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사랑 바이러스’에 감염된 그 남자 , 그여자

앳된 스무 살 처녀에 반한 서른 살 총각
이들의 연애담은 동네서도 ‘인기’다.
“넘어질 때 발을 걸어서 그냥 넘어졌죠. 그리고 일어나질 못해서…”
“당신은 항상 그렇게 말하더라. 자기가 안 일어나고서.”
그 옛날 연애시절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는 남편 천성한씨와 부인 최정자씨.
작은 공장을 운영하면서 20년을 함께 살아온 이들 부부.
재료값이 올라 한숨도 나오지만 하루 종일 붙어 있는 이 부부는
같이 있어 그저 행복하다.
또 같이 있어 이웃을 돕고 주변 사람에게 ‘사랑 바이러스’ 까지 감염시킨다.

▲ 모현서 청동주물 공장 운영하는 천성한·최정자 부부

비포장길 10여분 ‘화진공예’

용인에서 모현면 외대사거리를 지나 차를 타고 10여분 들어가면 울퉁불퉁 비포장 된 길이 시작된다. 이 곳은 경기도 광주다. 이렇게 광주를 거쳐야 모현면 동림리로 갈 수 있다.

크고 작은 공장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동림리에는 천성한(49·매산리)·최정자(40)씨의 삶의 터전인 화진공예가 자리하고 있다. 전라도 처녀에게 반한 충청도 노총각이 모현에서 만나 이 곳에서 알콩달콩 산지도 어느덧 20년. 

2004년 공장을 시작한 천씨 부부는 하루도 떨어져 있는 날이 없을 정도다. 그래서 이들 사는 이야기는 동네에서도 화제다. 

“우리 신문에 얼굴 나오면 빚쟁이들이 쫓아 올 텐데.” 말은 이렇게 해도 ‘열심히 사는’부부로도 정평이 나 있다.

버스도 안 다니던 전라도 완주가 고향인 부인 최씨는 일찍이 언니가 자리 잡은 모현면 능원리로 올라와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85년도부터 청동주물 기술을 배우며 공장에서 일하던 천씨는 공장을 따라 모현으로 오게 됐다. 부부는 모현에서 만나 사랑을 시작했지만 나이차이가 많던 터라 친정집 반대가 심했다.

집안의 막내로 자란 최씨의 오빠들은 천씨를 찾아가 만나지 말라며 떼놓기도 하고 버스도 안 다니는 시골집에서 친정엄마가 쫓아오기도 했다.

“어느날 장모님이 ‘설거지’를 해주겠다며 올라오신 거예요. 전 같이 살지도 않는데 무슨 설거지를 해주겠다는 건지 이해가 안돼서 장모님께 여쭤봤더니 설거지가 싹 쓸어버리겠다는 뜻 이였던 거예요. 사투리라 알아들을 수 없었죠.”

장모도 처음 천씨를 봤을 때는 마땅치 않았다. 나이 많은 ‘녀석’이 딸을 훔쳐가는 것 같아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 먼 시골집에 인사를 갔을 때는 장닭을 잡아주며 천씨를 반기며 결혼을 허락했다.

“엄마가 왜 그리 말렸는지 나중에서야 알았어요. 엄마와 아버지 나이차이가 많이 나서 엄마가 일찍 혼자 되셨는데 딸도 그럴까 걱정했던 거죠.”

부부를 믿어줬던 친정엄마는 몇 년 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지만 부부의 마음 깊숙이 살아 있었다.
끝까지 가족의 허락을 받아 낸 부부는 공장에서 일하며 열심히 살아왔다.

“얼떨결에 애기 아빠가 됐죠. 둘째 애는 6개월 됐을 때부터 노란 바구니에 넣어 놓고 일했을 정도니까.”

부부에게 아들(19), 딸(15)은 가장 소중한 선물이다.

이웃들은 “엄마, 아빠가 힘들게 일하는데도 애들이 공부도 잘하고 착실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쉬는 날에도 딸은 공장에 나와 부부의 일손을 거들고 있었다. 대부분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공장 일을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남매, 그리고 이웃과 오손도손

청동주물을 만드는 이 회사 안에는 부처님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전부 수공예 작품이라 주문 받는 대로 공장에서 생산해 내야 한다. 특히 절에서 볼 수 있는 불교 관련 제품이 대부분이다. 화려한 색을 입은 불상부터 우아한 자태를 드러낸 불상 등 주물제품이 다양했다.

“요즘엔 중국제품이 워낙 싸기도 하지만 원자재 가격이 폭등해 예전 같지 않아요. 그래서 공예품을 주문 제작하는 것도 어려워 도산하는 공장도 많죠.”

특히 쇠를 녹이는 기름값에 대한 비용 부담은 크다. 그래도 지금까지 네 식구가 먹고 살았던 생활 터전이라 어렵다고 쉽게 문을 닫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자식들 대학 보내고, 시집, 장가보낼 때까지는 계속해야죠.”

부부는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더라도 5년 째 모현의좋은사람들을 통해 이웃과 작은 것이라도 나누며 살고 있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웃고 눈물 흘리며 살아가는 부부는 삼겹살이라도 구워먹으며 좋은 사람들과 소주 한잔 기울일 수 있다면, 그것이 곧 행복이라 여긴다.

“행복 보따리가 따로 있나. ‘36.5도’만 유지하면 그것이 행복이고 우리들 사랑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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