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가대표 탁구선수 홍차옥씨

1970 년대서부터 이어진 한국 탁구의 황금기는 걸출한 스타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특히 여자탁구의 계보는 왠만한 사람들도 꿰고 있다.

1973년 4월에 유고슬라비아의 사라예보 세계탁구 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의 여자 단체전을 우승으로 이끈 이에리사·정현숙 선수가 1세대를 대표한다면, 2세대를 대표하는 스타는 현정화와 또 한사람. 바로 홍차옥(40)이다.

1990년 11월, 제1회 서울 세계복식컵 탁구대회에서 현정화와 짝을 이뤄 여자부 우승을 차지한 홍차옥 선수는 1991년 일본 지바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북단일팀에 선발돼 북한의 리분희·유순복 그리고 현정화와 함께 출전해 단체전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당시 TV를 통해 온 겨레에 감격의 눈물 샘을 자극했던 주인공이자, 현정화와 함께 ‘환상의 복식조’를 이뤄 한 시대를 풍미했던 홍차옥씨.
그 추억의 스타가 바로 우리 곁에 있다.

▲ 전 국가대표 탁구선수 홍차옥씨

◆ 3자녀 둔 주부 5년전 용인으로

“애가 셋이나 되는 주부가 자기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아요”

상현1동 주민자치센터에서 탁구를 가르치고 있는 홍차옥씨(40·수지구 성복동). 소박하기 그지없는 그녀의 말투는 ‘전 국가대표 탁구선수’보다 이웃집 아줌마같이 친근하게 느껴진다.

초등학교 3학년, 선생님의 권유로 시작한 탁구는 이후 그녀 인생의 전부가 돼버렸다. 약 18년 동안 탁구선수 생활을 해왔던 그녀에게 탁구는 ‘운명’과 같았다.

▲ 홍차옥 전 국가대표선수는 탁구대 앞에만 서면 눈빛이 달라진다. 하지만 환하게 웃는 모습은 편안하게 다가온다.
“어린 나이에 탁구가 좋았기보다 그냥 선생님이 하라니까 한 거죠(웃음). 그렇게 하다 보니 조금씩 실력도 늘고 점점 탁구에 빠지게 된 거죠. 그대로 운명이 돼버린 거지요.”

그녀가 수지로 보금자리를 옮긴 것은 5년 전. 선수생활 은퇴 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수지로 이사 오면서 강의를 그만두고 생활체육 전선에 뛰어들었다.

“선수시절 기흥에 있는 합숙소에서 10년 넘게 생활했는데…그 때만 해도 내가 용인에 살게 될 줄 꿈에도 몰랐죠. 주변 환경이 좋아 오게 됐는데 그 당시만 해도 수지에는 탁구장이 딱 한 개 밖에 없었어요.”

이러한 지역의 상황이 안타까웠던 그녀는 직접 상현동장을 찾아가 부탁했다.

“성복동으로 이사 가기 전에 상현동에 살았거든요. 동장님한테 주민자치센터가 생기면 내가 탁구를 가르칠 수 있게 해달라고 했죠. 그래서 지금 이렇게 주민들과 함께 땀을 흘릴 수 있게 된 거죠.”

그녀가 탁구를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수지지역의 탁구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용인시 탁구교실 또한 그녀를 통해 시작된 것이다.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그녀가 상현1동 주민자치센터에서 가르치고 있는 주민은 150여명. 주민자치센터 가운데 가장 많은 수다.

“배우는 분들이 많다보니 한 사람 한 사람 많은 시간을 투자해 가르칠 수는 없지만 이곳을 통해 탁구를 배우고 재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 상현·동천동 자치센터서 탁구교실

상현동 뿐 아니라 동천동 주민자치센터에서도 매주 수요일 탁구를 통해 주민들을 만나고 있다.
그녀가 지역에서 탁구를 가르치는 데는 ‘생활체육 활성화’라는 뚜렷한 목표가 있다.

▲ 상현1동 주민자치센터에서 탁구교실회원들과 함께한 홍차옥 전 국가대표선수.

“주민자치센터를 통해 탁구가 생활체육으로 활성화 되고 주민자치센터에서 배우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기 원한다면 지역 내 탁구장을 찾아가 정식레슨을 받기도 하고…이것이 계속 순환되다보면 언젠가 수지구민들 누구나 탁구를 즐기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이런 그녀가 바라는 딱 한가지가 있다. ‘탁구 전용구장’이 생기는 것이다.

“수지에 있는 배드민턴 전용구장처럼 탁구도 전용구장이 생겨서 누구나 자유롭게 탁구를 칠 수 있고 지금보다 더 활성화 되었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탁구를 배우며 행복해가고 탁구의 매력을 느끼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기분 좋다”는 홍씨. 그녀의 바람이 이뤄질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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