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를 아름답고 즐겁게, 그리고 행복하게 살겠노라 부부가 손을 맞잡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부부는 연필 깎는 법부터 시작해 6년 동안 캔버스를 채웠다. 웃음, 눈물, 열정, 감동… 부부의 인생은 캔버스에 덧칠해지고 작품으로 완성돼 가고 있었다.
“남편 칠순 때 전시회를 열겠다”고 한 말… 부부는 생애 처음으로 부부 전시회를 열고 행복한 시간을 사람들 앞에 펼쳐 놓았다. 나이 들어 부부가 함께 그림을 그리는 모습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 아닐까.


▲ (왼쪽)신덕균·구영희씨 부부
# 칠순 첫전시회 신덕균·구영희씨 부부


양지면에서 좁은 길을 따라 들어가면 산자락 아래 담장 없는 작은 집이 보인다. 빨간 우체통, 바람 소리 따라 한가로이 움직이는 풍경, 나무 옆에 세워진 솟대, 잉어가 노는 작은 연못, 붉게 익어가는 감, 햇살이 내리쬐는 장독대, 곳곳에 피어있는 들꽃… 그리고 의자에 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신덕균(70·양지면)·구영희(65) 부부의 모습이다. 오가는 이들의 눈을 사로잡고 발길을 끈다.

30여 년 전 젊은 선생님은 건강이 나빠진 어머니를 위해 처가의 고향인 양지면 양지리 지금 이집에 자리를 잡았다. “그 시절 교사생활 하면 부업을 생각하는 형편이었거든. 78년도에 양돈 축사를 지어 돼지를 키웠지. 2년만에 돼지파동으로 망했지만 말이야.”사람들 눈에 그림처럼 보이는 이 집도 축사를 개조하고 수십년간 부부가 손수 가꾼 것이다.

▲ 우리집Ⅱ_45.5X53_Oil on Canvas_구영희 2004
1964년 양영중학교에서 교직생활을 시작한 신씨는 2000년도에 설봉중학교 교장을 끝으로 교직생활을 마쳤다. 6년 전이다. 세 딸과 함께 평범하게 살던 이들 부부는 그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남편 신씨가 교사로 있던 시절 아내 구씨도 덩달아 바쁘게 움직였지만 막상 퇴직을 하니 가슴이 턱 막혔다고 했다. 지인으로부터 문화원에서 서양화를 가르친다는 말을 들은 구씨는 남편에게 같이 그림을 그리자고 제안했고 남편과 막내딸, 이렇게 셋이서 서양화 교실 문을 두드렸다. 의대에서 공부를 하는 딸은 중도에 그만뒀지만 부부는 6년 내내 한결같이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가르친 서양화가 이경성씨는 “퇴임하신지 얼마 되지 않은 교장 선생님과 사모님이 용인 문화원 서양화 교실을 찾아오셔서 이제 두 분이 함께 새로운 것을 해보겠노라 작정하시고 할만한 것을 찾다가 그림을 택했다”며 “이렇게 시작된 두 분은 연필 깎는 것부터 시작해 나무가 자라듯 지금껏 열심”이라고 말했다. 자식 키우고 한창 일할 때 미처 몰랐던 행복을 뒤늦게 찾은 부부는 서양화 교실에서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 우리집Ⅲ_53X41_Oil on Canvas_신덕균 2005

“그림을 그린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어요. 기회가 좋았죠. 정년퇴임 무렵이라 둘이 우두커니 있다가도 월, 목요일만 되면 신나죠.”"그림을 그린다는 게 자랑스럽고 배우러 간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신씨가 아내 말을 거들었다. 이렇게 그림을 배우면서 “칠순 때 전시회하지”라고 회원들에게 했던 말을 드디어 실천으로 옮긴 노부부. 11일부터 17일까지 용인문예회관에서 첫 번째 부부 전시회를 연다.

다리품을 팔아가며 도록을 돌릴 정도로 작품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집 앞에 놓인 우체통부터 산에 핀 들꽃, 여행지에서 카메라에 담은 풍경. 부부와 인연이 있는 모든 것들은 한 폭의 그림으로 탄생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빛깔이 보여요. 감나무 잎이 떨어지면 전에는 그저 쓸어 내기 바빴지만 지금은 사진도 찍고 색깔도 관찰하고 신비롭죠.”

부부는 그림을 그리면서 둘이 함께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살아간다고 했다. 등산을 가더라도 같이 가는 횟수가 늘었다. “나이 들어서 부부가 같이 안하면 한 사람은 혼자 해야 하는데 외롭잖아요. 늙을 수록 같이 하는 것이 좋아요.”그림을 그리면서 이야기꺼리가 풍부해졌다는 부부는 그림을 통해서 세상을 보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신씨는 “정년은 빨리 오고 생은 길어져 다들 늙어서 무엇을 할까 고민 한다”며 “우리 부부는 그림을 그리면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노부부는 붓을 들기 시작한 그날부터 노부부의 생애 가장 아름다운 날도 시작 된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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