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계 대탐사 제5구간 식생

▲ 칠성풀잠자리붙이

곤충

초록세상에서 우리를 가장 먼저 반겨 준 친구들은 바로 곤충들이다. 바야흐로 곤충들의 계절이 돌아 온 것이다.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온통 곤충들뿐이다. 조금만 눈높이를 낮추면 잎새 사이에서 열심히 먹이 활동을 하고 있는 귀여운(?) 애벌레들을 실컷 볼 수 있다. 운이 좋으면 짝짓기를 마치고 산란중인 어른벌레를 만날 수도 있다.

오늘은 운이 좋았다. 처음부터 풀잠자리의 산란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냥 눈으로 봤을 때는 풀잠자린 줄 알았는데 좀 더 자세히 마크로 렌즈로 당겨보니 이마에 검은 점이 보였다. 도감을 찾아보니 더듬이 사이의 점, 각 더듬이 아랫면의 사각형 무늬, 양쪽 뺨과 그 아랫부분의 입까지 모두 7개의 무늬가 있는 칠성풀잠자리붙이라고 한다.

▲ 작은주홍부전나비
개망초 잎에 알을 낳고 있었다. 기다란 실에 단 타원형의 풍선 같은 알을 낳는 녀석이다. 알도 특이하지만 녀석의 모습도 무척 특이하다. 속이 훤히 보이는 연둣빛 날개와 붉은 기운이 강한 돌출 된 눈, 그리고 서툴게 나는 모습. 참 신비로운 곤충이다. 저 알이 부화하면 진딧물을 잡아먹고 어른벌레로 자랄 것이다.

꽃이 지고 있는 노린재나무 잎 사이에는 뒤흰띠알락나방의 애벌레들이 초록 잔치를 벌이고 있다. 처음 보는 사람은 호랑나비 애벌레라고 말한다. 노랑과 검은색, 그리고 멋진 붉은색으로 포인트를 준, 꼭 호랑나비같이 생긴 애벌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녀석은 나방의 애벌레다. 어른벌레가 되면 검은색 날개 뒷면에 멋진 흰색 띠가 있는 뒤흰띠알락나방이 된다. 노린재나무를 먹이 식물로 하기 때문에 이맘 때 노린재나무를 보면 녀석들을 실컷 볼 수 있다.

노란 몸통에 검은 물방울무늬가 두 개씩 나란히 몸을 따라 있고 돌출된 머리는 살구색을 띤 이름도 긴 이른봄뾰족날개나방의 애벌레도 보인다. 열심히 줄타기를 하고 있는 자나방 종류의 애벌레도 천지다. 잎마다 득실득실하다. 노랑털알락나방의 애벌레들도 회잎나무잎 뒤에서 집단으로 잔치를 열고 있는 중이다. 우묵날개원뿔나방의 애벌레가 잎 사이에 거미줄 같은 실을 뽑아 터널 같은 집을 만들어 놓고 생활하는 것도 보인다. 새똥처럼 위장한 가시가지나방의 애벌레도 보인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새똥인줄 알고 그냥 지나쳐 버리기 일쑤다.  정말 여기 저기 눈 돌리는 곳마다 애벌레들 천지다.

노린재 무리들은 불완전변태(번데기 단계가 없이 알-애벌레-어른벌레로 변태한다)를 하기 때문에 애벌레들도 어른벌레와 모습이 비슷하다. 다만 아직 날개가 다 자라지 않았기 때문에 날진 못하고 잎 사이를 기어 다닌다. 톱다리개미허리노린재의 애벌레가 보인다. 개미를 의태한 노린재로 유명한 녀석이다. 언뜻 보면 정말 개미 같다.

어른벌레들도 많이 보인다. 나비 중에는 날개에 뱀눈 같은 눈알 무늬가 돋보이는 부처나비가 가장 많이 눈에 띈다. 앞날개에 2-3개, 뒷날개에 6개의 뱀눈 모양의 무늬가 있는데 무늬를 자세히 보면 아주 리드미컬 하다. 특히 뒷날개는 6개의 무늬가 중간 크기, 작은 크기, 작은 크기, 큰 크기, 작은 크기, 작은 크기 순으로 배열 되어 있다. 중간약약, 강약약 이다. 인도에서 처음 발견되었기 때문에 부처나비란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제발 기억이 정확하기를). 주홍빛 날개무늬가 아름다운 작은주홍부전나비의 황홀한 날갯짓도 만날 수 있었다. 멧팔랑나비와 세줄나비, 그리고 제비나비들도 보인다.

▲ 알통다리꽃하늘소
하늘소들도 몇 종이 보인다. 주로 꽃에 날아드는 하늘소 들이다. 하얀 딸기 꽃 속에서 열심히 꿀을 빨고 있는 긴알락꽃하늘소가 보인다. 등딱지에 난 무늬가 화려해 알락이란 이름이 붙었다. 등딱지가 화려하기론 알통다리꽃하늘소도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것이다. 붉은 등딱지에 검은색 무늬가 마치 꽃무늬처럼 흩어져 있고 수컷의 뒷다리 넓적다리 마디가 매우 굵기 때문에(알통처럼) 알통다리란 이름이 붙은 녀석이다.

두 녀석 다 꽃에 모여 드는 녀석들이다. 딸기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꽃벼룩이란 특이한 모양을 한 곤충도 보인다. 다른 곤충들에 비해 특이한 형태를 띠지만 5mm 정도 밖에 안 되는 녀석이기 때문에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보기 힘든 곤충이다. 눈높이를 낮추어야 보이는 그런 곤충이다.

노랑다리가 특징인 황갈테두리잎벌, 넓은 배를 가진 넓적배허리노린재, 호박벌과 달리 몸 의 밑 부분이 광택이 나는 검은색인 어리호박벌, 방아처럼 발딱 일어서는 것이 특기인 누런방아벌레, 떼허리노린재와 왕자팔랑나비도 만날 수 있었다.

▲ 어리수검은깡충거미
거미들도 여럿 보인다. 가장 관심을 끈 녀석들은 깡충거미들이다. 잎 사이를 개구리처럼 깡충거리며 뛰어다니는 녀석들인데 여간 귀엽지 않다. 큰줄무늬깡충거미를 만났다. 수컷이다. 몸 옆으로 하얀색 줄무늬가 선명한 녀석이다. 도감에 의하면 녀석의  암컷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암컷이 없을리야 하랴만 특이한 습성 때문인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모양이다. 비슷한 녀석이 옆이 있었다. 몸은 길쭉하고 무늬가 큰줄무늬깡충거미와 비슷해서 암컷인 줄 알았다. 흥분해서 도감을 뒤져보니, 아쉽게도 어리수검은깡충거미라고 한다.

▲ 동고비

이번 구간에서 처음으로 동고비를 봤다. 용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새지만 이상하게 시계대탐사 기간 동안에는 동고비를 만나지 못했다. 그런데 드디어 오늘 녀석을 만났다. 그것도 바로 눈앞에서.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폼이 벌레라도 찾는 것 같았다. 동고비는 우리나라 텃새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새다. 새가 다 그렇지만 한번이라도 제대로 눈 맞춤하면 그 아름다움에 금방 빠져들고 만다. 동고비는 고고하다거나 기품이 있어 보이는 새는 아니다. 귀엽고 앙증맞은 새다. 몸이 통통하고 꼬리는 짧다. 꼭 장난감 새 같이 생겼다. 녀석은 나무를 거꾸로 내려오는 특기가 있다. 소리도 무척 아름답기 때문에 여러 번 보아도 질리지 않는 녀석이다. 질리기는커녕 볼수록 더 보고 싶은 녀석이다. 워낙 빨빨거리기 때문에 카메라에 담기가 쉽지 않다.

멀리서 들리는 검은등뻐국기의 울음소리는 탐사 시간 내내 들을 수 있었다. ‘호 호호호’ 하고 리드미컬하게 울기 때문에 한번 들으면 금방 알 수 있는 녀석이다. 야한 농담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녀석의 웃음소리를 ‘홀딱 벗어’라고 표현한다. 잘 들어 보시길. 어떻게 들리는지.

▲ 청미래덩굴
나무

이번 구간에서는 특이한 나무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다릅나무는 새 깃털처럼 달리는 잎이 훨씬 커졌고 아카시아라고 우리가 잘못 부르는 아까시나무는 포도송이 같은 하얀색 꽃을 주렁주렁 달고 있다, 어렸을 때 친구들과 참 많이 따 먹었었는데, 달콤한 꽃향기가 온 숲에 메아리친다.

개옻나무에도 꽃이 달리기 시작한다. 멀리서보면 그냥 연둣빛 사슬처럼 보이지만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참 아름다운 꽃이다. 우리 주변에는 너무 작기 때문에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이 참 많다. 개옻나무 꽃도 그 중 하나다. 개옻나무 꽃을 한번이라도 제대로 본 사람이라면 이 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알 수 있으리라.

망개나무라고도 부르는 청미래덩굴에 연두색 구슬 같은 열매가 달리기 시작한다. 가을과 함께 붉게 익어가면서 새들을 유혹할 것이다. 생강나무도 커다란 잎을 살짝 들춰보면 연둣빛 구슬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녀석은 가을과 함께 붉어지다가 검은색으로 변할 것이다. 오동나무의 보랏빛 종 같은 꽃은 제철을 만났다. 향기가 너무 강하기 때문에 가까이서 냄새를 맡으면 어지러울 지경이다. 산벚나무에도 버찌가 달리기 시작했으며 조팝나무도 앙증맞은 꽃모양의 씨방을 조롱조롱 달고 있다.

딱총나무와 누리장나무는 그 특유의 향을 더 짙게 풍기고, 가막살나무와 덜꿩나무는 꽃이 지고 남은 꽃자루가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물푸레나무의 잎은 더욱 넓어졌으며 멀리서 보면 하얀 눈이 내린 것 같은 층층나무의 꽃이 한창이다. 서어나무도 여럿 보인다. 자세히 올려다보면 특이한 모양의 열매가 보인다. 이삭처럼 축 늘어진 초록의 열매는 보는 이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준다.

대지산 능선을 따라 가다 가운데쯤에 가면 큰 무덤이 있는데 그 무덤가에 서어나무가 여럿 베어져 있는 것이 보인다. 무덤을 새로 만들면서 주변에 있던 서어나무를 베어버린 것 같았다. 넘어져 울고 있는 서어나무가 초록의 열매를 달고 바람에 한들거리는 파란 서어나무를 애처롭게 쳐다보고 있다.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다. 

▲ 은대난초
야생화

이번 구간의 야생화는 크게 눈에 띄는 것이 없다. 종도 다양하지 않고 꽃을 피운 녀석도 만나기 힘들었다. 고들빼기와 씀바귀의 노란 꽃, 조개나물의 보라 꽃, 벼룩나물과 별꽃의 하얀 꽃 정도. 그리고 은대난초가 우리의 관심을 끈 정도였다.

은대난초는 초록의 촛대에 은색(흰색)의 촛불이 살포시 타는 것 같이 생긴 꽃이다. 초록 바다에 정말 은색(흰색)의 불이 붙는 것 같다. 난초과의 은대난초는 산의 그늘진 곳에서 자라기 때문에 이맘 때 우거지 숲에서 볼 수 있는 고고한 꽃이다. 꽃봉오리가 다 벌어지지 않기 때문에 정말 촛불처럼 보인다. 은대난초는 초록으로 정화된 우리 마음을 한층 더 맑게 해주는 아름다운 꽃이다. 은은한 종소리가 숲에 메아리친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