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도 방아머리 갯벌 기행 (上)

3월 16일 대법원 판결이 내려짐에 따라 새만금 끝물막이 공사가 시작되었다. 현지 어민들과 환경단체의 물리력 동원을 불사한 반발에도 당장에 공사를 막을 방도는 막막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 어디에서 답을 찾아야 할까?

미래가 보이지 않을 때는 과거를 돌아보라고 했다. 답답한 마음을 안고 과거의 새만금이자 새만금의 미래라 할 시화호에 다녀왔다. 대부도 방아머리 갯벌 일대를 중심으로 한 답사 내용을 두 번에 나누어 싣는다.

▲ 시화방조제. 12.7km에 걸쳐 거의 직선으로 뻗어있다.
ⓒ 박정민
시흥과 화성의 첫 글자를 땄다는 시화호 간척사업이 시작된 것은 1987년 4월. 바다를 막아 땅을 만들어서 첨단농업단지와 휴양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장밋빛 환상에서 비극은 시작되었다. 지하철 4호선의 종착역으로 더 잘 알려진 오이도에서 경기도 제2의 섬인 대부도까지 장장 12.7km를 방조제로 막아 우리가 얻은 것은 '죽음의 호수'뿐이었다.

1994년 1월 끝물막이 공사가 마무리되자마자 여의도 면적의 80배에 이르는 호수가 썩어들어가기 시작했다. 정부가 담수화를 사실상 포기한 것은 그로부터 불과 4년 후인 1998년 11월이었으며, 공식 선언은 2001년 2월에 있었다. 이때까지 장장 14년 동안 1조 이상의 혈세가 낭비되었다. 그 후 5년, 시화호는 되살아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중이다.

▲ 방조제 서쪽 끝, 배수갑문 건너편 물가를 따라 거품이 고여있다. 역시 아직은 안심해도 될 단계가 아니다.
ⓒ 박정민
시화방조제의 서쪽 끝이자 대부도의 북쪽 끝에 해당하는 곳이 방아머리다. 방아의 머리처럼 뾰족하게 튀어나온 곶 지형인 탓에 붙은 이름이리라. 시화호의 링거 관이라 할 배수갑문과 선착장, 해수욕장, 시화호 환경문화관에 대부도공원까지 빼곡히 들어찬 지역이다. 곶 양편으로 너른 갯벌이 있다. 수많은 갯벌살이들의 주거단지다.

▲ 겨울을 나고 시베리아로 돌아가는 쇠기러기떼
ⓒ 박정민
방조제를 거닐다 보니 마침 북녘으로 날아가는 쇠기러기떼가 보인다. 커다랗게 무리를 지어 시베리아 벌판으로 향하는 중이다. 한국의 겨울철새들은 시베리아, 만주, 몽골 등에서 여름을 보내며 번식을 하고, 겨울에는 추위를 피해 한반도로 찾아든다. 특히 서해안과 남해안의 갯벌은 저이들에게 둘도 없이 소중한 월동지이자 이동경로다.

▲ 시화호 환경문화관
ⓒ 박정민
방조제 끝에서 지척의 거리에 시화호 환경문화관이 새로 들어섰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작년 10월 30일 준공해 운영하고 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 때마침 이곳을 찾은 화요일이 휴관일이라서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화요일 외에 일요일을 제외한 공휴일에 휴관한다고 한다). 안내판을 보니 시화호의 '역사'를 전시해놓은 듯하다. 없었으면 더 좋았을, 그러나 기왕지사 벌어졌으니 바로 알아야 할 역사일 터이다.

▲ 후투티
ⓒ 박정민
환경문화관 앞 대부도공원에 반가운 손님이 하나 찾아들었다. 후투티다. 친척이 없이 전 세계에 단 1과 1속 1종뿐인 새로, 여름철새인데 어찌해서 벌써 한국을 찾았다. 머리깃을 곧추세우면 인디언 추장 같다고 해서 '인디언 추장새'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 딱새(암컷)
ⓒ 박정민
서울에서는 산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새들이 나무마다 가득하다. 박새, 딱새, 노랑턱멧새들이 다가오는 봄을 맞이하느라 분주하게 지저귄다. 딱새는 박새 다음으로 흔한 산새다. 수컷은 알록달록한 외양을 하고 있지만 암컷은 이렇게 수수한 모습이다. 암컷이 수수한 차림새를 하는 것은 새끼를 지키기 위한 보호색이라는 설명을 들은 기억이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갯벌로 나가본다. 아직도 이런저런 공사와 개발이 끝나지 않은 탓에 막아놓은 곳도 많다. 기자가 대부도를 찾은 날은 다행히도 정오 무렵이 간조였다. 환경문화관 대신 간조 때의 갯벌을 실컷 구경했으니 전화위복이었던 셈이다(간조 시간은 매일 40여 분씩 뒤로 늦춰지므로 갯벌체험을 위해서는 반드시 사전에 물때를 알아보아야 한다).

▲ 갯일을 나온 아주머니들
ⓒ 박정민

▲ 갯일에 쓰였을 법한 배 한 척이 덩그러니 서있다.
ⓒ 박정민
마을 가까운 갯벌에서는 아주머니들이 손에 손에 갈퀴를 들고 조개를 캐고 있다. 원래 바지락이 지천이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막히기 전하고야 비교할 바도 아니겠지만, 캘 것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반가운 노릇인가. 갯벌에서 갯일 하는 사람을 보고 반가움이라니, 기실 안타까움의 반대급부가 아닐까 싶다.

▲ 뿔논병아리
ⓒ 박정민

▲ 검은머리물떼새. 천연기념물 326호 및 멸종위기종 2급.
ⓒ 박정민
갯벌에 다다르니 과연 새들이 귀한 모습을 하나 둘 드러내 주기 시작한다. 사진 속의 뿔논병아리는 벌써 여름 깃을 하고 있다. 아직 겨울 깃인 채인 녀석들도 여럿 있다. 드물지 않은 겨울철새지만 그냥 논병아리와 달리 서울 밖으로 나와야만 알현할 수 있다.

그에 비해 검은머리물떼새는 훨씬 더 귀하신 몸이다. 국제적 희귀종이며 천연기념물 제326호이자 멸종위기종 2급이다(천연기념물은 문화재청이, 멸종위기종은 환경부가 각각 지정·관리하고 있다). 갯벌이나 해안에서 서식하며 긴 부리를 이용해 어패류를 즐겨 찾아 먹는 탓에 영어 이름도 'oystercathcer'다. 검은색, 흰색, 붉은색이 멋진 조화를 이뤄 '갯벌의 신사'로 불린다.

한반도에서는 금강 하구에 국제적 수준의 대집단이 서식하는데, 그곳조차도 요즘 갯벌 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하니 이들이 갈 곳은 어디인지 걱정이 앞선다. 시화호 일대에도 소수가 산다더니만 과연 1~2쌍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제방 주변을 맴돈다.
관련
기사
시화호는 새만금의 과거이자 미래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