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를 이겨낸 청년 정회일

그만 포기할까? 아냐 살아야 해…포기할까? 이대로 끝내버릴까…
건강한 모습에서 괴물처럼 변해가는 나를 보며
매초 매분 마다 오직 정신력으로, 가족의 사랑으로 버텨야만 했습니다.
사회와 단절된 채 생활하다 문 밖으로 나오기까지
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세상 밖으로 나와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주어진 환경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했습니다.
생각을 바꾸면 어떤 환경에서도
감사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은 지금,
영어를 가르치며 행복한 삶을 다시 살고 있습니다.

아토피는 환경오염 탓으로 추정될 뿐 치료법은 물론 정확한 발병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아 환자와 보호자들이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현실이다.

아토피 피부염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목숨을 끊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고 어린이들의 발병률도 높은 추세다. 원인을 모르니 치료 또한 쉽지 않다. 그래서 평생 병을 안고 살아가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아토피를 이겨낸 사례는 언제나 주목을 받는다.

수지구 고기동에 살고 있는 정회일씨 또한 아토피를 극복한 청년이다. 6년간 집 밖을 나오지 못할 만큼 심한 고통을 겪었던 그가 어떻게 병을 떨쳐버릴 수 있었을까.

# 약 부작용으로 아토피…6년간 투병

“오래 먹어서는 안 되는 약을 아무런 부작용 언급 없이 7년 동안 처방해 준 덕(?)에 저는 보통 사람들이 접하기 힘든 고통을 오랜 시간 경험했죠.”

경증의 아토피 증상으로 약을 먹게 된 정회일(수지구 고기동)씨는 2000년 4월부터 6년 간 집안에서 누워 지냈다. 스테로이드의 부작용으로 누구도 경험하기 힘든 병마와 싸우며 고통을 견뎌내야만 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속부터 몸 바깥까지 성한데가 없었다. 눈물이 말라서 앞을 볼 수 없고, 눈썹은 다 빠져버렸다. 얼굴은 다 찢어져서 피와 진물이 흘렀고 입과 턱 또한 찢어져 밥조차 먹을 수 없게 돼 버렸다. 몸도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심장은 불규칙적으로 뛰고 식구들 발자국 소리에도 놀라서 소리를 지르기도 했죠.”

그는 갈증도 심해서 하루에 물을 20리터 이상 마셔야 했고 팔뚝과 다리도 붓고 다 찢어져 그 진물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옷을 갈아입어야 했다.

“온 몸에서 피가 나고 상처투성이에 진물이 쏟아지고 몸에서는 이상한 냄새가 났죠. 끓고 있는 물주전자 마냥 증기가 뿜어져 나와 옷을 입고 있을 수도 없었어요. 금새 옷이 젖어버리고 그 열기 때문에 너무 뜨거워서 견딜 수가 없었거든요.”

정씨는 겨울 내내 난방도 하지 않고 매일 밤 잠을 청했지만, 몸속은 여전히 추었다. 한 여름에도 마찬가지였다. 병은 더욱 악화돼 걸을 수도 없었고 온 몸의 상처와 진물 때문에 눕지도 못했다. 괴롭고 아파서 잠을 잘 수도 없었고 너무 지쳐서 잠이 깨고….

“엄청난 가려움증 때문에 미친 듯이 몸을 긁어대고 또 쏟아지는 진물과 피와 그 고통에 쏟아져 나오는 눈물을 참아야 했습니다. 정말로, 아무것도…할 수 없었습니다. 힘들어서 말 한마디 하지 못했죠.”

스테로이드 부작용으로 심한 아토피를 앓으며 병마와 싸운 그의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는 지난 6년을 ‘죽느냐, 사느냐’로 압축했다.

의사의 안일한 처방으로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던 정씨는 한 동안 ‘의사’얘기만 나와도 버럭 화를 낼 정도였다.

아토피를 앓으면서 7년전 공기 좋은 수지구 동천동으로 보금자리를 옮긴 정씨는 2005년 10월 SBS 세븐데이즈에 약 부작용으로 인해 병과 싸우고 있는 한 청년으로 소개됐었다. 그러나 그는 그 때 기억을 썩 좋아하지 않았다. 정씨 의도와 다른 방송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1년후, 다시 그는 TV에 얼굴을 보였다. SBS 모닝와이드에 ‘아토피를 극복하고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청년’으로 소개됐다.

지금, 그는 아픔을 견뎌내고 당당히 영어강사로 우뚝 섰다.

# 영어강사로 당당히 서다

정씨는 아직 젊지만 지난해부터 인생 2막을 시작했다. 아픔이 컸지만 그는 2년 동안 500권이 넘는 책을 읽었다. 언제 나을지 모르는 아토피와 싸우면서 외로움을 이겨내는 것이 가장 힘들었던 그는 책을 늘 곁에 두었다.

아토피로 자살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 역시도 죽느냐, 사느냐가 목적이었다. 그러나 그는 생각의 변화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대학에 입학했으나 아토피로 휴학중이던 정씨는 독학으로 영어 공부를 했고 강남의 한 학원에서 ‘잘 나가는 영어 강사’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영어교재를 개발하고 있으며 영어강사 고수들의 영어공부법을 엮은 책에 인터뷰가 실려 곧 출간될 예정이다.

“열심히 공부하고 싶어서 강사를 하게 됐어요. 검증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어려움이 있었죠. 그래도 요즘은 스타급 강사는 아니더라도 예약한 학생이 몇 달씩 기다리는 정도죠. 하하”

아토피를 극복해 사회생활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정씨는 아토피 환자들로부터 ‘병을 고친 비법’에 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 그는 특별한 비법이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다른 환자들과 달랐다.

“우리는 어떤 환경에 놓일지 선택할 수 없잖아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은 주어진 환경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이지요. 생각과 태도를 바꾸면 어떤 환경에서도 감사하고 행복하죠. 밥 먹는 것도 감사합니다.”

고통과 아픔을 이겨내며 희망을 찾아가는 그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전파되길 기대해본다.

(정회일씨 미니홈페이지 http://www.cyworld.com/mu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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