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틈 없이 봉사하며 제2의 인생 김귀홍 할아버지

김귀홍(72·기흥구 신갈동) 할아버지는 아침 7시면
어김없이 아이들 등굣길에 서 있다.
은빛사랑나눔봉사단 점퍼에 ‘교통안전’이라고 적힌
노란 완장을 차고 모자를 깔끔하게 눌러 쓴 할아버지는
아이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하면 얼른 교통안전 깃발을 들고
이쪽저쪽 살핀 뒤 호루라기를 ‘후~ 후’불면서 한 손은 아이들을 향해 있다.
2시간을 꼬박 서서 아이들의 등교를 돕다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손발이 시려오지만…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는다.
할아버지는 오늘 하루도 아이들이 무사할 수 있다는 생각만 하면
옷깃을 파고드는 쌀쌀한 바람도 견뎌낼 수 있었다.

# 교통안전 깃발들고 등굣길 지킴이

“저는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어요. 50대에 뇌출혈로 쓰러져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새 삶을 얻게 됐죠. 노인들과 많은 이야기도 하고 그들을 위해 봉사하면서 살고 싶어요.”

남을 위해 봉사하고 다른 노인을 보살피며 활발한 사회활동을 펼치고 있는 할아버지는 남은 여생 그와 같은 처지에 놓인 노인들과 함께 하는 것을 행복이라고 여겼다.

누구보다 바쁘게 사는 할아버지는 아침 7시, 아이들 등굣길 교통봉사로 하루를 연다. 서울시 관리직 공무원이었던 할아버지는 40여 년 전부터 대한예수교 장로회 영락교회 성가대에서 봉사활동을 처음 시작했다. 적십자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하게 된 것이 시초였다.

“노인정과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음악회상요법에 참여한 적이 있어. 음악을 듣고 환하게 미소 짓는 그들의 모습을 보았을 때 나 또한 기쁨을 느낄 수 있지.”

김 할아버지는 이런 보람에 2년 전부터 기흥구 구갈동 산양초등학교 앞 건널목에서 교통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2년 전부터 눈이오나 비가 오나 손자손녀들이 안전하게 학교를 다녔으면 하는 마음에서 했어. 올해 학부모회 총회에서 감사패도 받았는데 기분 좋더라고.”

교통봉사 경력이 있어서일까. 할아버지는 시에서 2007 노인일자리사업으로 실시하고 있는 은빛사랑나눔단에 소속돼 구갈초등학교 앞에서 아이들의 등굣길을 돕고 있다.

“요즈음은 날씨가 쌀쌀해져 춥지만 토끼 같은 아이들 보면 젊어지는 것 같아서 좋다니까.”

서울 생활을 접고 시흥에 살다 2년 전 용인으로 옮긴 할아버지는 15년 전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져 오랫동안 투병생활을 해왔다. 지금도 약을 복용하면서 혈압을 조절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여름에 삼계탕 먹고 가족들과 재미있게 얘기를 나누다 갑자기 쓰러졌어. 고대 병원으로 옮겼는데 의사가 가족들한테 임종을 준비하라고 했다더군. 나야 사경을 헤매고 있었으니까 가족들의 고통은 몰랐지만 그때가 50대 후반이었으니 모두에게 날벼락을 맞은 것이나 다름없지.”

# 병마딛고 노인복지관서 봉사

김 할아버지는 다행히 병을 이겨냈고 그 때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으로 남고 싶었다고 했다. 그리고 남은 여생을 그들을 위해서 살기로 결심한 것이다. 가족들 역시 할아버지의 선택을 믿고 따랐다.

“자녀들은 걱정하지만 오히려 재미있게 사니까 고맙게 생각하지. 투병하고 있는데 남은 시간을 열심히 사는 거야…” 할아버지 눈시울이 붉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 그렇게 사는 거지 뭐. 봉사하는 게 좋다”며 할아버지는 다시 웃으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할아버지는 시흥에 살 때도 누구보다 열심히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2004년 시흥경찰서 제3기 시민경찰학교를 수료한 할아버지는 명예시민경찰로 봉사하며 2005년 60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감사패를 받았고 실버 봉사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용인에 와서 제일 먼저 시작한 봉사가 산양초 교통봉사였고 용인시노인복지회관에서도 봉사하면서 바쁘게 보낸다.

또한 수십년간 성가대에서 갈고 닦은 실력으로 다른 노인들에게 기쁨을 안겨준다. “경기도립노인전문병원, 효자병원 등 노인전문 의료기관을 정기적으로 찾아가 하모니카 연주를 해주고 거즈도 접고…즐겁게 봉사할 일이 아주 많아.”

2005년 용인시방문보건사업 자원봉사자로 나선 할아버지는 노인복지회관 물리치료실, 체력단련실에서도 자주 만날 수 있다. 올해 6월 제2기 용인실버자원봉사학교를 수료한 할아버지는 노인복지사자격증을 갖고 있을 정도로 노인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몸은 힘들지만 밝은 얼굴을 하고 계신 어르신들 대할 때면 기뻐. 다른 노인들 얼굴에도 웃음이 떠나질 않았으면 좋겠어. 내 하모니카 연주가 작으나마 도움이 되면 나도 물론 행복하지.”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할아버지는 “바쁘게 지내는 것이 노인 건강에 좋다”면서 “요즈음은 중학교 때 배운 탁구 실력으로 다른 노인들한테 탁구를 가르친다”고 말했다.

“노인의 마음을 노인이 가장 잘 아는 것 같아. 고린도전서 13장13절, 믿음 소망 사랑 이 세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는 성경구절을 가슴에 늘 새기고 많은 사람들과 사랑을 나누며 살고 싶다니까.”
매일 아침, 아이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노인들과 즐겁게 만나는 것이야 말로 김 할아버지를 살아 움직이는 원동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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