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의 옛땅이름(70)

석성산은 용인의 진산(鎭山)이라고 할 수 있다. 석성산은 일반적으로 성산(城山)이라고 하며 동쪽으로는 처인구 포곡면 마성리와 유방동, 역북동에 접하며 서쪽으로는 기흥구 지역으로 최근 입주가 완료된 동백지구와 인접하고 있다.

북으로 남한산줄기와 연하고 남쪽으로 흘러 부아산이 솟아있다. 성산은 비교적 산세가 험한 편인데 동쪽보다 서쪽이 경사가 급하고 바위로 이루어져 급경사를 이루고 있다. 현재가장 일반적으로 들을 수 있는 이 산의 이름은 성산(城山)이다. 성산은 말 그대로 '성(城)+산(山)'이니 성이 있는 산이라는 뜻이다. 현재 산의 약 8부 능선을 한 바퀴 돌며 돌로 쌓은 산성(山城)의 흔적을 남기고 있는데 산에 쌓았으니 산성이 되고 돌로 쌓았으니 석성(石城)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성산은 석성산(石城山)이 줄어서 생긴 이름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석성산의 본 이름은 보개산(寶蓋山)이다. 1454년에 간행된 『세종실록지리지』에 보개산석성이라고 기록되어 보개산이 등장하고 있고 1531년에 간행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도 보개산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후 18세기 중엽에 간행된 『용인현읍지』를 보면 역시 보개산이 기록되어 있는데 일명 석성산(石城山)이라고 병기하여 보개산과 석성산이 같은 산을 다르게 부르는 명칭임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가뭄이 들었을 때 하늘에 비를 비는 기우제단(祈雨祭壇)이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기록은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나 1899년에 간행된 『용인군지』에 이르기까지 대동소이한 기록을 남기고 있다. 또 성의 규모나 상태를 나타내는 표현도 크게 차이가 없으며 심지어 초기의 기록에서는 북쪽의 할미산성과 혼동하는 기록도 보이는데 이는 아마도 앞의 기록들을 별 여과 없이 그대로 답습한 결과인 듯하다.

그런데 1910년대 초반에 간행된 것으로 추정되는 구한국시대의 『지명지』를 보면 보개산이라는 명칭은 사라지고 석성산(石城山)이라고 나타나고 있으며 한글로 성산이라고 병기되어 있다. 또한 1914년에 간행된 1:50,000지도에도 석성산이라고 표기되어 있는데 지도상에 표기된 석성산이라는 명칭은 현재의 지도에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보면 기록에는 석성산이라고 쓰고 성산을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고 이미 100여 년 전에도 성산으로 부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성산의 옛 이름이 보개산이라고 했는데 보개는 불교용어로써 탑 꼭대기에 있는 보륜 위에 덮개 모양(模樣)을 이루고 있는 부분(部分)을 말한다. 본래 개(蓋)라고 하는 것은 덮는다거나 덮어씌운다고 하는 글자의 뜻에서 볼 수 있듯이 인도에서 비나 햇볕을 가리기 위하여 양산이나 우산(雨傘)처럼 쓰던 것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이 개(蓋)는 사전을 찾아보면 행도(行道)때에 도사(導師) 등에게 받쳐 주는 것으로 나뭇잎이나 나무껍질, 또는 대나무 따위로 만들었으며 산개(傘蓋)또는 입개(笠蓋)라고도 한다. 후에 뜻이 변하여 천장에서 불상이나 예반(禮盤) 따위를 덮는 나무나 쇠붙이로 만든 불구(佛具)를 가리키기도 하고 보개(寶蓋), 대산(大傘), 주산(朱傘), 천개(天蓋), 현개(縣蓋) 등으로도 불리게 되었다고 하는 설명을 찾아 볼 수 있다.

이는 보산(寶傘)이라고도 하는데 모양이 마치 일산을 닮았기 때문에 생긴 명칭으로 보인다. 따라서 보개는 일산(日傘)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이는데 일산은 햇볕을 가리기 위하여 세우는 큰 양산을 말한다.

우산(雨傘)보다 크며 놀이할 때에 밖에다 세운다. 역사드라마를 보면 큰 행사가 있을 때 화려한 장식으로 치장하고 황제나 황태자, 또는 왕세자 들이 행차할 때 받치던 의식용구를 볼 수 있는데 이를 양산(陽傘)이라고도 하며 비단으로 만들었다. 또 감사나 유수, 수령 들이 부임할 때도 사용했다고 한다. 실제로 포곡면이나 동백지구쪽에서 하늘과 맞닿은 산의 윤곽을 살펴보면 양산이나 우산의 선과 많이 닮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을 종합해보면 보개산은 보개(寶蓋)처럼 생겼기 때문에 유래된 이름으로 불교적인 이름인 동시에 일산을 닮은 산의 모습에서 비롯된 명칭이라고 하겠다.

/정양화(용인문화원 부설, 용인향토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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