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창간 8돌 기획- 삶터따라 사백리 4

용인을 알자! 정체성을 찾자

본지는 창간 8돌을 맞아 용인을 바로 이해하고 나아가 지역 정체성 회복과 시민대화합을 도모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용인시계 대탐사>를 기획했다. 이번 사업은 ‘삶터따라 사백리’라는 부제처럼 161km에 달하는 용인시 경계를 따라 걸으며 용인의 문화와 역사, 생태와 환경, 지리와 식생, 수계와 산경 등을 과학적이고도 총체적으로 규명하게 된다. 전문 분야별로 기록된 보고서는 최종적으로 집대성돼, 용인 최초의 생생한 기록물로 남겨지게 된다

4차 탐사 (능원천-건너고개-할미당- 동림리-능원농협)

용인시 경계에 들면 편안함을 느낀다. 찾아들 때부터 흡족하고 넉넉한 마음이다. 고향의 산하는 글자 그대로 어머니 품속 같다. 고향의 산은 가까이에 있어 눈에 익고 산행 자체도 시간에 쫒기지 않아서 좋다. 가벼운 마음으로 작은 가방을 메고 식수정도 챙겨 달려도 보고 걸어 봐도 느낄 만큼은 다 보여준다. 금강산이 금강 봉래 풍악 개골로 계절에 따라 모습과 이름을 달리하지만, 우리 고향의 시 경계에서 만나는 산과 들과 개울등도 철마다 접할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니, 누구나 즐거운 마음으로 쉽고 편안하게 아름다움을 볼 수 있어 시계탐사는 단원은 가슴 설렘으로 참가한다.

오늘은 어린이날이라 탐사 인원이 적을까 차량 한 대를 준비했는데 60명씩이나 참가하여 빽빽이 단원을 태우고 불편하게 탐사지로 향했다. 광주와 용인시의 경계 모현면 일산리 도로 옆 오산천 물막이 보를 따라 오산천을 넘어서면, 지도상엔 넓은 공터가 광주 땅으로 되어 있지만 하천이 변해 둑으로 시경계가 이어진다. 3차 탐사 때 정양화 용인향토문화연구 소장이 설명했던 곳인 진해곡이다. 참 바다라는 뜻인 마을 명칭과 유래를 음미한다.

▲ 용인정수장 전경

▲ 대원들이 숲 길을 걷고 있다.

▲ 건너고개.

 

 

 

 

 

 

 

 

 


빌라와 공장을 끼고 둑으로 돌아서 산등성이에 도착하면 소나무가 네모 반듯이 심어져있는 밭이 나오는데 전엔 연못이었다. 연못 안쪽이 시 경계다. 수종갱신과 묘지조성으로 만들어 놓은 묘지를 통해 산위로 오르면 넓은 빈터다. 전엔 묘지였던 곳이 이젠 정상이 공터로 변해 있다. 공터인 산위에서 동편으로 바라보면 탐사대가 처음 시작했던 굴암산 말아가리산 정광산 노고봉이 쭉 이어져 아련히 보인다. 저산들을 우리가 지나쳤다니 하는 뿌듯한 마음가득 추억을 안고 출발한다.

후닥닥 날갯짓 하는 장기(수꿩)가 단원을 놀라게 하고 산새를 만난 반가움까지 보탠다. 한참 후에 전에 개 기르던 곳에 가족 묘지를 잘 써놓았고 산 아래로 별장지가 멋을 부리고 커다란 상수도사업소의 모습이 보였다. 이어 넘어서 공장을 끼고 돌아서면 건너고개로 모현면 매산리 굽은골에서 문형리 안골로 이어지는 고개다. 몇 개의 이정표가 있는 곳으로 내려선다. 이정표를 정비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넓고 그늘진 곳이어서 이곳 모현 출신 김장환 환경팀장의 환경과 역사이야기, 양춘모 식생팀장의 나무이야기, 그리고 내가 용인팔경을 소개하며 더위를 식혔다.

길옆 외딴건물이 예닮마을(청지기재단) 빌라다. 능선을 오르면 또 공장 절개지를 따라 올라서야 한다. 능선에 오르면서 43국도와 멀리 광주공원묘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내려서 산길오른쪽으로 소나무 숲이 빽빽하고 길옆으로 뱀 모양의 바위를 만났다. 오르막엔 흰줄을 매어 놓아 쉽게 산을 내려선다. 산길은 거침없이 내리막으로 큰 고압철탑을 지나면서 오르면 할미당 산길로 이어진다. 산길에서 만난 바위봉은 뾰족뾰족 엉성한 바위봉이지만 친근감 속에 쉼터다.

▲ 양춘모 식생팀장이 서어나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산속은 흉물스럽게 생긴 나무군락지다. 서어나무란다. 서어나무가 산다는 것은 극상림이라는 것으로 원시림에 가까운 생태보존림이란다. 생긴 모양을 봐서는 영 아닌데, 옛날 이 나무의 생긴모양과 달리 쓰임이 보잘 것 없어 󰡐저기가서 서어 있으라󰡑고 해서 서어나무가 되었다는 나무이야기가 재미있다. 서어나무가 50년 정도 돼야 크낙새가 살고 장수하늘소가 알을 낳는다고 한다. 전에 향수산 딱따구리도 이곳 서어나무 때문에 향수산에 살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이곳을 지날 때마다 나무 이름이 궁금했는데 오늘에서야 나무를 알고 나니 탐사를 다니는 보람이 느껴진다.

모현에선 굴아이, 광주 사람들은 할미당

이어 급경사로 오르면 갈림길에 정상을 올려다보는 독수리모양의 바위가 망바위다. 망바위에 오르면 숲 속으로 보이는 자연의 파노라마는 오른 자만이 느끼는 즐거운 희열을 맛본다. 돌아서면 산 정상인 할미당이다. 모현 동림리 사람이나, 광주 문형리 사람들은 산 아래 굴이 있다하여 굴아이로 부르기도 한다. 정상엔 나무를 기댄 돌탑과 생나무를 잘라 만든 의자가 이채롭다.

조금 내려서면 오른쪽으로 갈림길이다. 앞에 큰 바위 밑으로 내려서는 길이 경계다. 낙타바위를 지나면 길은 더욱 미끌어지듯 내려선다. 산속에 이름 모를 풀투성이다. 그중에도 산길에 깔려있는 풀이 애기나리란다. 이곳 능선에서 오른쪽 광주땅을 할미당, 왼쪽 용인땅을 굴아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데 갑작이 고라니가 앞으로 치고나온다. 할미당에서 굴아이를 넘어서 고라니가 달아난다. 한참 후에 만난 묘지 오른쪽이 시경계다.

왼쪽 멀리 묘지 옆 별장이 보인다. 시경계인 갈림길로 내려서 큰 종중묘지에서 풍수가 유택수씨의 풍수이야기를 듣는다. 갑자기 작은 꽃뱀이 보이는 바람에 모두 술렁거렸지만 오늘 탐사에서 꿩 고라니 뱀을 구경했다. 산 아래 별장지를 조성한 곳으로 내려서며 전나무 앞 공장 왼편으로 허술한 집 사이로 내려서는 길이 있다. 멀리 300m쯤에 민간기동대 컨테이너가 보인다. 이곳에서 직선으로 시경계다.

▲ 동림리 전경
경계는 아니지만 공장을 피해 왼쪽으로 돌아가면 느티나무 아래 넓직한 그늘막 속에 경로당이 있다. 노인분들에게 굴아이 할미당에 대해 몇 가지 여쭤봐도 잘 모른다. 동림식당 삼거리상회 앞으로 시멘트길이 시 경계다. 원래 이곳은 시멘트수로를 덮어 길을 만든 곳이다. 길을 따라 가다보면 산등성이 아래 큰 건물을 건축 중인데 광주땅 퇴치미 마을이다. 그 앞에 도착하면 수로와 산 아래 능원천을 가르는 물막이 보를 만난다. 경계인 물막이보를 넘을 수 없어 아래로 보이는 동림교를 통해 능원천을 넘어선다. 이곳부터는 오산천을 끼고 둑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하천이 시경계이기 때문이다.

답사 때 개울 넘어 나무위에 흰색의 커다란 매를 본적이 있다. 물수리로 불리는 새다. 사진팀장이 물수리를 찍기 위해 망원렌즈를 준비했는데 물수리가 없어 매우 미안했다. 오른쪽 모래채취장을 지나치면 다리를 만난다. 다리를 건너 공장 사이로 오르면 '묘를 쓰지 말라'는 영일정씨 선산 표지판을 지나면, 왼쪽으로 큰나무에 매달린 으름넝쿨에 살색꽃이 크리스마스트리 하듯 감아놓은 듯 피어있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암꽃은 활짝 피고 수꽃은 봉우리 같다는 단원의 이야기를 들으니 모두가 선생님이다. 황산과 오른쪽 조막봉(다람산) 사이가 다랑고갯길이다.

▲ 능원천을 사이에 두고 왼쪽이 광주 땅이고, 오른쪽이 모현이다.

▲ 도로를 사이에 두고 용인과 광주가 경계를 이루고 있다.
고개 너머 새로 생긴 신작로가 길을 막는다. 돌아서 가면 용인과 광주가 길하나 사이로 갈린 동림리 왕림이다. 상가에 새겨놓은 전화번호는 오른쪽은 광주번호, 왼편은 용인전화번호다. 상가 끝에서 만난 길가 들메나무는 시보호수다. 전에 이렇게 멋진 나무가 속이 썩어 죽어갈 때 동림리 식당 주인이 막걸리를 썩는 곳에 계속 뿌렸는데 그 후 나무가 살아나 지금처럼 멋진 나무가 됐다는 이야기를 들은 게 5-6년 전 이야기다. 지금은 가지를 너무 많이 잘라 전에 우아했던 옛 모습이 사라졌지만 멋진 나무임은 틀림없다.

나무 옆 동림1리 마을회관은 아이러니 하게 광주 땅이란다. 둑길은 전에 무궁화 등 꽃밭이었는데 지금은 시멘트벽으로 위험을 미리 방지한 듯 보인다. 하지만 도시 미관도 고려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능원농협 옆 계단을 통해 오산천을 넘어서면 오른쪽에 시경계표시가 보인다. 더위와 긴 도보행진으로 피곤하게 시 경계밟기를 하는 단원들은 묵묵히 고향을 지키려는 사명감을 가진 사람처럼 고향을 사랑하는 모습을 간직한 사람들 같아 보였다.(도상거리 6.9km)

▲ 서어나무
자연생태의 보고 - 제 4구간 식생

나무
신록의 계절답게 온갖 나무들이 우리 눈을 사로잡는다. 초록의 바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온갖 종류의 초록이 모여 아름다운 바다를 이룬다. 가을 산의 화려한 아름다움에 견주어 이즈음의 산을 봄 단풍이 들었다고 한다. 참 멋들어진 표현이다. 신갈나무, 떡갈나무, 갈참나무 등 참나무 식구들이 일제히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참나무에는 이삭모양의 연둣빛 꽃이 달리는데 이는 수꽃이다. 잎이 모이는 곳을 보면 붉은 암꽃이 보이는데 꽃처럼 생기지는 않았지만 바로 그 자리에서 도토리가 열린다. 가지를 잘라 불에 태우면 노란색 재가 남아서 노린재나무라고 불리는 녀석도 꽃을 막 피우고 있다. 화사한 순백의 꽃은 활짝 피었을 때보다 봉오리가 맺혀있을 때가 더 아름답다. 가을에 남색 구슬 같은 열매가 달리는 아름다운 나무다.

손으로 만지면 폭신폭신한 빌로도 옷감을 만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잎이 특징인 덜꿩나무도 꽃방석 같은 하얀색 꽃을 피우고 있다. 가막살나무와 혼동이 되는 나무다. 이 구간에서 우리가 만난 나무는 거의가 덜꿩나무였다. 지난 구간에선 보지 못했던 갈매나무도 보인다. 잎겨드랑이에 자잘한 연녹색 꽃이 잔뜩 매달려 있다. 긴 타원형의 잎이 5월 햇살에 눈부시다.

▲ 미나리아재비

▲ 각시붓꽃. 함승태

 

 

 

 

 

 

 

 

 

 

잎이 고추 잎을 닮은 고추나무도 꽃을 피우고 있다. 고추나무는 이른 봄에 나오는 3장의 잎이 매우 아름다운 나무다. 정말 고추 잎을 꼭 닮았다. 새순의 아름다움은 곧 필 하얀색 꽃의 전주곡이다. 가지 끝에 자잘하게 아래로 쳐져 달리는 흰색의 꽃은 앙증맞다 못해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다. 향기 또한 일품이다. 고추나무의 또 다른 아름다움은 가을에 열리는 열매에 있다. 거꾸로 매달린 부푼 하트처럼 생긴 열매는 신기하기까지 하다.

딱총나무도 자잘한 솜뭉치 같은 미색의 꽃을 활짝 피우고 있다. 잎을 만지면 누린내 같은 냄새가 나는 나무다. 예전에 이 나무를 이용해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딱총을 만들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바위틈에는 매화말발도리가 하얀색 꽃을 활짝 피우고 있다. 자세히 꽃을 들여다보면 한지로 만든 것 같은 구김이 있다. 독특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꽃이다. 매화말발도리는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한국특산종 나무다. 용인의 몇몇 산에서 눈 맞춤 하기는 했지만 이번 구간에서처럼 무리지어 피어있는 것은 처음 보았다. 척박한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피어있는 매화말발도리를 보면 고고한 기품과 더불어 강인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이번 탐사구간에서 우리를 놀라게 한 것은 서어나무 숲이었다. 서어나무 숲은 지난번에도 썼듯이 숲이 안정기에 들어서고 나타나는 극상림의 숲이다. 이번에 만난 서어나무 숲은 정말 장관이었다. 한 아름이나 되는 울퉁불퉁한 밑동은 잘 다듬어진 근육질의 몸매를 연상시킨다. 앙증맞은 작은 잎은 눈을 시원하게 하며 근육질의 나무 기둥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오래된 나무에 있는 구멍들은 눈 많은 괴물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괴기스럽기까지 하다. 서어나무 숲은 군락이 주는 장엄한 아름다움도 있지만 각 나무마다 새겨진 표정을 읽으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멍청한 도깨비 같이 생긴 나무, 인자한 산신령같이 생긴 나무, 고집스런 할아버지 같이 생긴 나무. 각 나무가 가지고 있는 개성들을 살피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 매화말발돌이
▲ 구슬붕이
연두색의 작은 보석 같은 꽃을 피우는 나무들도 많다. 가장 눈에 띄는 나무는 참회나무다. 가을에 익으면 다섯 갈래로 갈라지는 붉은 열매를 맺는 참회나무의 앙증맞은 다섯 장의 꽃잎이 너무 예쁘다. 비슷한 꽃을 피우는 회잎나무도 많다. 꽃만 보면 두 나무를 구분하기 어렵다. 청미래덩굴의 뒤로 돌돌 말린 연두색 꽃도 아름답다. 활짝 피지 않은 흰빛을 머금은 백당나무의 연둣빛 꽃도 매혹적이다.

이번 구간에서 특이한 나무를 만났다. 지난 주 국사봉에서 눈 맞춤을 했기 때문에 쉽게 이름을 기억할 수 있었던 단풍박쥐나무다. 박쥐나무는 잎 모양이 날개를 활짝 펼친 박쥐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인데 잎 모양도 특이하지만 꽃도 참 특이하다. 오늘 우리가 본 녀석은 아직 꽃을 피우지 않은 어린 녀석이었다. 박쥐나무에 비해 잎이 단풍잎처럼 더 갈라져서 단풍박쥐나무라고 불리는 녀석이다. 어린 개체가 여기 저기 보이는 것으로 봐서 이 산 어딘가에 큰 나무가 있을 법한데 영 눈에 띄지 않는다. 꼭 꽃을 보고 싶었는데, 언젠가는 만나겠지. 한번 눈 맞춤하면 자주 보이는 법이니까.

▲ 미나리아재비

▲ 윤판나물. 손윤한

 

 

 

 

 

 

 

 


 

야생화
이번 구간에서 만난 야생화는 이름만 적어도 몇 페이지는 족히 될 만큼 많았다. 빤질빤질 윤이 나는 미나리아재비의 샛노란 꽃잎이 5월 햇살을 받아 더욱 눈부시다. 생물 명에서 󰡐아재비󰡑란 말은 비슷하지만 같지 않을 때 쓴다. 미나리랑 잎이 닮았지만(사실 그렇게 닮진 않았다) 같지 않기 때문에 미나리아재비란 이름이 붙었다. 유독성 식물로 애기똥풀, 현호색 등과 마찬가지로 봄에 나물로 먹어서는 안 되는 식물이다.

무덤가에는 이름만큼이나 작고 예쁜 애기풀이 보인다. 둥굴레도 종류별로 만날 수 있었다. 잎겨드랑이에 종 모양의 연둣빛을 머금은 하얀색 꽃이 달리는 둥굴레와 2장의 커다란 포(꽃턱잎)속에 꽃이 사이좋게 두 개씩 달리는 용둥굴레와 휘어진 줄기 끝에 작은 하트 같은 연두색 꽃이 달리는 퉁둥굴레, 줄기가 곧추 선 각시둥굴레를 만났다.

▲ 은방울꽃. 손윤한

▲ 잣나무싹. 손윤한

 

 

 

 

 



 

 

 

 

남쪽 하늘의 별이란 뜻을 가진 천남성 군락지도 볼 수 있었다. 너무 많아서 발걸음을 떼기가 힘들 정도였다. 노란색 피나물도 그 옆에 무리지어 피어있었고, 가지에 비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기다란 종모양의 노란색 꽃을 달고 있는 윤판나물도 여럿이 사이좋게 모여서 피어있다. 지장보살이라는 특이한 별명을 갖고 있는 풀솜대도 시원한 잎 위로 깨끗한 흰색의 꽃을 피우고 있다. 함초롬히 웃고 있는 해맑은 어린아이 같은 앵초도 보인다. 미나리냉이의 하얀색 꽃도 아름답다. 멸가치와 앉은부채의 넓은 잎이 눈을 시원하게 한다.

여름을 준비하는 야생화들도 한창 키를 높이고 있다. 빙 둘러서 난 잎이 인상적인 하늘말나리와 찢어진 우산처럼 생긴 잎을 가진 우산나물이 여기저기 보인다. 천남성과 더불어 대표적인 유독성 식물인 진범과 그늘돌쩌귀, 투구꽃의 잎도 지난 번 보다 키가 많이 자랐다. 순백의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맛좋은 삽주는 나물꾼들에게 이미 가지가 똑똑 잘렸다. 이삭여뀌의 넓은 잎과 바디나물, 참나물, 나비나물 잎들도 보인다. 꽃망울을 매달고 있는 참꽃마리가 계곡을 따라 줄지어 서 있다. 잎이 가는 빗자루 같이 생긴 비짜루와 단풍마도 한창 키를 높이고 있다. 벌깨덩굴의 보랏빛 꽃은 지천이다. 깻잎처럼 생긴 잎과 향이 특징이다.

아름다운 전설을 간직한 노루발의 여린 꽃대가 싱싱한 두 잎 사이에서 살포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애기나리들은 조그만 백합같이 생긴 꽃을 피운 채 눈길 가는 어느 곳에서나 군락을 이루고 있다. 시원스런 두 장의 잎 아래 조롱조롱 꽃을 매달고 있는 은방울꽃에선 투명한 종소리가 들린다.

▲ 제비꽃
▲ 조팝나무. 손윤한
이번 탐사 구간에선 야생화동산이라고 할 만한 멋진 계곡을 만났다. 등산로를 조금 벗어난 작은 계곡이었는데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서인지 접근하긴 어려웠지만 야생화 천국 같은 곳이었다. 이런 멋진 곳이 있다니. 탐사를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용인에는 참 아름다운 곳이 많다. 멋진 야생화 군락지가 참 많다. 살아 숨 쉬는 생태계의 보고 같은 곳이 참 많다. 주로 사람들이 다니지 않은 곳이지만, 그대로 둘 때 자연은 참 아름답다.

곤충
이번 구간에서 많은 종류의 곤충을 만날 수 있었다. 한창 짝짓기 중인 성충뿐만 아니라 막 알에서 깨어나 부지런히 잎을 갉아먹으며 살을 찌우고 있는 애벌레들도 많이 보인다. 참회나무 잎 뒷면에는 노랑털알락나방의 애벌레가 집단을 이루며 잎을 갉아먹고 있다. 부드러운 연두색 잎 위에 어깨부근에 털 뭉치가 달린 콩독나방의 애벌레가 잔뜩 경계의 눈빛을 보내고 있다. 잔날개여치의 애벌레들과 메뚜기 애벌레들이 여기저기 뛰어다닌다.

▲ 왕거위벌레. 손윤한
조팝나무 잎 사이에 숨어있던 털두꺼비하늘소가 나랑 눈이 마주쳤다. 자기를 향하고 있는 커다란 카메라 렌즈가 못마땅한지 어슬렁어슬렁 꽁무니를 뺀다. 한창 짝짓기중인 넓적배허리노린재가 눈을 흘긴다. 다리무늬침노린재의 피아노 건반처럼 생긴 흑백의 다리가 언뜻 눈에 보인다. 재빨리 카메라를 들이대자 나뭇잎 뒤로 숨어 버린다. 산란중인 백합긴가슴잎벌레를 만났다. 알을 낳고 있는 암컷 주변을 수컷이 빙빙 돌며 지키고 있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산란장면은 신비 그 자체다. 주황빛 알을 20여개 정도 두 줄로 나란히 나뭇가지에 붙여놓았는데 쳐다보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알을 낳고 있었다.

▲ 노린재
멋진 붉은빛 갑옷을 입은 대유동방아벌레는 쳐다보자 머리를 가슴 밑에 감추고 죽은 체를 한다. 손으로 살짝 건드리자 이번에는 옆으로 누워 죽은 듯이 꼼짝 않는다. 죽은 척해도 소용없다고 판단이 서면 녀석은 몸을 방아 찧듯이 발딱 일으켜 세우고 도망을 간다. 재미있는 녀석이다. 알락수염노린재와 점날개잎벌레 버들잎벌레들도 많이 보인다.

갈매나무 가지에 타원형의 알이 실 같은 것에 매달린 것이 보인다. 일전에 부처님 얼굴에 생겨서 항간에 우담바라(불교에서 말하는 전설의 꽃)라고 알려졌던 풀잠자리의 알이다. 조금 올라가니 풀잠자리 한 마리가 어설프게 날다가 나뭇잎 뒷면에 숨는 것이 보인다. 알록달록 비단 옷을 입은 멋진 길앞잡이도 여럿 보인다. 녀석에게 다가가면 한 1m쯤 날아가다 앉고, 또 날아가다 앉고를 반복하기 때문에 마치 길을 인도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녹색과 청색, 붉은색과 흰색이 절묘하게 섞여 멋진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녀석이다.

등산로 주변에 길쭉하게 돌돌 말린 나뭇잎들이 여기저기 떨어져있는 것이 보인다. 왕거위벌레가 한 것이다. 녀석은 참나무 종류의 잎을 말아 그 속에 알을 낳고는 땅바닥에 떨어트린다.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어미가 정성스레 만들어준 요람 같은 나뭇잎을 먹고 자란다. 조금 떨어진 곳에 왕거위벌레 한 마리가 보인다. 잎을 갉아 먹고 있다. 요람을 만든 녀석 같다. 요람을 다 만들고 난 암컷은 근처에 있는 싱싱한 나뭇잎을 먹는다.

나비들도 많이 보인다. 세줄나비와 멧팔랑나비 큰줄흰나비와 부전나비가 바쁘게 짝을 찾아 날아다닌다. 지난번에 보이지 않던 제비나비도 보인다.

▲ 길앞잡이
새, 기타 동물
나뭇잎이 자라면서 숲은 새들에게 좋은 은신처가 된다. 소리는 들리는 데 좀처럼 모습을 볼 수가 없다. 그나마 눈에 띄는 녀석들은 어치와 까마귀, 직박구리 정도다. 소리로 구분이 가능한 오색딱따구리와 박새, 그리고 물가에서 만난 흰뺨검둥오리와 쇠백로 중대백로 정도가 이번 탐사구간에서 만난 녀석들이다. 장지뱀 한 마리 외에 다른 동물들도 볼 수 없었다. 숲이 우거지면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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