대원들은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을 닦으며 산 정상에 다다랐다. 비봉산(372m)이다. 엄격히 따지자면 비봉산은 안성 땅이다. 정상에는 표지석 뿐만 아니라 정성스레 벚나무를 심고 화단도 잘 가꾸어 놓았다. 옛 죽산 일대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좋은 조망권이다 보니, 쉼터로서의 기능까지도 생각한 모양이다. 완만한 내리막 능선길은 어느덧 산행에 단련된 대원들에겐 가벼운 산보길이다. 다만 늦가을부터 외부 일정에 밀려 탐사길에 자주 나서지 못했던 황신철 단장과 이종민 문화원장이 연신 땀을 닦아낸다.

백암면 옥산리와 고안리를 가르는 경계는 청미천이다. 청미천이야말로 용인 자연생태계의 보고다. 원삼면에서 발원해 안성 일죽과 이천 장호원, 여주군 점동면 삼합리에서 북한강으로 흘러들어 마침내 한강을 이루는 남한강의 지류. 청미천은 구불구불한 자연물길을 그대로 살렸고 이로인한 모래톱이 잘 발달돼 있다.

인근에는 평야지대다. 그로인해 철새와 물고기들에게는 낙원과도 같다. 언젠가 들판이 황금빛으로 물들무렵, 원삼 미를뜰에서 시작해 백암 소재지를 거쳐 장평리, 옥산리와 고안리 길을 걸어본 적이 있다.

뭐라 설명할 길이 없을 정도로 기막히게 행복한 경험이었다. 청미천 길만 따라걷는 축제를 해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 것이란 생각을 당시 했다. 꼭 권하는 물길이다.

겨울 철새들이 노닐고 때론 날아올라 하늘을 뒤덮는 장관을 보면서 우리 대원들은 청미천을 따라 시계를 탐사했으니, 이를 두고 일석삼조라고만 하기엔 성이 차질 않는다.

 /용인시계대탐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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