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특별한 것이 있는 김포 문수산
지금은 다리를 사이에 두고 행정구역을 달리를 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강화나 김포 모두 경기도 땅이었다. 강화가 인천광역시에 편입되고부터 다리를 건너 김포 땅에 들어서면 낯선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이웃처럼 가까운 땅이지만 행정구역이 다른 경기도 김포를 거쳐 인천을 가야 하기 때문일 게다.
"봄 산림욕이 좋지!" 문수산 주차장에 내린 일행들의 표정이 아주 편안하다. 약간 황사가 끼었지만 산행하기에는 적당하다. 만나면 떠들고 우의를 다지는 산행을 한 달에 두 번을 같이 하고 있다. 부족한 운동도 겸하고, 형제 같은 살가운 사람들이 모여 부부끼리 함께하는 산행! 가까운 산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너무 좋다. 오늘도 출발부터가 떠들썩하다.
"봄에 산행을 해야 기가 넘치는 거야." "왜 그러지?" "봄에는 겨우내 움츠리고 있던 만물이 용트림을 하잖아. 보라구! 나무는 물이 올라오지, 나뭇가지에선 새움이 잔뜩 벼르고 힘을 쓰잖아. 또 꽃나무는 꽃망울을 터트리려고 얼마나 기를 모으겠어! 땅 속에서는 새싹들이 삐죽삐죽 올라오려고 땅을 뚫고 있으니 말이야!" "이럴 때 산림욕이 최고란 이야기 아냐?" 친구 말에도 일리가 있다며 저마다 심호흡을 한다. 주위를 둘러보니 산에는 이미 봄이 깊숙이 왔다. 이름 모를 들꽃이 눈부신 보라색을 자랑하고 있다. 양지쪽의 산수유는 노란 꽃망울을 터트렸다. 진달래도 꽃망울이 맺혀 며칠 지나지 않아 붉은 자태를 뽐낼 것 같다.
문수산 팔각정 아래 펼쳐진 산하
한강과 임진강이 합류하여 한 줄기는 서해로, 또 한 줄기는 강화해협(염하강)으로 흘러 갈라지는 강줄기가 보인다. 모양이 마치 제비꼬리 같다 하여 이름이 붙여진 연미정(燕尾亭)이 있는 곳이 황사 속에서도 아스라이 보인다. 팔각정에서 숨을 고르고 바라보는 산하가 마음까지 시원하게 한다. 찐 계란으로 요기를 하고 물을 마시는데 그 맛이 꿀맛이다. 예전 김포 하성이 고향이었다는 분이 나에게 다가와 묻는다. "전 선생, 조강(祖江)이라는 말을 들어 보았나?" "그런 강도 있나요?"
"그러니까 예전 서해에서 한양으로 들어갈 선박들이 연미정 앞에서 모여 있다가 만조 때를 기다려 한강으로 들어갔다는 데가 저기군요." "문수산 정상에서는 유도라는 곳이 보이는데, 거기서 머물다 마포나루까지 가게 되는 거야. 임진강 너머가 경기도 개풍군이고." 아직도 조강의 지명은 육지에 남아 있다.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에 '조강리'라는 지명이 있고, 그곳의 강 건너편인 북한의 개풍군에도 상조강리, 하조강리 라는 지명이 있다는 것이다. 그냥 지나칠 뻔한 문수산에서 예전 한강 뱃길을 찾아볼 수 있어 좋다. 황사로 코앞에 펼쳐지는 북한 땅을 보지 못한 것이 아쉽기는 하였지만. 문수산엔 문수산성과 문수사가 있다 팔각정을 지나 우리 일행은 산허리에 있는 문수사를 찾아가기로 했다. 능선을 타고 가는 길이 호젓하다. 그 능선은 다름 아닌 문수산성을 밟고 가는 길이다.
현재 북문과 남문은 복원을 끝냈으며, 현재 성곽 복원은 진행 중에 있다. 문수산성은 구한말 프랑스군의 침략에 저항한 역사 교육장으로 의의가 깊은 곳이다. 산성을 따라 편안한 발걸음을 옮기니 홍예문을 만났다. 거기서 문수사를 향하는 길은 오솔길을 걷는 기분이다.
우리의 산행 끝은 늘 맛난 점심을 같이 한다. 사정이 있어 참석 못한 일행들을 죄다 불러 모으니 20여 명이 모였다. 부부끼리 모여 산행으로 즐거움을 맛보고, 삼겹살에 소주 한 잔으로 웃음꽃을 피우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는 기분이다. 우리 산행을 늘 안내하는 일행이 종례를 한다. "역사 현장과 할아버지강의 줄기를 바라본 산행, 즐거웠죠? 다음은 4월 둘째 토요일입니다. 혈구산에서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를 구경해보자구요. 그곳에서 야생 부추를 베다가 맛있는 전도 부치고요. 다들 아셨죠?" 모두 박수를 치며 다음을 기약하는 표정에 즐거움이 넘쳐난다.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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