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전남 광양 매화마을
남쪽 섬 제주보다야 한 박자 늦지만 그런 뭍 사람들의 마음을 그나마 달래주는 것이 봄의 전령이라 일컬어지는 섬진강 자락의 매화. 모진 추위를 견디며 잔설(殘雪) 속에 꽃을 피워낸다 하여 옛 사람들이 사군자 중에서도 단연 으뜸으로 꼽았던 바로 그 꽃이다. 우리 가족이 매년 봄이면 연례행사처럼 전남 광양의 매화마을을 찾는 이유도 그와 같다. 조금이라도 빨리 봄을 맞고 싶은 것이다. 집 앞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다 지쳐 나중엔 봄이 오지 않으면 우리가 봄을 찾아가고 만다는 심정으로 길을 나서곤 하는 것이다.
본래의 마을 이름은 선진마을이었으나 워낙 매화로 널리 알려지다 보니 아예 매화마을이라 이름까지 바꿔 버렸다는 이곳은 매년 3월 매화축제를 열어 상춘객들의 발길을 잡아끌고 있다. 축제 때면 이곳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수많은 상춘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루는데, 우리 가족이 매화마을을 찾은 것은 축제가 막 끝난 직후였다.
이에 따라 매화축제가 끝난 뒤 한 일주일쯤 있다 매화마을을 찾으면 오히려 더 멋진 매화경에 빠져들 수가 있다. 매화축제가 끝난 뒤에야 비로소 산 언덕까지 활짝 매화가 만개하기 때문이다. 더하여 이때쯤이면 축제라는 거품이 빠져 사람들 발길도 한결 잦아드는 까닭에 훨씬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매화를 즐길 수 있다.
이렇게 봄기운을 즐기며 이리저리 걷다 보니 우리 가족의 눈길을 사로잡는 게 하나 있었다. 족히 몇 천 개쯤은 돼 보이는 엄청난 숫자의 전통옹기들이 바로 그것이었다. 청매실농원 안마당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이들 전통옹기는 다름 아닌 매실을 담는 데 쓰는 것들.
매화나무는 3월 중순경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해 4월에 함박눈을 연상케 하는 꽃비를 한바탕 뿌린 뒤 꽃 핀 자리마다 하나씩 열매를 맺게 되는데, 그 열매인 매실은 약이나 매실주 등의 재료로 각광을 받고 있는 건강식품. 이 지역 특산품이자 이곳 농가들의 주수입원 가운데 하나인 이것은 특히 어린이와 임산부 등 칼슘이 많이 필요한 사람에게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만큼 이곳에서 꽃을 자유롭게 구경하는 것은 좋지만 매화를 딴다거나 나뭇가지를 꺾는 것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 농사를 망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구례에서부터는 굽이굽이 펼쳐진 맑고 푸른 섬진강과 함께 할 수 있기에 드라이브 삼아 경치를 감상하며 천천히 달리다 보면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 틈도 없이 이내 매화마을에 도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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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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