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육문화원·평화교육센터 김경민·김기환 부부

깡패노숙자가 있다면 먹을 것 주고 타이르고 해서 정상인으로 만들어야죠. 헐벗었다고, 못된 짓 한다고 짓밟아서야 되겠습니까? 주던 것마저 빼앗을 것이 아니라 재활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 이게 북한에 대해 우리가 가져야 할 인도주의적 입장이라고 봅니다.(김기환)

북한 미사일·핵문제가 어제 오늘 일도 아닌데 최근 이 문제가 대두되니까 당장 개성공단사업과 금강산관광부터 중단하라는 것은 역사를 거꾸로 돌리겠다는 거나 다름없어요. 대북지원은 무조건 퍼주기만 하는 게 아니에요. 폐쇄된 사회 속에 갇힌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세계를 알리고 관심을 갖게 하는 통로가 되고 있어요.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는 셈이죠. (김경민)

남북관계와 통일을 화두로 한 부부의 이야기는 끝이 없다.
민간단체인 통일교육문화원과 평화교육센터를 각각 꾸려가고 있는 아내 김경민(43) 원장과 남편 김기환(45) 소장. 이들에게 최근의 남북한 정세는 그냥 듣고 흘려버릴 수 있는 단순한 시사문제가 아니다. 통일운동은 바로 이 부부의 삶이자 사명이기 때문이다.

김경민 원장과 북한의 첫 인연은 전 세계에 충격을 몰고 온 독일 통일로 인해 맺어지게 됐다. 당시 독일의 통일은 같은 분단의 아픔을 안고 있는 한반도에 평화통일에 대한 기대와 열망을 불어넣었다. 세계가 이데올로기의 낡은 이념을 청산하고 냉전에서 화해와 일치를 향해 첫걸음을 내딛기 시작한 90년대 초, 한국 기독교인들에게도 평화통일을 위한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당시 부산의 한 대학생 선교단체에서 간사로 일하던 김 원장은 교계 지도자들의 강력한 권유로 1992년 ‘남북 나눔 운동’에 동참하게 됐다.

순수 민간단체의 힘으로 시작한 대북지원활동은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에 쌀과 의약품 생필품을 보내며 남북 교류의 작은 물꼬를 터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눔 운동이 해를 거듭하면서 “우리가 왜 북한에게 퍼주기만 하는 해야 하는가”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저변에 확산되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대북지원에 앞서 통일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어린 아이들조차도 북한에 대한 지원을 우리만 손해 보는 짓이라고 여기는 현실에서 이런 통일은 오히려 위험하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고 남북한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대북지원보다 통일교육이 선행돼야 해요.”

# 관주도탈피 민간주도 통일교육

대북지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김 원장은 2001년 12월 양재동에 ‘통일교육문화원’을 설립했다. 통일교육을 중점 활동으로 하는 민간단체의 존재는 당시로선 지극히 이례적인 것이었다. 함께 통일운동을 벌여왔던 남편 김기환씨도 평화교육센터를 통해 본격적인 활동에 참여하게 됐다.

관주도의 반공교육 일변도에서 탈피, 민간주도의 통일교육의 포문을 열면서 실시한 것이 ‘찾아가는 통일교육’. 학교통일교육, 사회통일교육, 교회통일교육이라는 세 가지 틀에서 청소년 주부 공무원 일반시민 등 대상을 망라,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통해 실생활 속에서 접점을 갖고 통일의 기반을 마련해보자는 것이었다.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한 NIE(신문활용교육법) 활동을 통해 통일습관 만들기에 관한 갖가지 아이디어가 모아졌다. 부부는 이를 취합, 책으로 엮어 각 기관과 단체에 배포했다. 이 책은 곧 사회 구석구석에 변화를 몰고 왔다. 생활 속 통일습관이 실제 반영되기 시작한 것.

당시 남한의 지도를 배경화면으로 북한을 제외한 3·8선 이남의 반쪽 날씨를 보도했던 일기예보 방송에 한반도지도가 등장하면서 남북한 날씨가 함께 보도되기에 이르렀다. 또, 광화문우체국에서 기념우표를 발행, 북한의 유적 유물을 담은 기념우표가 선보였다. 금강산면회소 설치 건의도 받아들여졌다.

“통일에서 누구도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신념이에요. 그래서 모든 기관과 단체에 이 책을 배포했는데 식품업 관련 단체에서 처음에는 이런 책이 우리에게 무슨 필요가 있느냐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이후 북한음식 관련 사업이 얼마나 활성화됐는지 몰라요. 또 IT산업 분야에서는 북한과의 인터넷 채팅을 제안했었죠. 그때만 해도 중국을 거쳐야만 채팅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일부 기업에서 실시간 채팅을 통해 북한과의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가능해졌어요.”

일회적 교육에서 장기적인 커리큘럼으로 발전한 통일교육은 현재 서울에서만 7개 학교에서 1년 과정으로 실시되고 있다. 통일교육문화원은 교육에 접목한 놀이를 연구, 한반도지도를 말판으로 하는 윷놀이를 통해 각 도시의 역할과 기능을 강조함으로 통일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놀이 등 20여 가지를 개발하여 활용하고 있다.

# 온라인 ‘통일에듀넷’ 사이트

정부도 이같은 민간단체의 통일교육 노력에 대한 결과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김경민 원장은 통일부가 마련한 통일교육지원법의 기본지침서를 지필, 일선 학교에서의 통일교육방법에 관한 초석을 놓는데 일조했다.

부부는 현재 통일부와 함께 전국 18개 시·도 19개 학교에서 통일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탈북자학교에서 어린이들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인성교육도 맡고 있다. 통일교육문화원에서 사상 처음으로 시도한 온라인 통일교육인 ‘통일 에듀넷’사이트는 현 중3 생활국어 교과서에도 소개돼 있다.

부부는 통일체험여행을 기획, 금강산 관광과 함께 일반인을 위해서는 세미나와 포럼 일정을 마련하고 기독교인들을 대상으로는 북한선교를 모색하는 비전트립(단기선교여행)으로 현장탐방과 집회의 시간을 갖고 있다. 이달 23일부터 25일까지 실시되는 비전트립에서는 북한에 연탄보일러를 전달할 예정으로 참가자를 모집 중에 있다.(02-577-6372)

서울의 집을 팔고 4년 전 기흥구 보정동에 새 터를 마련한 부부는 통일운동에 남은 사재를 모두 털어 넣었다. 그러나 민간단체가 통일운동을 주도하는 것에 대해 아직까지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이들은 알고 있다.

“남북나눔운동을 할 때는 뼈만 앙상한 북한 아이들 사진만 보여주면 풍족한 후원을 얻을 수 있었죠. 그 자료는 서방세계의 사진들을 모아 제가 97년도에 직접 제작한 것이에요. 그러나 2001년 처음 북한을 방문해 실상을 보고나서 사진의 내용이 극히 일부에 국한된다는 걸 알았고 이후 자료를 모두 폐기시켰어요. 그런데도 그 자료가 북한의 상징물처럼 아직까지 떠돌고 있으니 안타깝죠. 우리 미래를 위해 통일교육은 반드시 필요하고 이에 대한 투자도 있어야 합니다. 통일에 무임승차 하겠다는 생각들을 버렸으면 좋겠어요.”

아내의 말에 김기환 소장은 “통일을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념적 갈등부터 극복해 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사는 곳입니다. 비판에 앞서 화해와 협력을 모색해야죠. 대선을 앞두고 통일문제를 전략적으로 이용해 다시 반공시대로 돌아가는 현실만은 막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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