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와 행복을 전하는 뻐꾸기할아버지 배천용씨

#돌탑 쌓으며 좋은 글귀나누기 8년

언제부턴가 광교산 약수터며 정자 근처 작은 게시판에 마음을 다스려주는 좋은 글귀가 붙으며 등산객들이 땀을 씻으며 발길을 머무르게 하고 있다.

매주 예닐곱장의 자필 명문들은 명심보감, 논어, 맹자 등 한문 고전에서부터 명상록, 건강, 생활철학 등 다방면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마음다스리는 문구들로 작성돼 붙여져 있다. 산을 자주 오르는 사람들은 알 수 있듯이 매주 게시판의 글귀들은 바뀌어 누가 하는 일인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광교산 입구 약수터에서 정자가 있는 체력단련장까지 30여분되는 산행길에 세군데 약수터 주변은 야생화가 심어져 있고 돌탑이 정성들여 쌓여 있다.
광교산돌탑약수회장이라 불리는 배천용씨(77)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별명과 직함만도 여러개다. 뻐꾸기소리를 흉내내고 다녀 붙은 ‘뻐꾸기할아버지’, 6·25참전용사수지지회장, 신봉자이산악회장 등.

그는 2004년 6월 산이 좋아 신봉동에 이사왔다고 한다. 산행을 시작하면서 축성봉경의 마음으로 약수터 옆에 흩어진 돌을 쌓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일이 생기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다.

그리곤 게시판에 글귀를 써붙이기로 했다. 이사 오기 전 산본에서도 6년동안 산악회 활동을 하며 약수터를 계발하고 글귀를 나누는 일을 했다. 즐겁게 마음을 나누며 사는 것이 그저 좋고 행복해서다.

그는 마냥 싱글벙글 얼굴에 늘 웃음이 가득하다.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묻는 말에 “늘 할일이보이고 그 일을 하다보면 즐겁고 그렇지 뭐..”라고 답한다. 그는 매주 써붙이는 글귀를 위해 일주일에 한번은 꼭 도서관을 간다. 자료를 찾아 일주일치 문구를 조사한다.

“너무 어렵지 않으면서 즐겁고 마음에 와닿는 글귀를 찾으려 유머, 시, 건강, 성현들의 말씀, 고전, 철학 등의 서적을 골고루 찾는 일도 쉽지는 않다”며 여전히 즐거운 표정이다.

그가 붙여놓은 글귀를 읽는 등산객들은 마음 한켠 위안과 여유를 가지며 행복한 삶에 대해 생각한다.

김수용씨(58·풍덕천동)는 “매번 산을 올때마다 게시판의 글을 꼭 읽으며 다음에는 어떤 글이 있을까 기다린다”며 “직접 쓴 자필 글씨가 정성과 친근감이 전해져 글쓰는 분이 늘 고맙게 여겨진다”고 말했다.

그는 산본에서 산악활동을 하며 시에서 산에다 소각장 설립을 하려하자 반대운동에 앞장서 굴뚝높이를 높이는 성과를 보였다. 지금까지 그가 받은 봉사상만도 60여개가 넘는다. 지난 5월에는 자신이 사는 신봉동 자이1차아파트 단지 내 태극기 거리 및 꽃길 조성등으로 입주자대표회장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그는 여지껏 주어진 환경에 성실히 열심히 살아왔다고 한다. 6·25때 학도병으로 참전해 다리부상을 입고 전시연합대학에서 1년 수료 후 내무부 9급 공무원에서 4급까지 승진하는 끈기와 성실성을 보였다.

그는 지금도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신문을 읽고 지압을 한 후 5시에는 광교산에 오른다. 꽃을 심고 글귀를 붙이며 감사한 마음으로 기도한다.
그는 “생자필멸이라 했잖아, 여기서 사는 날까지 그저 아픈 사람, 불행한 사람이 없도록 늘 기도하며 지역사회에 빛과 소금 같은 작은 역할이라도 할 수 있다면 고마운 일이지 뭐야”라고 말한다.

#산악회 운영. 등산로 꽃길 조성 사는 곳에서 기쁜 일 실천

그는 지난 24일 산악회원들과 지리산 차밭을 다녀오는 등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다. 이사 온 후 곧바로 조직한 신봉자이산악회가 현재 회원 60여명으로 매주 산행을 하며 건강을 다지고 한달에 한번은 먼 곳으로 산행을 간다.

그는 등반일정을 정할 때도 그 지역의 특산물 산지랑 연관지어 건강과 재미를 누릴 수 있도록 신경쓴다. 산행가는 버스속에서도 그는 어김없이 인생철학이 담긴 건강특강으로 회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올해 6월부터 시작한 아파트단지 뒤로 연결된 등산로에 꽃길조성하는 일을 시작해 그의 일은 더 많아졌다. 각종 꽃씨와 모종을 심고 이름표를 써붙여 자연학습장을 방불케 한다. 등산로 입구 나무그늘아래 한쪽에 재활용 의자와 테이블을 구비해 할머니들의 마실 쉼터를 만든 것도 인기가 많다.

그의 이런 저런 봉사활동으로 주민들은 즐거워하며 고마운 마음으로 음료수를 대접하기도 하고 식사도 초대하며 감사인사를 전한다.

배천용씨는 자신이 즐거워하는 일을 하며 기쁘고 이웃이 행복해하고 고마워하니 더욱 즐겁다고 한다. 그는 요즘은 매일 중국어, 일본어 한단어씩을 공부하고 있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즐거움을 만들어가는 그의 인생에 노년은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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