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준장으로 퇴역 상현동에서 제2막을 시작한 금기연씨 부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의 참 모습을 알아내는 것.
즉 우리가 그만한 자질과 자산을 가지고 있는 것을 자각하는 것이며
또 그를 제대로 활용하여 멋지게 2막을 시작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다.
우리의 참 모습을 우연히 발견할 때까지 놔두고 마냥 기다려서는 안 된다.
우리가 찾아나서야 한다. 2막을 시작함에 있어 정말로 중요한 일이다.”

공군 교육사령부 준장으로 퇴역한 금기연 장군은 아내와 상현동에서 인생의 2막을 열었다.
그리고 자신처럼 전역한 동료, 후배들이 인생의 2막을 제대로 시작할 수 있게 ‘희망 길잡이’를
자처하고 나섰다. 즐겁고 자신 있게 살 수 있도록 책도 쓰고 강의도 나간다.
요즈음은 아내와 산에 자주 오른다. 아내와 함께 한 시간은 꼭 렌즈에 담는다.
그 시간, 그 장소에 우리는 같이 있기에.

금기연(57)·김성애(55) 부부는 3년 전 수지구 상현동에서 인생의 2막을 새롭게 시작했다. 공군 준장으로 군 생활을 마친 금 장군은(예비역 준장) 자신처럼 군대를 나와 사회에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동료, 후배들에게 즐겁고 자신 있게 사는 법을 제시하며 ‘희망 길잡이’가 되고 있다.

“제대군인은 짧게는 몇 년, 길게는 몇 십 년을 일반 사회에서 격리돼 동떨어진 상태로 지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전역의 시기에 임박해 들여다보면 돌아가야 할 사회와 이제까지 몸담아온 군의 차이가 커 엄두가 나지 않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냥 쉬어버리려는 결심을 하거나 아직 이렇다 할 계획도 없고 어찌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나 또한 군 생활을 마감하고 나와 똑같은 과정을 겪은 인생 선배로서 남의 일처럼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제대군인들의 사회적응을 돕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죠.”

그래서 금 장군은 ‘즐겁고 자신 있게 시작한 2막-제대군인들의 사회적응을 위한 제언’이라는 책을 최근에 펴냈다. 그 역시 인생의 2막을 시작했다.

그렇다고 그는 어른이 아이 가르치듯 아주 빤한 이야기를 늘어놓지 않는다. 인생에 깊게 뿌리내린 30여 년간의 군 생활은 몸에 배어 겸손함을 풍겼고 그가 써 내려간 수필이나 칼럼은 유쾌하면서 자유로웠다. 틀에 박힌 생각은 과감하게 벗어 던졌다.

# 화려한 30여 년 군 생활…

금 장군은 경북영양에서 태어나 공군사관학교에 입학, 1973년 전투조종사가 됐다. 2500여 시간을 비행했으며 미국 해군대학원에서 행정학을 전공했고 주일본 한국대사관 공군무관으로 일했다.

“어릴 때부터 공군이 등장하는 만화책 보면서 꿈을 키웠죠.”

공군의 최선봉부대인 제10전투비행단장과 전투비행대대장을 비롯해 공군본부, 공군전투발전단, 공군작전사령부, 합동참모본부, 한미연합군사령부 등 다양한 부서를 거치며 군의 씽크탱크 역할을 해 왔다.
그의 인생 1막을 장식한 군 시절 가운데 ‘유엔사-북한군간 판문점 장성급회담’에 참석한 것은 잊지 못할 일이다. 초대 한국대표로서 2년여 동안 북한대표와 12차례에 걸쳐 회담을 진행했던 시간은 사진 속에 멈춰있다.

더욱이 당시의 공적을 인정받아 현역출신 최초로 국방안보 부문 ‘세종문화상’(2001년)을 수상했고 미국 정부가 평소 외국인에게 주는 훈장 중 최고급인  ‘Legion of Merit’상을 받았다.

2003년 7월 전역 후 금 장군은 쉬지 않았다. 한국리더십센터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코칭클리닉’‘학부모 코치되기’‘성공하는 조직의 4단계 실행능력’등의 과정을 이수하고 한국리더십센터의 전문위원으로서 기업과 학교, 보훈처 등에서 강의화 워크숍을 진행했다. 또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 국방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모교인 공군사관학교와 보훈교육연구원 등에서 강의를 계속하고 있다.

그는 올 초 월간 문학저널 수필부문에 당선돼 군에서 갈고 닦은 문장력을 인정받았다. 이미 군 시절 당시 ‘유엔사-북한군간 장성급회담 경과와 추진전략(2004년)’ ‘공군 제10전투비행단장 복무수기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2002년)’ ‘주일한국대사관 무관 경험담(1996년)’등 자신이 자리에서 보고 듣고 느꼈던 경험들을 꼼꼼히 기록하며 중요한 자료로 남겼다. 퇴역 후 펴낸 것이 ‘즐겁고 자신 있게 시작한 2막’이다.

“저는 즐거운 2막을 보내고 있어요. 위에 누나 셋이 있는데 여고시절 책 많이 보잖아요. 그 책을 제가 다 읽어야 반납했거든요.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소설가가 되라고 말할 정도였으니까.”

#아내와 함께 보람을 찾아

금 장군은 퇴역 후 인생 2막을 시작했다. 무대에 나란히 선 주인공은 아내다. 연극이 끝날 때 까지 호흡을 맞출 상대 배우다. 벌써 30년이나 한 무대에서 살았는데 조연처럼 지나쳤을지 모른다. 그래서 금 장군은 아내와 약속한 것이 있다.

“군 시절에는 바빠서 엄두도 못 냈는데 직장암 판정 받고 시간 나면 산을 다니기로 했어요.”
아내와 해마다 설악산을 다니고 틈나는 대로 산을 찾아 떠난다. 그 때마다 들풀, 들꽃, 산을 마음에 담고 아내와 함께 한 시간을 카메라에 찍어둔다.

“정말 좋죠. 너무 심하게 다녀 무릎도 아프지만…항상 결혼기념일처럼 살아요. 30주년 결혼 기념으로 여행을 떠날 생각이죠.”

김씨는 직장암 수술을 받고 건강해진 남편의 눈빛만 바라봐도 그저 감사할 뿐이다.

“참된 삶의 정신으로 살려니까 마음을 닫아서는 사람을 사랑할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어요.”
성당에서 성가를 가르치면서 17년 동안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 온 김씨는 얼마 전 용인주부가요제에 출전해 본선까지 진출, 참가상을 받는 기쁨을 안았다. 우연한 기회에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 상을 받게 돼 기분은 더욱 좋아보였다.
김씨는 음악을 전공하지 못해 늘 아쉬움이 남았는데 이제 그 꿈을 꽃피울 때가 다가왔다. 그는 인도에서 전통무용을 전공하는 서른 살 된 딸과 대학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하는 24살짜리 아들, 엄마가 한 무대서 공연할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남편의 사진전도 열 예정이다.

금 장군 또한 “제2의 인생을 여유 있게 살면서 좀더 베풀고 보람 있는 일을 하겠다”면서 “제가 쓴 글이나 실제로 하는 얘기를 실천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정세에 대해서도 “정치적인 환경에 따라 군은 변하면 안 된다”며 “인기에 영합해서도 안 되며 내가 힘을 갖추고 능력을 가진 상태에서 차근차근 해나가고 말에 현혹되거나 분위기에 들뜨면 큰일 난다”는 조언을 덧붙였다.

금 장군 부부가 펼친 두 번째 인생의 날갯짓이 자연과 이웃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용인에‘희망효과’를 확산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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