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에 인생이 피고 지고

어린시절 전통무용을 익히다 몸에 자연스럽게 밴 노래 소리에 이끌려
본격적으로 경기소리를 시작하게 된 최근순 명창.
그리고 언니를 따라하며 자연스럽게 소리를 하게 된 최은호 명창.
두 명창의 소리가 풍부한 성량이나 힘이 실려 있다는 이유만으로 인정을 받은 것은 아니다.
이들의 소리에는 색깔의 명암이 분명하고 자연스런 곡선의 움직임이 유연하다.
또 맛이 살아 있다.
무대에 설 때마다 자매가 내는 소리는 관객들을 군침 돌게 한다.
‘소리가 제 맛’ 인 두 명창은 이제 그들의 뿌리를 찾아
고향에서 소리의 맥을 이어가려 한다.
그들이 부르는 경기소리가 남도의 판소리처럼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길 기대하며.

▲ 백암이 고향인 우리시대의 명창 최근순, 최은호 자매

경기민요를 이끄는 자매 명창

2006 한국방송대상 국악인상을 수상한 경기소리 명창 최근순씨(51·기흥구 고매동)는 인간문화재 묵계월 선생(중요무형 문화재 제 57호)의 제자로 명창의 반열에 오르기까지 각고의 세월을 보냈다. 그리고 항상 그의 옆에는 명창인 동생 최은호씨(49·기흥구 고매동)가 있다.

“자매가 대통령상을 받은 것은 가문의 영광이죠.”

국악과 양악을 접목시켜 국악의 세계화를 위해 앞장서고 있는 경기소리 명창 최근순, 최은호(본명 근용) 자매는 경기민요처럼 시원시원했다.

최근순의 스승 묵계월은 그를 가리켜 “경기 목으로는 보기 드문 구성진 소리의 소유자”라고 평할 정도로 폭발적인 공연을 선보이는 두 명창의 소리는 언제 들어도 기분좋다.

두 명창의 풍성하고 맑은 성량에서 묻어 나오는 구성진 가락들이 시원해서 이들의 소리를 다시 듣고 싶다는 사람이 많다.

어려서부터 전통무용을 한 최근순 명창은 반주음악이 대부분 경기민요였는데 그 때 묵계월 선생이나 김옥심 선생이 부르는 민요가락, 특히 위에서 지르는 소리가 너무도 좋아서 춤을 접고 본격적으로 경기소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언니 최근순씨는 1979년 묵 선생을 만나 잡가를 배웠다. 유산가 한 마디를 3개월 동안이나 반복해서 그 이후 현재까지 12잡가와 경기민요, 서도민요를 거의 다 배운 셈이다. 옛날에는 경서도의 구분이 없어서 긴난봉가, 공명가, 수심가 등을 배우고 이수했다.

이수자가 된 뒤 그동안의 훈련과정을 증명 하듯 전국대회의 큰 상을 휩쓸었다.

1994년 제주에서 열린 제11회 한라문화제 전국민요경창대회에서 대상을 시작으로 다음해에는 인천에서 열린 전국경서도 경창대회 대상, 같은 해 국악협회가 주최한 제3회 전국민요경창대회 명창부 최우수상, 그리고 1997년 12월 제4회 경기국악제에서 유산가와 선유가로 대통령상을 받았다. 동생 최은호씨 역시 어린 시절부터 언니와 함께 경기민요를 공부하고 1998년 언니에 이어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선생님의 소리를 따라가지 못해 나는 소리에 재능이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거나 정말 소리는 하고 싶은데 무대가 마련되지 않았을 때 힘들었죠. 동생이나 제 소리를 좋아하신 분들이 박수를 쳐주고 선생님께 소리가 좋아졌다는 칭찬을 들을 때나 열심히 하고 있다는 평을 들을 때 힘이 나죠.”

수십년간 함께 한 자매는 이제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꿰뚫는다.

“동생하고 어린시절부터 소리를 했는데 정말 명창이야.”
“언니도 무용을 잘해서 지금도 그 선이 나오죠. 타고난 피가 있다니까.”

둘은 서로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처인구 백암면 장평리 561번지가 고향인 두 명창은 할머니, 아버지 끼를 물려받은 덕도 있지만 고향 마을에 깔려 있는 정서가 몸에 배 소리로 터져 나온다고 여겼다.

“평상시 다투다가도 무대에 올라가면 쿵짝이 잘 맞지. 쿵하면 짝이지. 하하.”

8남매 중 둘째, 셋째인 두 자매는 이름을 떨쳤고 경기민요의 대가로 자리 잡았다.

“동생의 경기소리는 질긴질긴한 맛이 있고 내 노래는 씩씩하죠. 무대에 서면 서로의 소리에 젖게 돼요.”
세계 속의 경기민요 꽃 피우다

경기민요는 맑고 유창하고 경쾌해 대중들이 쉽게 따라 부를 수 있고 공감대 형성이 빠르다.

창법상의 매력 뿐 아니라 경기도 백암면에서 태어나 자매는 경기민요 이수자로 아름다운 선율을 갈고 다듬어 나가고 있다.

동생 최은호씨는 “지역의 특성에 따라 차이점이 나타나는데 크게 경기, 남도, 서도, 동부 민요로 구분할 수 있다. 이중 경기민요는 세마치나 굿거리장단의 빠른 가락이 많아 경쾌하고 분명한 것이 특징”이라며 “경기도는 각 지역마다 토속민요를 간직하고 있고 저희들이 어렸을 때 듣던 토속민요가 지금의 어린이들한테는 전해지지 않는 것이 많아 이런 소리들을 발굴해 내고 연구하려면 어깨가 무겁다”고 말했다.

언니 최근순씨 또한 “저는 용인에 살면서 백암의 상여소리를 항상 접했는데 상여가 나갈 때 나오는 소리, 메기고 받고 하는 그 소리가 굉장히 구성지고 사람의 심금을 울려 매력적”이라고 거들었다.

매해 180회가 넘는 무대에 서는 두 명창은 경기소리를 세계에 전파할 계획이다.

“소리꾼 최고의 자랑거리는 ‘소리를 잘한다’ 한마디면 충분해요. 이제는 어떤 무대에 서든지 경기 민요 최고의 소리꾼이라는 자부심을 가져요.”

새로운 공연무대를 시도할 기대와 우리소리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다. 민요라고 하면 으레 한복 차려입고 일렬로 서서 노래하는 모습을 상상하지만 그런 고정관념을 깨면서 국악 대중화의 선구적 역할을 하는 두 명창은 한 구절만 불러도 혼이 담긴 소리를 낼 수 있어야 진정한 소리꾼이라고 말한다.

동생 최은호씨가 작년에 아이를 낳아 무대에 함께 설 기회가 적었지만 앞으로 두 명창을 한 무대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오는 28일에도 백암면에서 이들의 맛깔나는 소리판이 벌어질 예정이다.

지금도 소리를 하며 무대에 서고 제자를 키우고 있는 두 명창. 이들은 고향인 용인에서 제57호 경기민요의 맥을 잇고 싶은 바람을 전했다.

“용인도 우리 문화를 소중하게 바라봐야 합니다. 안성은 태평무 전수관을 지어서 보존하고 과천도 31호 전수관을 짓고 있어요. 용인도 용인에서 태어나고 자란 무형문화의 자산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용인은 항상 가슴에 품고 있는 소중한 문화자원이 많아요. 우리 자매 또한 용인시민을 위해 우리의 소리를 환원하는 길이 열렸으면 합니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