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 문제로 특수학교 건립사업이 2년 이상 표류하며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장애인 부모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인근 수원, 광주 등 거리가 먼 다른 지역의 특수학교로 아이들을 통학시키고 있다.

매일 몇 시간씩 걸리는 등·하교 때문에 새벽같이 일어나 밥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는 아이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용인에 하루빨리 특수학교가 생기길 그 무엇보다 바라고 있다.

고단한 장애인 학부모들 장거리 통학길에 마음은 항상 ‘조마조마’

새벽 5시 30분.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시각, 대부분의 학생들은 단잠을 자고 있을 시간이지만 해든솔(처인구 백암면 옥산리에 위치한 장애인생활시설) 아이들은 지금 일어나지 않으면 학교를 갈 수 없다.
일어나서 씻고 정신을 차린 뒤 6시부터 20~30분간 이른 아침을 먹고 양치질을 하고 옷을 갈아입고 가방을 챙긴다.

▲ 승합차에서 내려 스쿨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스스로 하기는 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인데 일일이 도와줄 수도 없고 도와주기보다는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니까 시간도 오래 걸리고…아침엔 아무래도 아이들을 재촉하게 되죠. ”

스쿨버스가 양지까지만 오기 때문에 7시 15분에 승합차를 타고 이동한다. 긴 여름방학 끝에 오랜만에 가는 학교라 신나하던 아이들도 승합차에 올라타니 피곤이 몰려오는 모양이다. 창밖을 바라보다 꾸벅꾸벅 졸면서 30여분을 달린 끝에 스쿨버스가 기다리는 양지제일교회에 도착했다.

아직 소변훈련이 서투른 아이들을 위해 스쿨버스를 타기 전 승합차에서 1~2명씩 내려 소변을 보게 한다.

문단비 사회복지사는 “백암에서 양지까지 30분을 이동하고 또 광주까지 1시간 정도 차를 타야하기 때문에 소변을 보지 않으면 차에서 실수할 수도 있다”며 “그래도 지금은 훈련이 돼서 그렇지 처음엔 그냥 차에서 싸는 아이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다행히 사고는 나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도로로 뛰쳐나가 위험한 적이 몇 번 있었기 때문에 교사들은 언제나 스쿨버스를 갈아탈 때 조심하게 된다.

문단비 사회복지사는 “화·목요일 하교는 양지사거리 이천방향 도로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며 “스쿨버스가 광주까지 다시 가야하기 때문에 오래 기다려 줄 수 없는데 시설에서 다른 일로 차량을 쓰다가 늦기라도 하면 큰 일”이라고 말했다.

아이들 하교시간을 맞추지 못하고 도로에 그냥 내려놓을 수 없어 뒤늦게 스쿨버스를 쫓아가 데려온 적도 있다.

아이들을 스쿨버스에 태워보내고 해든솔로 돌아온 시간은 대략 9시 30분. 아이들 등교에만 4시간 정도가 걸리는 셈이다.

스쿨버스가 양지까지만 오기 때문에 승합차로 이동해야 한다. 승합차에는 특수학교 다니는 아이들 12명과 운전교사, 생활지도교사 각 1명씩 총 14명이 타고 이동하고 있다. 승합차 정원 때문에 특수학교에 보내고 싶어도 12명 이상 보낼 수가 없다.

오는 9월 해든솔에 추가로 입소하는 2명이 특수학교로 진학 할 계획이어서 기존에 특수학교를 다니던 아이들 중 2명을 골라 일반학교로 전학시키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김현경 사회복지사는 “아이들 특성마다 특수학교에 보내야할 아이가 있고 일반학교에 보내야 할 아이가 있는 법인데 사정상 12명이 한계”라며 “또한 3시간이나 왕복하다보니 체력적으로 힘든 어린 아이들은 아예 특수학교에 보낼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 승합차를 타고 백암에서 양지로 이동하는 30여분동안 할 일이 없는 아이들은 창 밖을 보거나 졸기 일쑤다.

 

 

 

 

 

 

 

현재 해든솔에서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다니는 아이는 총 4명으로 백암초등학교에 3명, 백봉초등학교에 1명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현재 백암중학교까지 특수학급이 마련돼 있고 앞으로 백암고등학교에도 특수학급이 마련된다는 것이다.

학교를 다녀와 저녁식사를 하고 숙제를 하면 어느새 취침시간(6시30분~7시)이다. 다음날 일찍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취침시간도 이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현경 사회복지사는 “습관이 돼서 아침에 일어나기는 잘 일어나지만 스쿨버스를 타러 이동하면서 졸기도 하고 학교 갔다오면 아무래도 아이들이 지쳐있다”며 안쓰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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