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아가리→마락→벌떡→정광→발이산 7.7km

용인의 산은 아름답다. 산은 작고 낮지만 나름대로 특색과 자기의 색깔이 확실하다. 모습에 따라 계곡과 능선으로 이루어지는 산은 계절에 따라 빛깔이 더욱 아름답다. 산속에 숨어 있는 풀과 나무, 꽃과 열매, 그리고 그곳을 가르는 계곡수는 겨울을 토하는지 냉랭함 마저 느껴진다. 그 속에 묵묵히 산을 지키는 바위는 힘과 무게를 느끼게 한다. 자연속에 마음껏 살아가는 산짐승, 날짐승들이 부르는 노랫소리도 자연을 더욱 아름답게 한다. 바람, 비, 눈, 운무까지 자연의 신비를 느끼게 하는 것이 용인의 자연이다.

▲ 양춘모 식생조사팀장이 버들피리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말아가리산의 운무속에 산흠가를 부르며 다시 북쪽으로 탐사를 시작했다. 성황당고개에 도착한 단원들은 마락산(말악산)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70여명의 단원들은 긴 열로 가파른 능선을 올랐다. 민둥봉 위 삼각점이 있는 마락산(475.4m)에서 뒤돌아보면 삐쭉 서 이곳을 보고 있는 말아가리산 때문에 높아 보이지 않는 산이다.

북쪽으로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보인다. 조금 내려서자 왼편에는 상부곡에서 오를 수 있는 차량길로 패러글라이딩 팀들이 올라온다. 이 고개가 바리나무고개다. 그리고 올라선 곳이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인 바람냉이산(473.5m)이다. 아래 바람냉이고개 때문에 불려지는 산으로 오늘도 주말이라 예닐곱명의 패러글라이딩 동호인들이 활공장에서 하늘을 나는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다. 활공장에서 보는 전망은 거침없이 용인 모습을 열어주고 있다. 활공한 글라이더는 하늘을 날다 산 아래 이슬람대학 부지였던 곳을 착륙장으로 이용하고 있다.

▲ 이제학 탐사대장이 갈담리 유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산 아래 부계라 불리는 시냇물이 흐르는 곳이라서 부계울이라 부른다. 부계울에는 도암 이재 선생이 썼다는 휴암(休岩), 그리고 초서체의 탁영(濯纓)은 갓을 빨다라는 말로 중국에서 연유된 말로 깨끗함을 상징한다.

북쪽으로 보이는 바위 위에 안테나 풍향계가 있는 바위가 형제바위다. 근처에 산불감시와 경보를 알리는 구조물을 피해 내리면 바람냉이고개로 광주 소태골에서 초부리를 잇던 고개다. 다시 오르면 바위봉이 큰산(517m)이다. 마락산까지 이어온 방화선 때문에 산길은 넓은 길로 변해 시 경계 길은 발이산까지 편하게 이어질 것이다. 이제부터 용인에서 맛볼 수 있는 암릉이다. 용아릉(설악산), 자연성릉(계룡산), 사다리병창(치악산) 만은 못해도 산길은 바위를 오르고 내려야 산행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긴 바위릉이 끝나며 내려선 안부에는 식생전문가 양춘모 팀장의 꽃 이야기가 시작됐다.

‘꽃다지’는 노란꽃, ‘냉이’는 하얀꽃을 피우는데 봄을 부르는 꽃이요, 매미 날개 같은 씨를 가진 열매 잎을 벌리며 조금 펴지면 ‘신나무’ 반쯤 열려 있으면 ‘단풍나무’, 다 열려 있으면 ‘고로쇠나무’란다. 마른 마줄기가 나무를 감고 있고 마 잎이 콩깍지처럼 말라서 곳곳에서 머리를 내민다. 용인의 3대 봄꽃의 전령을 소개한다.

▲ 복수초
이 산에 있는 복수초, 운학동 형제봉의 바람꽃, 광교산의 노루귀가 봄의 전령사란다. 그리고 아직 개화되지 않은 조팝나무는 우리를 시경계로 몰아낸다. 몇 년 전만해도 이곳을 지날 때면 가시나무가 온몸을 찌르곤 했는데 지금은 그놈들도 커서 가시로 겁을 주는 산초나무가 돼 길옆에 서서 보초도 서준다.

이어 오른산은 외딴봉우리 벌떡산(510m)이다. 무엇에 놀라 우뚝 섰는지 외롭게 서 있다. 걷기 편한 산길을 내려서며 오른 472고지는 헬기장으로 변해 있다. 널찍한 공터에서 단원들은 점심을 먹었다. 점심이 끝나고 일행이 오를 산은 정광산이다. 헬기장에서 내려선 곳이 정강이고개로 초부리와 정갱이(광주)를 잇는 고개를 지나 긴 오름을 오르면 둥근봉엔 모현왕산초교 동심회에서 만들어놓은 정광산(562m) 표지석이 보인다.

서쪽으로 내려서는 길은 모현면 초부리 하부곡으로 약천 남구만 선생의 묘에 이어 45번 국도로 연결된다. 정광산은 정광사라는 절에서 유래된 산으로 서쪽에서 볼 때는 노고봉 바위봉으로 이어진 산세가 매우 좋은 산으로 알려진 산이다. 작은 봉을 두개 넘으면 500m쯤에 노고봉에 도착한다.

삼각점이 있는 용인에서 세 번째로 높은 산이다. 외국어대학교 직원산악회에서 만든 표지석과 산중심 돌무더기에 빛바랜 표지목이 있다. 이 표지목을 보면 매우 반가와 하는 사람이 있는데 우리 탐사대 가이드 홍성목씨다. 10년 전 용인시계를 종주하며 용인의 산에 표지목을 꽂았다. 노고봉 579m, 뒤엔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 표식이 남아 있다.

▲ 가재
노고봉 아래는 맑은 물이 흐르는 갈월저수지가 있다. 갈월은 연산군 때 홍철이란 분이 연산군 폭정에 실망하여 벼슬을 버리고 이곳에서 칡넝쿨로 의관을 차려입고 선정을 베풀어달라는 기원을 했다하여 홍철골에서 갈곡으로, 갈월·갈담의 갈자가 생겼다 한다.

시 경계는 계속 북서쪽으로 이어진다. 작은 봉 두개 삼각점이 있는 소봉을 넘으면 전망대인 바위봉이 나타난다. 스키장 리조트공사로 왼편으로 돌아 내려서면 등산로를 만들어 놓았다. 계단을 통해 맛없는 산길을 내려서며 노고봉 뒤편이 깎여 스키장 슬로프로 변해있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능선 길은 전에 방화선을 칠 때 오래되고 잘생긴 소나무를 보호해 미인송이 많다.

작은돌봉을 내려서니 작은 나무에 걸친 둥군오목눈이새 둥지가 바람에 흔들린다. 새집(새둥)를 접해본지 얼마인가. 신기하기도 한 입벌린 둥지를 들여다보며 따뜻한 어머니의 사랑을 느껴본다. 이어 내려선 곳은 스키장으로 연결된 돌고개다. 가을엔 갈대가 많아 멋이 있던 곳이 지금은 쓰레기장이다. 왼쪽으로 내려선 계곡은 외국어대학교 도서관 쪽으로 흐르는 실개천이다. 한참을 오르내리면 넓은 안부가 용인고개다. 광주 도웅리와 왕산을 잇던 고개로 지금은 외국어대학교로 연결된다. 녹슨 철망을 따라 북쪽으로 오르는 길이 시경계다.

작은봉을 넘어 오르는 산이 발이산이다. 발이산 중턱에서 왼편 갈림길로 시경계가 이어진다. 산 아래로 내려서는 길은 걷기에 편하다. 서편으로 이어진 아래로 광주공원묘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시 경계는 계속 묘원을 끼고 있다. 이어 산길로, 그리고 다시 사찰을 짓는 곳으로 내려선다. 서편으로 내려선 왼쪽 계곡 아래 외국어대학에서 들려오는 풍물소리가 용인의 경계임을 느끼게 한다. 조금 더 오르면 258.5고지에 쉼터가 있다. 쉼터를 지나면 시계가 여기라는 선답자의 리본이 우리를 부른다. 좁다란 오른쪽 길로 내려서니 나무사이로 약수암이 보인다. 7.7km 2차 탐사는 이렇게 끝이 났다.

봄의 전령사를 만나다

◆ 2차 탐사구간 야생화 = 이번 탐사구간에서는 지난 1구간에서 보지 못했던 야생화들이 눈에 띈다. 초입에서부터 산괭이눈을 만났다. 괭이눈이란 이름은 익으면 두 개로 갈라지는 열매가 고양이 눈처럼 보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괭이눈은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종류가 다양한데 그 중 우리가 만난 녀석은 산괭이눈이다. 응달의 습지에서 자라는 녀석이다. 조금 올라가니 바위틈에 큰괭이밥의 특이한 잎이 보인다. 아쉽지만 꽃은 이미 진 것 같다. 큰괭이밥은 꽃이 먼저 피고 잎이 나오기 때문이다. 산괭이눈이나 큰괭이밥 둘 다 쉽게 볼 수 있는 녀석들은 아니다. 다른 곳에 비해 환경이 좋은 것 같았다.

이런 예측은 복수초 군락을 만나면서 극에 달했다. 성황당 고개에서 능선을 하나 넘어 딱 쉬어 가기 좋은 곳에서였다. 태양빛을 받아 샛노랗게 빛나는 복수초(福壽草)를 보고 우리는 환호성을 질렀다. 얼마나 보고 싶었던 꽃인가. 복수초는 노루귀, 바람꽃과 함께 봄을 알리는 3대 전령사중 하나다. 대단한 수확이었다. 이른 곳에서는 2월 말부터 피기 시작하는데 여기는 다른 곳보다 추운 것일까. 한달 정도 늦은 것 같다. 아직 꽃봉오리를 열지 않는 녀석들도 보이는 것을 보니 한 열흘쯤은 우리 눈을 더 즐겁게 해 줄 것 같다.

복수초는 복(福)과 생명 연장(壽)을 기원하는 이름이다. 하지만 왠지 한자말의 일본식 조어 같다는 느낌이 든다. 어감도 이상한 복수초보다는 순 우리말인 눈색이꽃이나 얼음새꽃이라고 부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른 봄 채 녹지 않은 눈이나 얼음사이에서 피는 꽃이란 뜻이다. 참 아름다운 이름이다. 개별꽃도 활짝 피었다. 별꽃에 비해 꽃도 크고 화려한데 왜 이름에 좀 모자란다는 의미인 ‘개’자가 붙었는지 모르겠다. 산괴불주머니의 노란 아기 새 주둥이 같은 꽃도 활짝 폈다. 너무 흔해 사람들에게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꽃 중의 하나다.

▲ 현호색
비슷한 모양의 꽃이 또 있다. 바로 현호색이다. 꽃 모양은 산괴불주머니와 비슷하지만 색이 전혀 다르다. 잎 모양도 댓잎처럼 생긴 것, 갈라진 것, 둥근 것 등 여러 가지다. 현호색의 꽃 색은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보랏빛이기도하고, 파란빛이기도 하다. 하늘색이 어른거리기도 하고 흰빛이 맴돌기도 한다. 분홍빛과 자줏빛이 어울려 춤을 추기도 한다. 이런 색을 어떻게 표현할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색, 그래서 현(玄)이다. 그윽하고 그윽하다는 뜻이다. 노자가 도덕경에서 도(道)를 설명할 때 쓴 현지우현(玄之又玄)의 바로 그 현(玄)이다.

제비꽃도 여러 종이 보인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제비꽃 종만 무려 50~60여 종에 이르는데 오늘 우리가 만난 녀석은 하얀 꽃잎에 주황색 허니가이드(곤충에게 꿀이 있음을 알리는 무늬)가 인상적인 잔털제비꽃과 짙은 보랏빛 꽃잎과 길쭉한 삼각형 잎이 특징인 왜제비꽃, 잎에 있는 하얀 무늬가 특징인 줄민둥뫼제비꽃, 동그랗게 말린 잎에 하얀 솜털이 잔뜩 난 둥근털제비꽃, 코스모스 잎처럼 갈라진 잎을 자랑하는 남산제비꽃, 시원스럽게 잎을 올리고 있는 졸방제비꽃이다.

▲ 줄민둥뫼제비꽃
특이한 이름의 들꽃들도 새싹을 내밀고 있다. 아기 주먹만한 노란색 꽃이 선풍기 날개처럼 휘어진 물레나물, 나비 날개처럼 생긴 턱잎을 달고 있는 나비나물, 잎을 비비면 상큼한 오이 냄새가 나는 오이풀, 노루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하얀 꽃송이가 피었다는 전설을 간직한 노루발, 호랑이가 피던 담뱃대처럼 생긴 긴담배풀, 줄기가 가늘어서 꿩의 다리처럼 보이는 꿩의다리. 모두들 봄을 맞아 단장이 한창이다.

능선을 따라 가다 보면 바위 위에 기린초가 정겨운 식구들처럼 옹기종기 모여앉아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경사진 비탈길에선 양배추를 닮은 앉은부채도 보인다. 꽃 모양이 도깨비 방망이를 닮은 특이한 녀석이다.

모두들 저마다 봄을 맞이하느라 분주하다. 봄기운이 온 산에 메아리친다.

사라져가는 서어나무숲 아쉬워

나무도 지난 구간에서 보지 못했던 것이 몇 그루 눈에 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나무는 황벽나무다. 나무 속살이 짙은 노란색을 띠는 황벽나무는 나무껍질에 울퉁불퉁한 코르크질이 발달해 있어서 한번 보면 쉽게 잊혀지지 않는 나무다. 노란 속살은 물감을 만드는 데 쓰고 코르질의 나무껍질은 포도주의 병마개 등을 만드는 데 쓴다고 한다. 코르크질이 발달한 수피라면 개살구나무도 빼놓을 수 없다. 멀리서 보면 나무라기보다는 거대한 뱀을 보는 거 같다. 굴참나무 껍질도 특이하기는 마찬가지다. 나무껍질이 얼마나 울퉁불퉁했으면 골이 깊게 패인 나무란 뜻으로 골참나무라고 부르다가 굴참나무가 되었을 라고.

이른 봄에 가장 먼저 잎을 틔우는 나무 중에 하나인 귀룽나무도 보인다. 아홉 마리의 용에 얽힌 전설을 간직한 나무라서 구룡나무(九龍木)라고 부르다가 귀룽나무가 된 녀석이다. 5월에 하얀 포도송이 같은 꽃을 피우는데 멀리서 보면 꼭 뭉게구름이 몰려있는 것 같다. 이 때문에 북한에서는 이 나무를 구름나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기억하기 쉬운 표현이다. 북한 이름 하니까 또 생각나는 나무가 있는데, 바로 쥐똥나무다. 용인 어느 산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나무로 가을에 쥐똥 같은 까만 열매 열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북한에서는 이 녀석을 ‘검정알나무’라는 예쁜 이름으로 부른다고 한다.

야광나무라는 독특한 이름의 나무도 보인다. 5월경에 열리는 찔레꽃 같은 하얀 꽃송이가 밤에도 잘 보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다릅나무도 보인다. 흑갈색을 띠는 나무껍질과는 딴판으로 속살이 짙은 포도주 빛을 띠는 나무로 겉과 속이 다르기 때문에 다릅나무라고 불리는 나무다. 나무 결이 독특하고 아름다워 공예재료나 가구 재료로 인기가 많은 나무다. 동그랗게 말리는 겉껍질이 특이해 쉽게 기억할 수 있는 나무다. 호랑이 꼬리 끝같이 생긴 호랑버들도 꽃이 한창이고, 가을에 가장 붉은 단풍을 뽐내는 붉나무도 보인다.

숲의 변화 과정을 천이(遷移)라고 하는데 보통 서어나무 숲을 극상림으로 친다. 정광산 정상에서 갈담리 쪽으로 내려오는 가파른 길목에서 규모는 작지만 아름다운 서어나무 숲을 만날 수 있다. 서어나무는 한눈에 반할만한 나무다. 근육질을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 서어나무는 근육질나무라는 별명답게 수피가 울퉁불퉁하다. 서어나무는 장수하늘소의 산란목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나무다. 장수하늘소의 대형애벌레는 크낙새의 훌륭한 먹이이기도 하다. 이렇게 조화를 이루어 나가는 숲이야 말로 건강하고 아름다운 숲이다. 용인에 몇 안 되는 서어나무 숲을 지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크낙새가 멸종되다시피 한 것은 결국 건강한 서어나무 숲이 없어진 것이 직접적이 원인인지도 모른다.

▲ 왼쪽부터 개나리, 홍매, 생강나무


노랑할미새, 산호랑나비 등 생태 보고 확인

지난 구간에서 보지 못한 새들도 보인다. 우리를 가장 흥분하게 만든 것은 독수리다.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곳, 우리 머리 위 10여 미터 상공에서 상승기류를 타고 활공비행을 하는 독수리를 아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무척 당당하고 여유로워 보였지만 실상은 달랐다. 사냥을 못하고 오직 사체만을 먹는 독수리는 몽골 등지에서 월동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지만 먹이 부족으로 인해 탈진하거나 심지어는 굶어죽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우리 머리 위에서 멋진 비행술을 뽐내던 녀석도 사실은 배고픈 독수리였던 것이다. 주변에는 녀석의 먹이가 될 만한 것이 보이지 않는다.

말똥가리도 한 마리 봤다. 황조롱이와 더불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맹금류의 하나다. 녀석이 낮게 날아 준 덕분에 날개 밑면에 있는 무늬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계곡을 따라 내려오다 굴뚝새 한 마리도 봤다. 워낙 작고 부산스러운 녀석이라 사진은 커녕 모습을 제대로 알아보기도 힘든 녀석이다. 다만 특유의 울음소리와 어른거리는 실루엣으로 굴뚝새임을 알 수 있었다. 멋진 새도 만났다. 주로 개울이나 하천에서 서식하는 할미과의 친구들이다. 녀석들은 산에서 마을로 내려가는 작은 시냇물에서 열심히 먹이 활동을 하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얼굴에 눈썹선이 없는 알락할미새와 노란 배가 눈부시게 빛나는 노랑할미새였다. 탐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만나서인가 운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날이 따뜻해져서인가 지나 번 탐사 때보다 곤충들이 더 많이 눈에 띈다. 특히 나비들이 많이 보인다. 가장 먼저 눈에 띈 녀석은 흰색 바탕에 검은색 무늬가 선명한 대만흰나비였다. 먹이를 찾아 이리저리 바삐 날고 있었다. 한창 짝짓기 중인 뿔나비도 보인다. 아주 작은 부전나비류와 이름을 알 수 없는 나방들도 날아다닌다.

▲ 산호랑나비
우리가 본 나비 가운데 압권은 단연 대형종인 산호랑나비다.
노란바탕에 검은 줄무늬가 위엄 있어 보이는 녀석이다. 위엄만 있는 것은 아니다. 뒷날개 안쪽 가장자리에 붉은 점을 만드는 센스까지 있는 멋진 녀석이다. 산초나무에 앉아 날개를 활짝 펴고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녀석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어른거린다. 산호랑나비보다는 약간 작지만 뒷날개 안쪽 가장자리의 붉은 무늬가 더 선명한 이른봄애호랑나비도 멋지기는 마찬가지다. 진달래꽃에 앉아 열심히 꿀을 빨고 있던 녀석은 셔터 소리에 놀라 바삐 날아오른다. 하지만 곧 다시 날아 와 멋진 포즈까지 취해주는 너무 예쁜 녀석이다. 애벌레의 먹이식물인 족두리풀 잎에 알을 낳는다. 산을 내려가다 만난 족두리풀을 보자 녀석의 아름다운 날갯짓이 다시 생각났다. 날개에 비해 몸이 커서 사뿐사뿐 날지 못하고 팔랑팔랑 난다고 해서 팔랑나비라고 불리는 녀석들이 몇 있다. 이 중 바람이 강하게 부는 산 정상부 능선에서 날개에 독특한 무늬가 있는 멧팔랑나비를 만났다. 좀더 따뜻해지고 많은 꽃들이 피면 곤충들의 향연이 시작될 것이다.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이제학·손윤한 공동집필
사진 손윤한·함승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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