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무당벌레가 되기까지

ⓒ 임정훈
무당벌레를 아십니까?

느닷없는 말에 그걸 질문이라고 하느냐고, 그 뻔한 걸 왜 물어보느냐고 지청구를 대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무당벌레’라는 말에 어린 시절의 추억 한 토막이 따라 붙을 수도 있을 테고, 이제는 구경조차 힘들어진 탓에 기억이 가물거려 다른 곤충들과 헷갈릴 수도 있겠지요.

이도저도 아니라면 이 바쁜 세상에 그 뻔한 걸 왜 묻느냐며 생뚱맞다는 표정을 지으실 수도 있겠습니다.

지금부터 제가 구경하고 온 무당벌레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하마터면 저도 그냥 지나칠 뻔 했는데요. 저 위에 있는, 아직 푸르기 만한 단풍나무에서는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더라고요.

자자, 그러지들 마시고 위의 단풍나무를 잘 살펴보세요. 다닥다닥 붙어서 죽은 척하고 있는 무당벌레 애벌레들이 보일 테니까요.

ⓒ 임정훈

무당벌레가 벗어놓은 옷들입니다. 좀 징그럽기도 하고 쭈글쭈글한 생김새로만 봐서는 반들반들한 날개를 지닌 성충의 모습이 전혀 떠오르질 않습니다. 아무튼 저런 모습만으로는 정이 가는 대상은 아니라는 말씀이지요.

알에서 갓 나온 애벌레는 흰색을 띠고 있지만 곧 까맣게 변합니다. 애벌레는 20~30일간 대략 3번의 탈피를 거듭하여 4령 애벌레가 되어 1cm 정도의 길이로 성장합니다.

꽁무니에는 빨판이 달려있어서 아무 데라도 잘 붙습니다. 이 녀석들도 손가락으로 건드려 봐도 꿈쩍도 않습니다.

ⓒ 임정훈

애벌레는 어른벌레와 같이 진딧물을 먹습니다. 식욕이 대단하여 먹이를 구하러 12m 가량을 돌아다니기도 합니다. 그러나 먹이가 부족하게 되면 어른벌레와 마찬가지로 애벌레끼리도 서로를 잡아먹고 먹힙니다.

먹이를 충분히 먹고 난 4령 애벌레는 애벌레로서는 이제 마지막입니다. 곧 번데기가 될 겁니다.

마지막 허물벗기를 앞둔 애벌레들은 어른벌레가 될 때까지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는 조용한 곳을 찾습니다. 주로 나무줄기나 잎 뒤에서 번데기로 변한다고 합니다.

번데기가 된 지 3일~12일 정도 지나면 어른벌레로 우화(羽化)를 합니다. 어른벌레가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처음 날개가 나올 때는 무늬도 뚜렷하지 않고 쭈글쭈글합니다.

그 후 시간이 지나면 날개가 다 펴져서 윤이 나기 시작하고 자신의 색깔을 찾게 됩니다. 안쪽의 날개도 다 늘어나 안쪽날개를 접어 넣을 수 있게 됩니다.

ⓒ 임정훈

바로 위의 이 녀석입니다. 단풍나무에 몸을 붙이고 번데기로 있다가 드디어 어른이 된 것입니다. 날개를 펴서 말리는 중인가 봅니다.

그런데 아직 완전한 어른이 아니어서 그런지 움직임도 없고 눈여겨보지 않으면 모를 만큼 조금씩 아주 조금씩 꼼지락거리기만 합니다.

점박이 무늬도 선명하지 않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 둘 무늬가 나타납니다(아래). 어쩌면 원래 그런 종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빨간 몸집에 까만 점이 박힌 무당벌레를 생각하다가 이렇게 노란 녀석을 만나고 보니 영 어색합니다. 그래도 신기하고 반가운 마음에 설레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여러분들도 주위를 잘 살펴보세요. 어디선가 이 녀석들이 다 마른 날개를 흔들며 한껏 부풀어 날아오를 지도 모르니까요.

그렇다고 깜짝 놀라서 무당벌레를 건드리지는 마세요. 처음에는 다리를 웅크리고 죽은 체 하다 위험을 느끼게 되면 다리 관절에서 노란 즙을 내놓는데요.

이게 아주 고약한 냄새가 납니다. 맛도 아주 써서 새들조차 무당벌레는 잘 안 잡아먹을 정도라니까요. 뭐 다들 아실 테지만 말입니다.

무당벌레를 만나시거든 고 조그만 녀석이 그래도 나름대로 고생하며 한 몸을 얻었거니, 참 기특하거니 하는 정도로 사람의 안부를 묻는 것이 녀석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인사가 아닐까요?

ⓒ 임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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