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계대탐사 제7구간 식생

곤충

너무 더운 날이다. 섭씨 30도가 넘는단다. 외출을 자제하라는 방송이 있을 정도다. 그래도 산에 들면 좀 낫겠지, 하는 마음으로 산에 오른다. 그런데 웬걸, 바람 한점 없고, 숨은 턱에서 오르락내리락 한다. 헉헉.

산 입구에 조그만 논이 있다. 잠자리들이 있을 것 같아 천천히 논둑을 거닌다. 역시, 가장 많이 눈에 띠는 녀석들은 밀잠자리들이다. 청회색을 띤 수컷과 갈색 계통의 암컷이 같이 보인다. 배치레잠자리도 보인다. 요 녀석들은 다른 잠자리들에 비해 배(우리가 잠자리 꼬리라고 생각하는 부분)가 짧고 옆으로 편편하다.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로 특이하게 생겼다. 이 녀석들도 수컷은 어렸을 때는 검은색 계통이었다가 점점 자라면서 청회색을 띤다. 암컷은 빛나는 황색이다. 햇살을 받으면 암컷의 몸은 금빛으로 유난히 빛난다. 깃동잠자리도 보인다. 날개 끝에 한복의 깃동처럼 생긴 무늬가 있어 깃동잠자리라고 불리는 녀석이다. 검은색과 노란색이 멋진 조화를 이룬 수컷이 보인다.

▲ 물잠자리
논 옆으로 흐르는 작은 개울에는 송사리 떼가 더위를 식히고 있다. 송사리들 사이로 작은 나뭇가지들이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자세히 보니 날도래다. 날도래는 어렸을 때는 물속 생활을 하는데 자신의 몸을 나뭇잎이나 작은 나뭇가지로 위장하고 그 속에서 산다. 어떤 종은 작은 돌을 이용하기도 한다. 오늘 본 녀석은 주로 갈대를 이용해 집을 만들었다. 물풀들 사이로 날렵한 청동색 몸과 멋진 검은빛 날개를 가진 물잠자리가 몇 마리 보인다. 암컷은 보이지 않고 수컷들만 보인다. 암컷은 날개 끝부분에 하얀색 점무늬가 있기 때문에 쉽게 구분 된다. 비슷한 녀석으로 검은물잠자리리가 있는데 물잠자리와 날개 모양이 다르다. 물잠자리가 타원형이라면 검은물잠자리는 긴타원형이다.

▲ 분홍거위벌레
산에 오르니 더위 때문이지 곤충들이 그리 많이 보이지는 않는다. 늘 보이는 세줄나비, 흰나비 종류, 뿔나비, 네발나비 들이 보이고 긴알락꽃하늘소와 다리무늬침노린재, 방아벌레, 고마로브집게벌레, 왕자팔랑나비들이 보인다. 이 녀석들은 지난 구간에도 봤던 녀석들이다.

이번 구간에서는 특이한 녀석 몇을 만났다. 분홍거위벌레가 그 첫 번째다. 거위벌레나 왕거위벌레에 비해 몸이 작고(몸길이 6-7mm 정도) 몸 전체가 분홍색을 띤다(사실은 적갈색). 겹눈만 검은색이다. 특이한 색 때문에 금방 눈에 띤다. 분홍거위벌레 암컷은 고광나무의 잎을 말아 요람을 만드는 녀석이다. 도감으론 여러 번 봤지만 실물은 처음이다. 워낙 작기 때문에 선명한 사진을 남기기가 어렵다. 특히 눈은.  

두 번째로 만난 특이한 녀석은 사과곰보바구미다. 몸길이가 15mm 정도 되는 중대형의 바구미다. 몸 전체가 우툴두툴하기 때문에 이름에 ‘곰보’가 들어간 것은 이해되지만 왜 ‘사과’가 들어갔는지는 모르겠다. 주로 밤나무와 신갈나무 등에서 많이 발견되며 애벌레는 밤나무의 뿌리를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과곰보바구미외에 바구미 종류로는 소형의 털보바구미와 배자바구미들이 보인다. 털보바구미는 수컷이 딱지날개 끝부분과 뒷다리 종아리마디에 긴 털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배자바구미의 배자는 한복 위에 입는 조끼를 말한다. 몸에 검은색과 흰색의 무늬가 있는데 꼭 조끼를 입은 것 같이 보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녀석은 눈만 마주쳐도 바로 죽은 체를 하는데 곤충들의 이런 행위를 의사행동이라고 부른다. 움직이지 않고 있으면 새똥처럼 보이는 특이한 녀석이다.

귤빛부전나비도 만났다. 귤빛으로 빛나는 날개가 무척 아름다운 녀석이다. 숲 속의 요정 같은 녀석이다. 참빗살얼룩가지나방도 보인다. 노란색과 회색, 갈색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날개가 아름다운 녀석이다. 잠자리가지나방도 만났다. 점무늬가 있는 날개도 특이하지만 배가 잠자리들처럼 긴 게 녀석의 특징이다. 팔랑팔랑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잠자리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 중나리
야생화

물레나물이 노란색 꽃을 활짝 피웠다. 꽃의 모양이 선풍기 날개처럼 한족으로 휘어져 있다. 휘어진 꽃잎이 물레바퀴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크고 화려하기 때문에 쉽게 눈에 띈다. 큰까치수영도 보이기 시작한다. 꼬리처럼 생긴 특이한 꽃차례를 가진 녀석이다. 멀리서보면 하얀 수염 같기도 하고 꼬리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녀석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려면 눈높이를 낮추고 꽃 하나하나를 봐야 한다. 어쩜 그리 맑게 생겼는지. 다섯 장의 하얀 꽃잎은 보는 이의 마음을 정화시켜 준다. 녀석은 꼬리 밑 부분부터 꽃을 피워 올린다. 꽃이 핀 부분과 아직 꽃이 피지 않은 봉오리 부분을 경계로 해서 꽃 전체가 살짝 아래로 굽어 있어 독특한 아름다움을 더해 준다.

나리꽃들도 보이기 시작한다. 아직 개화 시기는 이른 듯 꽃망울만 여기저기 맺힌 게 보인다. 나리는 백합의 순 우리말인데, 꽃의 방향에 따라 여러 종류의 이름이 있다. 꽃이 하늘을 향하면 ‘하늘나리’ 땅을 향하면 ‘땅나리’ 그리고 중간쯤이면 ‘중나리’ 하는 식이다. 중나리가 꽃망울을 곧 터트릴 기세다. 며칠 내 주황색 커다란 꽃을 피울 것이다. 하늘말나리도 꽃망울이 여기 저기 맺혀있다.

▲ 돌양지꽃
정상부 바위에 노란 돌양지꽃이 한창이다. 바위틈에서 자라는 녀석은 강인한 아름다움의 상징이다. 바위틈이라는 척박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어두운 그늘이 보이지 않는다. 해맑은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노루발도 앙증맞은 종 모양의 꽃을 한창 피우고 있다. 초록의 잎과 하얀 종 모양의 꽃이 참 멋진 녀석이다.

넓은 손바닥 모양의 잎이 특징인 터리풀도 하얀색 꽃을 활짝 피웠다. 수백 개의 작은 꽃들이 모여 멋진 구름 같은 꽃 모양을 만든다. 하나하나가 모여 이룬 커다란 구름 모양의 꽃은 꿈을 꾸는 듯 몽롱한 아름다움이 있다. 분홍색 꽃이 한창인 노루오줌도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다. 노루오줌 역시 수 백 송이의 꽃들이 모여 하나의 커다란 꽃을 이루는데 터리풀이 꿈꾸듯 몽롱한 구름이라면 노루오줌은 하늘을 향해 올라가고자 하는 간절한 염원 같은 꽃이다. 새 깃털처럼 생긴 잎과 전체적으로 긴 삼각형을 이루는 꽃차례는 곧 하늘로 비상할 것 같은 긴장감이 느껴진다.

▲ 터리풀
범꼬리라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꽃도 만났다. 높이는 1m 정도 되는데 초록의 꽃줄기 위로 연한 분홍빛이 도는 흰색 꽃이 꼬리모양으로 하나씩 달린다.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것이 호랑이의 꼬리를 닮아서일까 범꼬리라는 호방한 이름을 달고 있지만, 약간 과장된 듯, ‘강아지꼬리’정도면 어떨 까 하는 좁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기린초도 꽃 피울 준비가 한창이고 단풍취도 보일 듯 말 듯 조그만 꽃망울이 달린 것을 보니 숲은 바야흐로 여름이다. 

나무

아까시나무는 하얀 포도송이 같은 꽃을 다 떨구고 갈색 꼬투리 열매를 달기 시작한다. 노린재나무도 끝이 뾰족한 둥근 열매가 잎 사이에서 익고 있다. 물푸레나무의 길쭉한 열매들이 바람에 흔들린다. 청미래덩굴의 연둣빛 구슬 같은 열매도 노란빛이 언뜻 보인다. 6월 숲의 나무는 가을 준비가 한창이다.

이번 구간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띈 것은 단연 산딸나무다. 다른 산에서는 이미 절정기를 지났지만 여기선 다르다. 여기저기 눈부시게 핀 산딸나무의 하얀 꽃(사실은 꽃잎이 아니라 꽃받침 같은 것이다)이 6월 햇살을 받아 산 전체를 하얗게 물들이고 있다. 하얀 꽃이라면….

개다래도 한창이다. 산딸나무는 꽃받침을 화려한 꽃잎처럼 보이게 해서 곤충을 유혹하지만 개다래는 잎을 그렇게 만들었다. 잎의 반이 하얀색 물감이 묻어 있는 것 같다. 멀리서 보면 크고 화려한 흰색 꽃이 피어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개다래 꽃은 아름답지만 작다. 눈길을 끌지 못한다. 그래서 생각해 낸 방법이 꽃잎의 일부를 물들여서 크고 화려한 꽃이 핀 것처럼 위장한 것이다.

땅비싸리의 분홍색 꽃은 아직 한창이다. 참빗살나무의 앙증맞은 꽃도 보인다. 광대싸리라는 독특한 이름을 가진 나무도 연노랑색의 작고 앙증맞은 꽃을 피우고 있다. 향이 진하기로 치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쥐똥나무 꽃도 산 한쪽을 물들이고 있다.

산 정상부에서 갈매나무를 만났다. 갈매나무는 가지 끝이 가시로 변하는 특징이 있다. 잎맥도 특이하다. 팽나무처럼 측맥이 잎 가장자리까지 다 뻗질 않고 가다가 휘어진다. 짙은 회색의 나무껍질도 특이한 녀석이다. 

개박달나무를 만났다. 처음 보는 녀석이다. 앙증맞은 잎은 느릅나무를 닮았고 나무껍질에는 가로로 하얀색 피목(나무 표면에 있는 점무늬로 나무 내부와 외계 사이의 가스교환의 출입구가 된다.)이 발달해 있다. 정상부 바위틈에서 자라고 있었다. 잎 사이를 보니 작은 열매 같은 것이 보였다. 당연히 열매거니 하고 생각했는데 집에 와서 여기저기 검색해 보니 이것은 열매가 아니라 암꽃일 거라고 한다. 열매는 8월이나 돼야 익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 상태로 있다가 그대로 열매가 되는 것 같았다. 나무껍질도 더 자라면 벗겨진다고 한다.

▲ 제비

산 입구에서 꾀꼬리를 만났다. 낯선 침입자를 경계하느라 머리 위를 이리저리 가로질러 날아다닌다. 나는 폼이 제법 날쌔다. 꾀꼬리는 우리나라에서 번식을 하고 중국이나 인도차이나반도 등지에서 겨울을 나는 여름철새다. 지금이 산란철이기 때문에 괘 날카로워 있을 것이다. 서너 번을 위협하듯 내 머리 위를 가로질러 날아다닌다. 특유의 노란색 몸이 손에 잡힐 듯 보인다. 꾀꼬리는 색도 아름답지만 소리가 무척 고운 새다. 노래를 잘하는 사람보고 꾀꼬리 같다고 하는 것이 빈말이 아니다. 그 정도로 아름다운 소리를 가지고 있다.

꾀꼬리는 이상하겠지만 까마귀과의 새다. 황조, 황작이라고도 불리는데 삼국사기에 전하는 ‘황조가’의 그 황조가 바로 꾀꼬리다. 눈에는 보이는데, 소리는 들리는데 도대체 틈을 주지 않는 녀석이다. 올해만 해도 대 여섯 번은 눈 맞춤 했지만 사진 한 장이 없다. 조용필이 부른 ‘못 찾겠다 꾀꼬리’가 아니라 ‘못 찍겠다 꾀꼬리’다.

오랜 친구 같은 반가운 녀석도 만났다. 제비다. 산 입구에 있는 황토로 지은 폐가에서였다. 대들보 아래쪽과 천장에 세 개의 제비집이 보였다. 마룻바닥에는 녀석들의 배설물이 가득 쌓여 있었다. 산지 오래 된 것 같았다. 조금 기다리자 제비 부부가 다가온다. 이지저리 맴돌더니 한 마리가 제비집으로 쏙 들어간다. 알을 품기 위해서 일 것이다. 적당한 거리에서 녀석을 보다 욕심이 생겼다. 좀 더 다가가자 녀석은 금방 휙 하고 날아간다. 정말 물 찬 제비다. 지나 친 욕심은 금물인 것을. 새가 허락한 거리만큼만 다가가야 하는 것을 잊다니.

먼 산에서 뻐꾸기가 운다. 여전히 검은등뻐꾸기의 특이한 울음소리도 온 산에 메아리친다.
‘호 호호호’하고 울어 대는 녀석의 울음소리가 ‘욕심 버려’ 하고 들리는 무척 더운 6월의 오후다.

/글. 사진 손윤한(생태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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