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무당벌레가 되기까지
느닷없는 말에 그걸 질문이라고 하느냐고, 그 뻔한 걸 왜 물어보느냐고 지청구를 대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무당벌레’라는 말에 어린 시절의 추억 한 토막이 따라 붙을 수도 있을 테고, 이제는 구경조차 힘들어진 탓에 기억이 가물거려 다른 곤충들과 헷갈릴 수도 있겠지요. 이도저도 아니라면 이 바쁜 세상에 그 뻔한 걸 왜 묻느냐며 생뚱맞다는 표정을 지으실 수도 있겠습니다. 지금부터 제가 구경하고 온 무당벌레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하마터면 저도 그냥 지나칠 뻔 했는데요. 저 위에 있는, 아직 푸르기 만한 단풍나무에서는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더라고요. 자자, 그러지들 마시고 위의 단풍나무를 잘 살펴보세요. 다닥다닥 붙어서 죽은 척하고 있는 무당벌레 애벌레들이 보일 테니까요.
무당벌레가 벗어놓은 옷들입니다. 좀 징그럽기도 하고 쭈글쭈글한 생김새로만 봐서는 반들반들한 날개를 지닌 성충의 모습이 전혀 떠오르질 않습니다. 아무튼 저런 모습만으로는 정이 가는 대상은 아니라는 말씀이지요. 알에서 갓 나온 애벌레는 흰색을 띠고 있지만 곧 까맣게 변합니다. 애벌레는 20~30일간 대략 3번의 탈피를 거듭하여 4령 애벌레가 되어 1cm 정도의 길이로 성장합니다. 꽁무니에는 빨판이 달려있어서 아무 데라도 잘 붙습니다. 이 녀석들도 손가락으로 건드려 봐도 꿈쩍도 않습니다.
애벌레는 어른벌레와 같이 진딧물을 먹습니다. 식욕이 대단하여 먹이를 구하러 12m 가량을 돌아다니기도 합니다. 그러나 먹이가 부족하게 되면 어른벌레와 마찬가지로 애벌레끼리도 서로를 잡아먹고 먹힙니다. 먹이를 충분히 먹고 난 4령 애벌레는 애벌레로서는 이제 마지막입니다. 곧 번데기가 될 겁니다. 마지막 허물벗기를 앞둔 애벌레들은 어른벌레가 될 때까지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는 조용한 곳을 찾습니다. 주로 나무줄기나 잎 뒤에서 번데기로 변한다고 합니다. 번데기가 된 지 3일~12일 정도 지나면 어른벌레로 우화(羽化)를 합니다. 어른벌레가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처음 날개가 나올 때는 무늬도 뚜렷하지 않고 쭈글쭈글합니다. 그 후 시간이 지나면 날개가 다 펴져서 윤이 나기 시작하고 자신의 색깔을 찾게 됩니다. 안쪽의 날개도 다 늘어나 안쪽날개를 접어 넣을 수 있게 됩니다.
바로 위의 이 녀석입니다. 단풍나무에 몸을 붙이고 번데기로 있다가 드디어 어른이 된 것입니다. 날개를 펴서 말리는 중인가 봅니다. 그런데 아직 완전한 어른이 아니어서 그런지 움직임도 없고 눈여겨보지 않으면 모를 만큼 조금씩 아주 조금씩 꼼지락거리기만 합니다. 점박이 무늬도 선명하지 않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 둘 무늬가 나타납니다(아래). 어쩌면 원래 그런 종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빨간 몸집에 까만 점이 박힌 무당벌레를 생각하다가 이렇게 노란 녀석을 만나고 보니 영 어색합니다. 그래도 신기하고 반가운 마음에 설레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여러분들도 주위를 잘 살펴보세요. 어디선가 이 녀석들이 다 마른 날개를 흔들며 한껏 부풀어 날아오를 지도 모르니까요. 그렇다고 깜짝 놀라서 무당벌레를 건드리지는 마세요. 처음에는 다리를 웅크리고 죽은 체 하다 위험을 느끼게 되면 다리 관절에서 노란 즙을 내놓는데요. 이게 아주 고약한 냄새가 납니다. 맛도 아주 써서 새들조차 무당벌레는 잘 안 잡아먹을 정도라니까요. 뭐 다들 아실 테지만 말입니다. 무당벌레를 만나시거든 고 조그만 녀석이 그래도 나름대로 고생하며 한 몸을 얻었거니, 참 기특하거니 하는 정도로 사람의 안부를 묻는 것이 녀석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인사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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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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