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화해, 평화통일! 현충일 200km 묵주 기도 행진

현충일인 6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도라전망대에서 천주교 상현동 권일신 기념성당 신자들이 ‘민족화해와 통일기원’미사를 올렸다.
상현동 권일신 기념성당 신자 1713명은 현충일을 맞이해 민족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의식을 분단의 아픔의 현장인 휴전선을 따라 행진, 도라산 전망대 등 7곳에서 미사를 진행했다.

■ 김동원 주임신부 “신앙으로 분단치유”

“뜨거운 감동이었습니다.”

6월6일 현충일, 수지구 상현동 천주교 권일신 기념성당(주임신부 김동원)의 신자 1713명이 휴전선 155마일을 따라 묵주기도 행진을 하며 민족화해와 평화통일을 기원했다.

전몰장병의 영혼을 위로하고 남북평화통일을 기원하며 쉬지 않고 휴전선을 따라 2시간을 걷는 이들의 모습은 장관이었다. 길게 늘어선 인간 띠는 꽁꽁 얼어붙은 휴전선 철조망에 평화의 온기를 불어넣었다.

이번 행사를 이끈 김동원 주임 신부(44·사진)는 “남북 분단은 우리 민족에게 가장 큰 상처로 남아 있다”면서 “분단과 분열에 따른 상처를 신앙의 힘으로 치유하기 위해 휴전선 기도 행진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모두 하나 되게 하소서’ 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 행사는 휴전선 248km 중 도보 행진이 가능한 200km를 40개 구역으로 나눠 각 구역 5km를 신자 40~50명이 묵주기도 행진을 한 뒤 도라산 전망대 등 7개 지역에 모여 미사를 올리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권일신 기념성당은 1791년 신해박해 때 순교한 유학자 출신 천주교인 권일신(1742~1791)을 기념하기 위해 2003년 세워졌다. 2003년 1월28일 수원교구장이 성당을 설정하고 주보성인인 권일신의 이름을 따 그 분을 본받기 위해서다. 권일신은 한국 천주교회 창립의 주역으로 덕망, 학망, 인품을 두루 갖춘 인물이다.

용인군 구성면 구읍의 한 주막에서 귀양길의 첫날밤에 장독으로 마지막 숨을 거둔 것으로 전해져 천주교 신자들은 상현동에 기념성당을 짓고 순례지로 발전시키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는 유교출신 선비였기 때문에 수신제가치국평천하를 중시해 권일신기념 성당에서는 이 이념을 해마다 사목표로 세워 실천하고 있다. 수신은 영적인 성화, 제가는 가정, 치국은 하느님을 뜻하며 올해는 평천하의 해로 넓은 세상에 복음을 전파하겠다는 것이 성당의 목표다.

이에 따라 권일신 기념성당의 사목회(제사를 지내고 양을 친다) 회장단은 올해 사목인 평천하를 위해 어떤 일을 할까 고민하다 현충일의 의미를 되새기고 민족의 희생을 기리며 순국선열에 대한 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민족 화해와 평화 통일을 위한 휴전선기도 행진’을 마련했다.

■ 용인지역 40개 구역을 돌며 연초부터 준비

권일신 기념성당 신자들은 다가올 남북평화통일을 위해 하나가 되어 기도하자는 마음으로 연초부터 이 행사를 준비했다. 지난 4월23일부터 6월1일까지 40일간 연인원 4000여 명의 신도가 참가한 가운데 용인지역 40개 구역을 돌면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행사를 진행했다.

또 저녁마다 함께 모여 촛불을 들고 성당 마당을 걸으며 묵주 기도를 하면서 모든 사람의 마음을 평화롭게 해주기를 염원했다. 촛불기도는 행사가 끝난 지금도 매주 토요일 저녁에 열린다.

남북의 분단 상처가 커서 기도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공감한 신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진 이날 행사에는 가장 어린 2살 아기부터 93세 노인 등 신자 1713명이 철원1·2지역, 고성, 문산, 연천, 양구, 화천 등 7개 구역에서 1시간 30분 동안 휴전선을 따라 걸으며 묵주 기도를 했다.

김 신부는 “우리에게 닥친 분열상은 민족이 남북으로 갈라진 것 뿐 아니라 남한 사회 내의 빈부격차, 세대간 갈등, 정치세력의 대립 등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러한 때에 신앙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화해와 일치를 위한 마음자세를 갖고 하느님의 보이지 않는 은총이 우리 사회에 내릴 수 있도록 기도운동을 펼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신자들은 “종교인으로서 기도의 소중함을 체험한 뜻있는 행사였다”며 “이러한 행사가 확산되길 바란다”고 그날의 감동을 한목소리로 전했다.

김 신부는 “민족화해 평화통일 기도행진이 일회성, 전시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일반인들에게 확대됐으면 좋겠다”며 “신앙인으로서 선의를 갖고 기도하는 것이며 기도는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움직여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광교신도시 개발문제로 인해 5년 째 정식으로 건물을 짓지 못한 천막 성당이지만 신자가 7000여 명이 이른다. 상현동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숫자다.

신앙공동체를 실천하고 있는 권일신 기념성당은 지난해 치국의 해를 목표로 40개 구역에서 40개 사회복지 기관을 선정해 매달 한번씩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 권일신은?

1742년 경기도 양근에서 시암 권암의 5형제 중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그 형 철신과 함께 당대에 명망이 높은 대학자로서 정조 임금까지도 그를 존경하고 아꼈다고 알려져 있다.

1784년 이벽 성조의 설교로 천주교에 입교해 영세할 때 프란치스꼬 사베리오라는 교명을 택한 권일신은 이벽 성조, 이승훈과 함께 천주교회 창립의 주역으로 꼽힌다.

권일신 프란치스꼬 사베리오는 신해박해(1791)때 예산으로 가라는 정조의 명령을 받고 귀양길에 올랐지만 1792년 초 용인군 구성면 구읍의 주막에서 장독으로 순교의 마지막 숨을 거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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