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농기센터 최명옥 생활지도사

“바느질을 하다 보면 어떨 때는 숨쉬는 것조차 잊을 만큼 무아지경에 빠질 때가 있어요. 규방공예는 일상생활에 녹아든 전통예술이면서 바늘로 마음을 그려내는 미술이에요. 규방공예가 좀 더 대중화돼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으면 좋겠어요.”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열린 우리랜드 개장행사에서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은 곳은 본관 3층에 마련된 규방공예전시회장. 조각보, 예단보, 복주머니, 쌈지 등 비단과 삼베로 만든 아기자기한 각종 생활용품과 화려한 장식품 등 100여점이 선보여 찬사를 받았다.

용인농촌기술센터에서 규방공예를 배운 강습생들의 작품을 전시한 이번 작품전은 지난 2003년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된 것. 강습생들이라고는 하지만 이들 가운데는 강사로 활동할 만큼 실력을 갖춘 이들도 적지 않아 규방공예 기술 전수에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이같이 용인지역을 중심으로 규방공예가 확산되고 있는 데는 최명옥(45) 생활지도사의 숨은 역할이 컸다.

그가 2000년 농촌기술센터에서 처음 강좌를 열고 직접 강사로 나설 당시만 해도 전국적으로 일반인에 대한 규방공예 강좌는 전무한 상태였다. 97년부터 규방공예를 독학으로 습득해온 그는 동사무소에서 실시하는 취미강좌와는 차별화된 전통바느질 강좌를 내세워 큰 관심을 끌었다.

“일간지에 짤막한 홍보기사를 내보냈는데 서울 수원 안양 등지에서 80~90통씩 문의전화가 오는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거리가 멀다 보니 결국 첫 해에는 15명으로 시작해서 10명이 수료했지요.”

첫 수료생들과 해마다 20여명씩 늘어난 수강생들의 활동이 세간의 관심을 끌면서 농촌진흥청에서 용인지역을 본보기 삼아 규방공예를 전국적으로 보급하기에 이르렀다. 최명옥씨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2000년 전국 관광기념품 공모전에 출품한 복주머니 향낭세트가 은상을 차지하는 등 크고 작은 대회에서 상을 받은 그는 용인농업기술센터의 기존 강좌를 이끄는 한편 각 시군 농촌지도소에 파견 강의를 나가고 있다.

규방공예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이제는 백화점 문화센터 등지에서도 강좌가 신설되고 있는 추세. 그러나 최명옥씨는 백화점들이 터무니없이 고액 강좌를 개설, 규방공예의 대중화를 막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16주 강좌에 200만원하는 곳이 싸다고 할 만큼 상혼에 치우쳐 있어요. 우리 센터에서는 1인당 재료비 15만원으로 15개 작품을 만들고 있어요. 물론 강의료는 없는 무료 강좌구요.”

최근 운영하던 한복집을 폐업하고 한 달 전부터 규방공예에 매달리고 있다는 수강생 정정화씨(39)는 “고전예술에 대한 아름다움을 새롭게 느끼고 있다”며 “재봉틀로 만들던 한복을 전통바느질로 재현해 낼 수 있다는데 기대가 크다”고 강좌에 대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최명옥씨는 수강생들의 모임인 ‘쌈지회’와 함께 복지시설을 방문, 작품 수익금을 전달하고 노인들과 미혼모들을 대상으로 규방공예를 가르치고 있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