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재와 샛말, 배나무골로 이뤄진 고기동은 더 이상 주민들 삶터로서의 마을개념으로 설명하기 힘들게 된지 오래되었다. 민가를 사들인 외지인들이 살림집이 아닌 음식업종으로 영업허가를 내고 집을 개조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주거공간으로서의 마을이 아닌 먹거리촌으로 대체됐다고 보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이다.

지도를 보면 돌출된 뿔 모양을 하고 있는 곳이 바로 수지구 고기동 고분재다. 마을 중심으로 남서방향은 의왕시 고천이고, 남향으로는 광교산을 경계로 수원과 맞닿아 있다. 서북향으로는 바라산이 성남 의왕 용인이 경계를 이루고 있다. 이곳은 용인시 중심에서는 반대편에 위치한 백암면 옥산리와 더불어 최고로 먼 거리라고 할 수 있다. 수지 중심지에서 여기까지는 대략 12km 정도다. 고분재는 곡현(曲峴)이라고도 불리는 것으로 봐 ‘굽은 고개’의 변음으로 보인다.

수지 일대의 향토문화에 대해서는 이석순 수지농협조합장이 자세하게 정리해 놓은 <수지향토문화답사기>를 참조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에 의하면 “예전 이 마을에서 질그릇을 만들었다”하여 고분동이 되었다는 설도 함께 전하고 있다. 의왕시 학의동 송말로 넘어가는 그 밑 동네인데 백운산 왕이굴 계곡에서 수 킬로미터 이어져 낙생저수지로 담수되는 발원지가 된다. 흔히 보는 농가의 모습이 산 밑으로 서너 채가 옹색하게 자리하고 있을 뿐, 널찍하고 산뜻하게 단장된 가든과 별장식 주택이 들어서 있다.

널찍하게 팔을 벌린 백운산 단풍이 과연 절경인 가운데 관음사 안에 있는 돌탑이 잘 어울린다. 산허리를 잘라내 계단식 전원주택단지 공사장 굉음소리를 듣던 것이 어제인 것 같은데 천혜의 자연계곡을 낀 좋은 자리는 여지없이 새 집들이 들어섰다.

고분재에서 내나무골로 넘어가는 사이에 샛말이 자리하고 있고, 분들래 고개를 넘으면 배나무골이다.

출처: 용인자연마을기행2「고분재 편」, 우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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