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계대탐사 제6구간 식생

나무
산으로 향하는 길이 초록 터널이다. 부드러웠던 연둣빛 나뭇잎들이 두꺼운 초록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바람이 불면 싱그러운 초록파도가 넘실거린다.

▲ 뽕나무
개복숭아나무에 조그만 열매가 달렸다. 보드라운 털로 덮여있는 열매는 보기에도 너무 실  것 같다. 살짝 베어 무니 윽, 시다 못해 쓰다. 그래도 어린 시절의 추억이 생각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뽕나무에 잔뜩 달린 오디가 발길을 잡는다. 검게 익은 오디는 달다. 상큼한 단맛이 돈다. 잔뜩 먹고 나니 입이 온통 시꺼멓다. 조금 올라가니 산뽕나무도 보인다. 뽕나무와 산뽕나무는 열매가 비슷하게 생겼지만 조금만 주의 깊게 보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열매 겉 표면에 암술대가 남아있어서 가시 달린 열매처럼 보이는 것이 산뽕나무다. 열매가 달리는 것도 뽕나무에 비해 성기다.

딱총나무도 특유의 냄새를 풍기며 산길 옆에 잔뜩 펴있다. 우리가 볼 수 있는 딱총나무는 두 종류인데 미색의 꽃이 피는 것이 딱총나무고 하얀색 꽃이 피는 것은 미국딱총나무다. 산길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은 대부분 딱총나무고 관상수로 심어 놓은 것은 미국딱총나무인 경우가 많다. 땅비싸리는 제철이다. 분홍색 꽃이 달리는데 이즈음 산에 가면 쉽게 만날 수 있는 녀석이다. 초록 세상에 분홍 점같이 아름다운 녀석이다. 하지만 너무 흔하기 때문에 사람들의 눈길을 받지 못하는 녀석이다. 하얀 종처럼 달린 꽃이 만개했던 때죽나무에 작고 길쭉한 열매가 달리기 시작한다. 앙증맞은 열매들은 바람이 불면 서로 부딪혀 맑은 종소리가 날 것 같다.

병꽃나무에도 길쭉한 병 모양의 열매가 달리기 시작하고 물푸레나무에도 납작한 열매가 잔뜩 달려 그네를 타고 있다. 산벚나무 버찌는 초록으로 동그랗게 달리다가 점차 붉어지며 완전히 익으면 검게 변한다. 요즘은 한 나무에서 이 세 가지 색의 열매를 다 볼 수 있다. 생강나무도 커다란 잎을 살짝 들추자 연둣빛 열매가 보인다.

▲ 으아리
으아리꽃이 활짝 폈다. 사위질빵도 덩굴손을 뻗으며 자기 세상을 꿈꾸고 있다. 사위질빵은 잘 끊어지기로 유명한 덩굴이다. 사위가 힘들게 일하는 것이 안쓰러운 장모가 사위가 사용할 질빵의 끈을 이 덩굴로 만들었다. 조금 무거운 것만 지면 약한 덩굴은 뚝하고 끊어진다. 힘들게 일하는 사위에게 휴식을 주고자 했던 장모의 사랑이 낳은 결과다. 이 덩굴이 사위질빵이라는 이름을 가진 유래다. 반면 질진 으아리덩굴로는 일꾼들이 사용하는 질빵의 끈으로 썼다. 너무 질겨 무거운 짐을 잔뜩 짊어져도 끊어지지 않아 일하는 사람들 입에서 저절로 ‘으악’소리가 나오게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둘 다 재미있는 유래를 가진 식물들이다. 요즘 산길에서 만나는 으아리는 두 종류가 있는데 잎이 세장이면 으아리, 다섯 장이면 참으아리다. 조금 더 시간에 지나면 으아리보다 훨씬 큰, 아기 손바닥만한 하얀색 꽃이 피는 큰으아리도 만날 수 있다.

밤나무에도 기다란 수꽃들이 달리기 시작한다. 아직은 연둣빛이지만 조그만 지나면 하얀색으로 바뀌며 특유의 밤꽃냄새를 풍길 것이다. 암꽃과 수꽃이 한 나무에 피는 밤나무는 이삭처럼 달리는 수꽃 밑에 조그만 암꽃이 2-3개 핀다. 조금만 눈여겨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작은 말미잘처럼 생겼기 때문에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밤꽃 향기가 진해지면 꼭 이 암꽃을 찾아보시길.

▲ 산딸나무1
특이한 모양의 꽃을 피우는 산딸나무도 여기저기 보인다. 주로 마을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열매가 익으면 딸기처럼 보이는데 산에서 자라는, 딸기 같은 열매가 열리는 나무라고 해서 산딸나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크고 멋들어진 하얀색 꽃잎 4장이 십자모양으로 달리기 때문에 한번 보면 쉽게 잊혀 지지 않는 나무다. 멋진 꽃잎을 가진 나무다. 하지만 이 멋진 꽃잎은 사실 꽃잎이 아니라 꽃 밑에 붙어있는 작은 비늘 같은 잎이다. 총포조각이라고 불리는 이것은 곤충을 유혹하기 위해 산딸나무가 고안해낸 멋진 장치다. 진짜 꽃은 볼품없이 삐쭉삐쭉한 가운데 부분이다. 커다란 네 장의 꽃잎처럼 보이는 총포조각에 현혹된 곤충들이 몰려들어 산딸나무의 수정을 도와주게 된다.

산길을 내려오다 본 커다란 신갈나무에 정성스레 돌멩이들이 쌓여있다. 노랗고 빨갛고 파란
끈도 둘러쳐져 있다. 산을 지키는 서낭나무다. 오며가며 사람들이 소원을 빌며 쌓았을 돌멩이들에 정성이 묻어난다. 이렇게 쌓은 돌무지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정표 역할은 물론이요 유사시엔 무기로 사용할 수가 있다. 주로 마을 입구에 쌓아놓은 돌무지들이 그런 경우가 많다. 곤충들에게는 훌륭한 생태아파트가 되고, 뱀들에게도 편안한 휴식처가 된다. 사람 손에 묻어있던 땀이 돌멩이에 묻게 되고, 염분을 섭취하기 위해 나비들이 돌무지에 모여들기도 한다.

▲ 겨우살이
일행 중 한 명이 서낭나무 중간쯤에서 겨우살이를 발견했다. 겨우겨우 살아간다고 해서 겨우살이라고도 하고 푸른빛을 간직한 채 겨울을 살아내기 때문에 겨울살이가 변해 겨우살이가 되었다고도 한다. 겨우살이는 반기생식물이다. 스스로도 광합성을 하지만 붙어사는 나무의 양분을 빼앗아 먹기도 한다. 잘 자란 겨우살이는 멀리서 보면 커다란 새둥지처럼 생겼다. 뛰어난 약효 때문에 약재로 인기가 높은 녀석이다.

이번 구간에서 만난 나무들은 이미 가을을 준비하고 있었다. 푸른 잎들 사이사이에 열매를 매달고 결실의 계절을 조용히, 하지만 치열하게 준비하고 있었다. 아직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무척 더운 날이다. 등에선 땀이 비 오듯 흐른다. 가파른 산길을 오를 때면 숨이 턱에 찬다. 힘들 때면 나무를 생각한다. 결실을 준비하고 있는 푸른 나무들을. 나무를 생각하면 힘이 난다.

새.동물

산 입구에 작은 계곡이 있다. 바위틈에 새 몇 마리가 논다. 가까이 다가가니 ‘피융’하고 날아간다. 노랑할미새다. 녀석들을 쫓아갔지만 좀처럼 사진 찍을 틈을 주기 않는다. 눈으로만 실컷 녀석들을 구경하고 돌아 선다.

시끄럽게 울어대는 녀석들이 보인다. 몇 마리가 까치 한 마리를 공격하고 있다. 황조롱이도 몰아내는 조폭 같은 까치가 힘도 못쓰고 쫓겨 다닌다. 까치보다는 조금 작고 날개가 하늘색이다. 물까치라는 녀석이다. 무슨 문제가 있는지 물까치 너 댓 마리가 까치 한 마리를 공격하고 있다. 숲이 시끄럽다.

‘호 호호호’ 하고 리드미컬하게 울어대는 검은등뻐꾸기 울음소리가 온 산에 메아리친다. 아직 짝을 못 찾았는지 울음소리가 절규에 가깝다. 먼 산에선 뻐꾸기의 울음소리가 정겹게 들린다. 어치와 까마귀도 보인다. 

드센 청서(청설모)때문에 숲에서 사는 것을 포기했는지 마을 돌담에 다람쥐 한 마리가 눈치를 보고 있다가 냅다 도망친다. 사람들에게 비교적 우호적인 녀석은 조금 시간이 지나자 제법 포즈까지 취하며 사진 찍는 것을 도와준다. 

▲ 귤빛부전나무
곤충

나비들이 많이 보인다. 날아오를 때 붉은 꽃잎처럼 보이는 작고 예쁜 귤빛부전나비가 풀줄기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도 날아 갈 생각을 않는다. 너무 예쁜 귤빛 날개에 감탄이 절로 난다. 가까이 서 본 녀석의 새까만 눈이 참 선해 보인다. 세줄나비도 여럿 보이고 세줄나비보다 크고 줄무늬가 옅은 황색을 띤 황세줄나비도 주변을 맴돈다. 긴꼬리제비나비도 멋진 날개 짓을 뽐내며 우아하게 날아다닌다.

활짝 핀 개망초 꽃 위에 호랑꽃무지 한 마리가 열심히 꽃가루를 먹고 있다. 호랑이 무늬가 있고 꽃에 묻혀 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호랑꽃무지다. 꽃 속에 묻혀 지내며 꽃 속에서 짝짓기도 하는 아주 낭만적인 녀석이다. 긴알락꽃하늘소도 보인다. 가시노린재와 주둥이노린재, 장님노린재, 다리무늬침노린재 등 여러 종류의 노린재도 보인다.

등붉은병대벌레와 칠성무당벌레, 누런방아벌레, 사시나무잎벌레 등도 여기저기서 쉽게 만날 수 있다.

파리처럼 생겼지만 매처럼 사냥을 잘 하는 무시무시한 파리매도 보인다. 주로 어린 녀석들이다. 조근 더 크면 곤충 세계의 사냥꾼으로 명성을 날릴 것이다.

▲ 주둥이노린재
야생화

엉겅퀴의 짙은 자줏빛 꽃이 여기저기 보이기 시작한다. 강한 생명력을 가진 멋진 녀석이다. 잎에 난 가시가 날카롭기 때문에 만지려면 조심해야 한다. 엉겅퀴는 수술이 움직이는 꽃으로 유명하다. 제비나비나 호랑나비 등 대형나비들이 모여드는데 이들이 꿀을 빨기 위해 수술에 앉으면 수술이 줄어들면서 꽃가루가 나온다. 꽃가루에는 점액 성분이 있어서 나비에게 잘 붙는다. 가루받이를 위한 엉겅퀴의 전략이 놀랍다. 엉겅퀴 꽃을 보면 살짝 건드려 보시길. 기다란 기둥 모양의 꽃 끝에서 하얀 꽃가루가 나오는 것을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 엉겅퀴
골무꽃을 두 종 만났다. 골무꽃은 열매 모양이 바느질 할 때 사용했던 골무처럼 생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먼저 본 녀석은 산골무꽃이다. 새 주둥이처럼 입을 벌리고 한쪽으로 향하고 있는 보랏빛 꽃이 아름다운 들꽃이다. 네모진 줄기와 독특한 모양의 꽃 때문에 사랑받는 꽃이다. 광릉골무꽃도 만났다. 광릉에서 처음 발견되어 이름 붙여진 광릉골무꽃은 산골무꽃에 비해 억세 보이고 질서 정연하게 보인다. 잎자루가 없고 잎 가장자리에 있는 굵은 톱니 모양 때문이다. 산골무꽃이 자유라면 광릉골무꽃은 질서다. 산골무꽃이 예술이라면 광릉골무꽃은 무술이다. 산골무꽃이 캐주얼이라면 광릉골무꽃은 정장이다.

▲ 바라산에서 내려오던 길에 있는 소나무. 사진 김지용
좀쌀풀들도 무성하게 자란 것이 보인다. 좁쌀 색을 닮은 노란 꽃이 피는데 봉오리만 맺혔을 뿐 아직 꽃은 이르다. 짚신나물에 노란 꽃이 피기 시작했다. 씨가 짚신에 잘 달라붙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열매에 갈고리 같은 털이 달려있어서 산에 다녀오면 바짓가랑이에 붙어서 같이 오는 녀석이다. 멀리서 보면 노란 꽃방망이처럼 보이고 가까이서 보면 노란 장미처럼 보인다. 멀리서 보면 수수해 보이고 가까이서 보면 화려해 보이는 녀석이다.

선개불알풀의 앙증맞은 보라색 꽃과 젓가락나물의 노란색 꽃, 지칭개의 분홍색 꽃과 개망초의 하얀색 꽃들이 어우러진 6월의 숲은 들꽃들의 화려한 잔치마당은 없지만 잔잔한 꽃들과의 속삭임을 위해서는 더 좋다. 간간히 눈에 띄는 꽃들 때문에 6월 숲은 더 매력적인 것 같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